“유장호 대표 이번 사건의 대리인에 불과” 주장 나와

故 장자연의 전 매니저 호야스포테인먼트 대표 유장호씨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서 입장표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lbh@dailysun.co.kr

고 장자연씨의 자살사건으로 불거진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주장이 대두됨에 따라 이번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은 27명으로 운영하던 수사전담팀을 41명으로 증원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강한 수사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의지표명에도 불구하고 경찰 수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연예인 성상납비리 사건이 여러 번 터졌지만 한 번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 성상납비리 의혹 사건엔 고위인사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매번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래서 이번 장자연 리스트 파문도 그렇게 마무리 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새로 등장한 주장에 따르면 장자연 자살 사건의 전말은 미처 생각지 못한 쪽으로 연결된다. 이번 사건을 배후 조종한 인사가 따로 있으며 그는 바로 유장호 대표가 운영하는 기획사〈호야스포테인먼트〉의 실세 K라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주장은 여러 근거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사실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주장에 따르면 장씨의 자살에 깊게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장씨의 전 소속사〈더 콘텐츠〉대표 김모씨는 장씨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과거 김씨가 운영하던 기획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유 대표는 독립해 호야를 차리자〈더 콘텐츠〉소속 스타급 연예인 4명도 유 대표를 따라 호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유 대표가 사실상 이들을 빼내간 것이다. 이런 일은 연예계에서 비일비재하다.


유씨의 배후조종자 K씨 정체

하지만 유 대표는 연예계에서 입지가 탄탄하지 못한 편이다. 이런 유 대표가 어떻게 이들을 호야로 빼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당시 자리를 옮긴 연예인들은 유씨가 아닌 다른 조건을 보고 소속사를 바꾼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래서다.

드라마〈꽃보다 남자〉의 한 제작 관계자는 “기획사는 많은 경험과 풍부한 인력·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결정적으로 넉넉한 자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씨는 연예계에서 경험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자본도 없어 기획사를 운영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유씨가 운영하는 기획사에 연예인들이 건너갔다는 것은 뭔가 다른 요소가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가 호야의 대표이긴 하지만 혼자 회사를 운영하게 아니다. 자본금을 댄 것으로 알려진 K씨도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고 그는 전했다.

또 이 주장에 따르면 장씨의 자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은 김씨가 아니라 유 대표다. 유 대표는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고〈더 콘텐츠〉에서 장씨를 빼냈지만 막상 소속사와 계약을 빼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전 소속사에 위약금 500만원까지 물고 호야로 옮기기로 했지만 장씨에게 돌아온 대가는 꽃남의 하차와 더불어 출연 예정이었던 CF의 취소였다. 일반적으로 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이 소속사를 옮기면 예정된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는 게 관행이라고 한다. 모두 잘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장씨의 우울증은 점점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속사를 옮기면 그에 따른 관행으로 인해 예정된 스케줄이 취소되는 등 한동안 공백기가 있을 것이란 점을 장씨가 몰랐을 리 없다. 따라서 이런 이유로 장씨가 자살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장씨는 무고한 희생자

이에 일부에선 김씨와 유 대표 간에 발생한 분쟁에 장씨가 휘말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년 넘게 연예기획사에 종사해온 한 인사는 장씨 자살에 대해 “김씨 기획사의 녹을 먹던 유 대표가 이 회사 소속인 장씨를 빼내가려하자 김씨와 다툼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유 대표는 김씨를 압박하기 위해 장씨에게 문건을 작성토록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장씨의 문건 작성 소식을 접한 김씨가 장씨를 모종의 방법으로 협박하자 이 압력을 못이긴 장씨가 결국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 말은 유 대표가 장씨의 충분한 보호막이 되지 못했다는 얘기 아니겠나”고 말했다.

또 장씨의 문건 작성 계획은 유씨가 아닌 K씨에게서 나온 것이고 유씨는 그저 K씨의 계획을 실행한 것일 뿐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장씨의 초기 진술과 지금의 진술이 다른 이유가 이때문이라는 것이다. 장씨의 자살은 유씨도 생각지 못한 변수였기 때문에 사건 초기와 지금의 대응이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 유씨는 K씨의 사건 대응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연예계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런 시각은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유씨가 초반에 언론과 경찰에 밝혔던 내용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발언 내용에 대해 말을 바꾼 이유가 정확히 뭔진 모르겠지만 그쪽(호야) 내부와 어떤 협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장씨 유족은 지난 17일 일간지 대표 등 유력 인사를 고소해 수사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유가족의 이날 고소로 이들에 대한 경찰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피고소인들 중에는 일간지 대표 등 유력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소인들 가운데 4명은 강요와 성매매 등의 혐의로 고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4명은 김씨를 포함해 일간지 대표와 금융계 고위층 인사, 그리고 IT 업체 대표 등이다.

경찰은 장씨의 카드사용 내역 등 주변 조사가 마무리되면 피고소인을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밖에 경찰은 지난 17일 유 대표가 그동안 유족과 함께 문서를 모두 소각했다고 진술했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유 대표가 문서 유출과정 과정에서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문서를 언제 어떻게 유출했는지에 대해서 추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문건 사본이 더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