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대감 주고 남북대화 자신감 비치고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 신년기자회견 화두는 경제와 남북관계였다. 경제에 대해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2년간 착실한 준비를 통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기대감를 갖게 했다. 또한 남북관계에 대해선 평화통일에 대한 기반 구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정윤회 비선실세 논란으로 불거진 청와대 인적 쇄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신년기자회견 직후 터진 김무성 수첩 사건이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빛 바래게 만들었다. 이에 박 대통령의 명운이 걸린 집권 3년차에 경제나 남북관계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기 위해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여권 일각에서는 집권3년차에 박 대통령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연말에  ‘개헌 카드’를 박 대통령 스스로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 유라시아 → DMZ 공원 → 올림픽 분산 → 5.24조치 해제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2015년 정부업무보고를 받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12일 신년 기자회견은 경제를 42차례 언급할 정도로 ‘경제 살리기’에 최대한 방점을 찍었다. 또한  ‘남북 평화통일 기반 마련’이 자신이 대통령이 된 이유라고 강조할 정도로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관련해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해 방만한 공공부문과 시장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고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로 탈바꿈시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배분되도록 하겠다”며 “이런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경제는 잠재성장률 4%대,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로 나아가는 경제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부문을 중심으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부문 구조개혁 박차

그러나 4대부문을 포함해 경제 분야가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강한 기대감을 심어줬지만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는 힘든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단시일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집권 3년차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일의 비전과 방향에 대해 국민의 마음과 뜻을 모으고 범국민적, 초당적 합의를 이뤄내서 평화통일을 위한 확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북한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본인이 제안한 유라시아 횡단 철도사업, DMZ 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상봉 추진 의사도 밝혔다. 특히 남북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북한 핵문제’나 ‘인권문제’ 등 다소 민감한 주제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최대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이해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 사업을 다방면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첫단추로 이미 남북 유라이사 철도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남북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을 위한 남북철도 연결방안은 크게 두 가지 노선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해안 방면의 경의선(신의주-순천-평양-사리원-개성-서울)과 동쪽에 위치한 동해선(나진-청진-김책-함흥-고원-원산-고성-속초) 두 노선으로 구분된다. 현재 정부에서는 남북 철도가 연결될 경우 비용이 4조3000억 원이 소요되는 대신 경의선은 10억9321만톤, 동해선은 1억1146만톤, 평원선(평양-신양-고원)은 2103만톤의 철도 수송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기존 물동량의 3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과 9월 각각 미 순방길과 유엔회의에선 ‘DMZ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DMZ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주민은 물론일고 세계인들까지 소통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박 대통령이 위원장으로 겸직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는 DMZ 생태공원을 위한 구체적인 후보지 선정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통일부는 공원 부지로 강원 고성군과 철원군, 경기 파주시 등 현지 실사를 마쳤고 오는 5월 2차 조사를 통해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인데 여권에서는 강원도 고성을 유력한 후보지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남북평화통일 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에 발맞춰 지자체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강원도는 오는 2018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남북공동 개최 내지 분산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5.24 조치 해제 =남북정상회담 개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 남북 단일팀 구성과 북한 분산 개최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분산개최관련해 “남북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열려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북한 역시 분산개최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마식령 스키장 개장소식을 전하며 공동개최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장에서 북한에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뤄진다면 박정권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기대 국정운영에 강한 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남북 관계 특성상 막대한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 정권의 집권 3년차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5.24조치’로 현재 남북교류협력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북한이 대화에 적극 나서고 남북관계가 호전될 경우 박 대통령은 5.24조치도 해제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신년기자회견장에서 던졌다. 여권 내에서는 ‘5.24 조치 해제=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연결될 공산이 높게 보고 있다. 박 정권이 ‘경제’와 ‘평화통일’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에 집권 3년차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집권 3년차 장밋빛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일단 국내 정치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단 신년기자회견이후 터진 ‘청와대 문건 배후의혹’파문으로 박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실체가 없다’는 검찰의 발표에 따라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인적쇄신은 없다’며 김기춘 비서실장,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정윤회 전 최태민 목사 사위, 십상시 등에게 면죄부를 준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문으로 불거진 십상시 실체가 들러나면서 청와대 문건파문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과 대학동기인 음종환 전 행정관이 문건 배후로 김무성, 유승민 두 인사를 지목했다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의 폭로가 단초가 됐다.

이로 인해 음 전 행정관이 바로 면직됐고 그 불똥은 재차 문고리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을 거쳐 박 대통령으로 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박계인 김무성-유승민 대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와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또한 ‘없다’던 청와대 인적쇄신도 불가피해졌고 개각도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야권의 청와대 비선실세 특검 몰이도 재차 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권 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어 힘 있게 출발해야 할 집권 3년차가 오히려 레임덕 시작의 원년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총리, 해수부장관 등 교체에 따른 인사청문회까지 개최돼 낙마할 경우 박 정권 3년차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처할 수밖에 없다. 남북 관계 역시 보수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와 한미군사훈련 개최 등으로 갈등이 여전하고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앞날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권 위기 돌파 ‘개헌카드’ 꺼낼 수도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은 본인의 의사와는 별개로 정국 돌파를 위해 개헌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말 야당을 상대로 연정을 제안하면서 개헌을 추진한 상황과 비슷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고질적인 불통에 따른 인사참사 그리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갈등, 남북관계 악화와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개헌이라는 게 대통령이 나서야 탄력이 붙을 수 있고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블랙홀과 같아서 모든 이슈를 잡아먹을 수 있어 정권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고육지책으로 꺼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 3년차를 힘차게 출발하려다 재차 측근 정치에 발목이 잡힌 박 대통령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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