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파트너가 결혼 한다면…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어느 정도 멋진 외모에 돈이 있는 일부 남성들은 젊었을 때 섹스파트너를 가진다. 사랑과는 전혀 무관하게 그저 섹스가 좋은 남녀가 만나 딱 그 상태만 유지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섹스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쾌락이 좋아 남성과 섹스 파트너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이런 관계가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여자도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남자는 과거의 섹스 파트너가 결혼 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이러한 남성들의 심정은 어떨까? 그리고 둘 사이에는 어떤 묘한 감정이 생겨나는 것일까? 섹스 파트너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는 남성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자.


30대 중반의 김모씨는 3년 전 자신의 섹스 파트너가 결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상대가 워낙 ‘색을 밝히는 여자’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인지, 김 씨는 그녀가 쉽게 결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거기다가 그녀의 섹스 파트너는 김 씨만이 아니었다. 어차피 연애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쾌락만 느끼려고 만났던 사이었으니 서로 간에 질투의 감정이 생길 이유도 없었다. 거기다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김 씨의 경우에는 딱히 큰 감정의 변화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이 결혼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결혼을 막을 이유가 없었다.
구글링(웹 사이트 검색)을 하다보면 과거 섹스 파트너의 일상 사진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다보면 교회나 어린이집, 학교, 지역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의 SNS를 본 김 씨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남편과 행복하게 자식을 키우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질투심이 생긴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뭐 어차피 섹스 파트너였는데 무슨 상관이냐 싶었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결혼하고 나면 싫증나고 헤어지는 판에 섹스 파트너가 결혼하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뭔가 내 것을 뺏겼다는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약간의 질투심도 생기고 허전함, 서운함도 느끼게 되고 그런 것 같았죠. ‘내가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고 이성적으로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잖아’라고 느껴도 감정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래도 함께 몸을 섞던 사람이었던지라 어느 정도의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씨는 그녀의 행복한 가족사진을 보면서 제일 허함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해 가족이 없는 자신의 상황과 묘하게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도 결혼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한 여자와 계속해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 것 같고 자신의 바람기가 문제 될 것 같아서 이제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과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섹스 파트너가 행복한 가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자기만 이 사회에서 왕따 당하고 있다는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한동안 섹스 파트너의 동태(?)를 면밀히 살피다가 결국에는 그러한 행동마저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녀의 일상을 엿보면 엿볼수록 더욱 초라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남성들이 전 섹스 파트너의 결혼 생활에 대해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뭔가 깊은 비밀을 간직하는 느낌’이라고 고백하는 남성도 있다. 전 섹스 파트너의 남편은 절대로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되는 처녀 시절의 ‘비밀’을 둘만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뭔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짜릿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그녀로서는 남편에 대해서 좀 두려운 비밀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걸로 뭘 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은 상관이 없지 않을까.”

다시 관계 맺으려는 남성도 있어

그런데 전 섹스 파트너를 그저 추억으로 마음속에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맺으려는 남성들도 있다. 한 남성은 결혼 직후에도 간간이 연락을 하며 관계를 끊지 않다가 여성의 일탈 욕구가 자극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발동하도록 만들어 다시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결합’에 성공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오래 멀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섹스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일단 그 여자를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결 마음도 편하고 실제로 섹스 파트너를 했던 만큼 궁합도 잘 맞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궁합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번 궁합이 맞으면 평생 잊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자도 궁합 맞는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고 그렇다면 그것을 위한 최적의 상대는 바로 전 섹스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남성들의 기대에 부응해 계속해서 섹스 파트너를 하려는 여성들도 없지 않다. 그녀들은 평온한 일상을 깨는 것이 두렵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남편에게서 벗어나 ‘일탈’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과거의 향수는 물론이고 지금의 남편과는 하지 못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도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의 섹스 파트너들이 다시 재결합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과거의 자신에게 섹스 파트너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불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재결합된 섹스 파트너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단 여자가 일탈의 강렬한 욕구 때문에 재결합을 하긴 했지만, 불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를 해소하려는 마음이 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륜 관계가 다시 정리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남자 또한 처음에는 재결합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섹스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과거의 전 섹스 파트너에게 그리 집착할 이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재결합은 ‘향수와 로망은 강하지만 정작 재결합했을 때에는 그 환상이 깨지는 관계’라고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 섹스 파트너를 추억하는 남성이 있고 또 현재의 모습에서 일탈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기 때문에 재결합과 헤어짐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예 이혼을 하고 다시 전 섹스 파트너와 결혼을 하는 극단적인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막상 섹스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결혼을 했지만 섹스가 너무 불만족스러운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여성과 남성은 타인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궁합을 경험했고 그 짜릿한 경험을 잊지 못하는 경우다. 물론 사람이 섹스의 쾌락만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특별히 섹스에 대한 쾌락을 많이 느끼고 이를 소중히 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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