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발사대 장착 무조건 발사한다

북한 무수단리 미사일기지 [AP-뉴시스] 미사일 제어 건물(사진상단) · 미사일 조립 및 검사건물(사진하단 왼쪽) · 미사일 발사대(사진하단 오른쪽)

동북아 일대가 북한 로켓 발사로 어수선하다. 북한이 4월초에 로켓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3월 27일 현재 로켓이 발사대에 장착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 이미 미사일 발사실험과 핵실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분석에 지배적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로켓 발사가 핵미사일 발사 실험과 다를 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사일과 로켓은 거의 동일한 발사체에 탄두와 궤도만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분리된 발사체에 대한 것일 뿐 탄두 요격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북한의 로켓 발사가 북한 내부 권력구도 변화의 증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 군부가 이미 김정일 사후를 대비하고 있으며 이번 로켓 발사도 그런 움직임의 일부라는 것이다. 군부는 이미 내부 권력을 장악했으며 현재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실행 여부를 둘러싼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로켓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지 외교안보연구원의 윤덕민 교수를 통해 들어보자.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지난 3월 27일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에 로켓을 발사하는 게 거의 확실하다.

임 위원장은 “북한은 원래 어떤 목표를 정하고 수순을 정해놓으면 그 수순대로 밟아나가는 것이 과거의 관행”이라며 “김대중 정부 시절에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했던 사례가 있다”고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설명했다. 미국도 북한의 로켓발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로켓발사와 관련, 같은 날(현지시간) “현재로서는 북한의 로켓에 대한 요격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멕시코를 방문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행위를 제기하는 등 적절한 채널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미국은 요격보다는 발사이후의 사태 수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북한의 로켓발사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로켓발사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1718호)을 위반한 것이며, 북핵 폐기에 따른 국제사회의 양보와 지원을 위한 6자회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예민한 반응 그 의미

미국에 반해 인접국인 일본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이날 북한의 로켓이 일본 영토나 영해에 낙하할 경우에 대비한 파괴조치 명령을 안전보장회의 결정을 거쳐 발동했다.

일본이 미사일 파괴명령을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이날 오전 자위대에 파괴조치 명령을 내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공위성'이라면 높은 고도로 날아갈 가능성이 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영토 상공을 날아서 발사되는 것은 불쾌한 일"이라면서 로켓이 추락하거나 추락하는 로켓에서 분리된 발사체에 대해 요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괴조치 명령에 따라 자위대는 시즈오카(靜岡)현 항공자위대 하마마쓰(浜松)기지에 배치돼 있는 지대공 유도 패트리엇(PAC3)을 지난 3월 28일 육상자위대 아키타(秋田), 이와테(岩手) 등 두 기지로 이동했다. 아울러 해상배치 요격 미사일(SM3)을 탑재한 이지스함 곤고, 초카이호(모두 나가사키<長崎>현 사세보 기지 배치중)를 동해쪽으로, 미사일을 레이더로 포착하는 이지스함 기리시마호(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 기지 배치중)를 태평양에 각각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그러나 일본의 이런 대응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군사 저널리스트인 마에다 데쓰오(前田哲男)는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 실패 등으로 사전 통고와 달리 일본에 낙하할 경우에 대비해 미사일방어(MD)시스템에 따른 요격 준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요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속마음일 것"이라며 “그럼에도 파괴조치 명령을 내리고 이지스함이나 지대공 유도탄 패트리엇(PAC3)을 배치하는 등 과장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요격 방침으로 북한과 일본 사이엔 긴장감이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평화적인 위성에 대한 요격행위에 대해서는 가장 위력한 군사적 수단에 의한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대답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의 요격명령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PAC-3 여러 기를 발사해 로켓을 격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명중될 확률은 3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트 브라운 전 미국 CIA 아시아지부장은 지난 3월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요격 대상 미사일이 언제 어디서 발사될지를 아는 상황에서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도 확률은 50~60%에 불과하다"며 “걸프전 때도 10% 요격 성공에 그쳤다. 미사일 요격은 매우 어려운 임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중국의 이상한 침묵 그 속내

이번 북한의 로켓 발사 움직임에 중국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국제사회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또 북핵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북한, 남한과 북한 사이의 중재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로켓발사 문제에서 한발 뒤로 물러선 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사정을 가장 잘 아는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로켓발사가 일부의 추측대로 북한의 협상카드라는 사실을 알고 있거나 사전에 로켓발사에 대해 중국과 충분한 물밑 협의가 이뤄졌을 수도 있다.

북한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과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로켓발사 계획을 은밀히 공유해 온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은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로켓발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중국 역시 북한의 군사력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고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상 현재 북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득이 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도 “이번 로켓 발사는 중국과의 충분한 협의 후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대해서도 북한과 의견을 모은 상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로켓발사가 북한 권력 구도 변화에 따른 고도의 정치전략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로켓발사 반대 움직임에 대해 초강력 대응을 시사할 수 있는 것도 중국이 뒤로 빠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영일 북한 총리가 과거 김일성 주석이 방문한 바 있는 산뚱성 취푸(曲阜)를 거쳐 지난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것도 로켓발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총리는 방중 기간 중 국가주석 후진타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우방구어와 국무원 총리 원지아바오를 예방했다. 특히 원지아바오 총리와 김영일 총리는 총리 회담을 통해 양국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였다. 이번 김 총리의 중국 방문은 북한과의 수교 60주년 기념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중국 소식통들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군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한다. 북한은 지난 3월 9일부터 한미간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거행되자 강력한 반발과 함께 휴전선에서 이루어지던 기존의 모든 연락을 거의 중단시켰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일련의 군사기지 조정이 이루어졌고 괌의 군사기지는 확대 강화되었다. 북한의 로켓발사 예고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행동에 불만이 가득하다. 미국은 중국 남해의 EEZ에서 군사목적의 정찰활동을 전개하다가 중국의 항의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보란 듯이 이 지역으로 구축함을 파견하여 계속적으로 군사 활동을 펴고 있다. 또 미국의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지난 3월 19일 공개적으로 타이완의 대규모 “한광(漢光)" 연례 군사훈련을 공개적으로 승인하고 참가하였다. 중국과 북한의 코드가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북한 로켓 핵 미사일과 동일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로켓을 예정대로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로켓이 절대 평화적인 인공위성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윤 교수는 “북한의 로켓 발사는 과거 실패한 미사일 발사 실험과 연결된 것”이라며 “이미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이번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제정세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교수는 일본의 요격 명령에 대해 “일본이 요격을 할 순 있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발사체가 자국 영토로 들어올 경우 요격하겠다는 것인데, 탄두에 대한 요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사일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궁극의 운송수단이며 현재 북한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도구는 핵무기 개발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발사하는 로켓은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았을 뿐 핵미사일과 동일하다. 북한의 로켓제작기술은 상당 수준에 이르러 이번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북한은 명실상부한 핵미사일 보유국이 된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윤 교수는 이에 대해 “로켓과 미사일의 차이점은 탄두에 있다. 북한이 로켓에 인공위성이 아니라 핵탄두를 장착하게 될 경우 미국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따라서 남한의 안보는 크게 흔들리게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완성되면 그 한발로 남한은 초토화 될 것이고 전쟁위기국가로 분류돼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제재에는 초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지난 3월 24일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안보리의 제재가 있을 경우 북핵 6자회담이 파탄날 것임을 암시한데 이어 같은 달 26일엔 외무성 대변인이 중앙통신과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 안보리가 자신들의 로켓 발사를 문제시하는 논의만 해도 6자회담이 철폐되고 핵불능화 조치가 원상복구되는 것은 물론 “필요한 강력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밖에 자성남 영국 주재 북한대사는 같은 날(영국 시간) 미사일 발사 계획과 관련해 “못 사는 나라가 우주개발에 돈 쓴다고 하는데 우주개발은 모든 나라의 합법적인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위성을 쏘는 것은 평화적 우주개발이며 못 산다고 우주개발을 못한다는 유엔 결의는 없다”밝혔다.

이어 자 대사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변 큰 나라들은 모두 쏘아 올렸는데 우리가 쏘아 올리는 것만 갖고 지역평화를 해친다고 몰아세우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만약 위성을 쏘아 올리는 미사일을 문제 삼는다면 식탁에서 쓰는 식칼도 군축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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