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에 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전직하한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는 물론 여권 전체가 초 비상사태의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올 겨울 가장 추운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일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2030세대의 박 대통령 지지율이 20%도 되지 않아 국민대통합을 주창한 바가 무색해지고 반대로 세대 갈등이 극에 달한 결과였다.

대선 당시 박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50대에서 마저 지지율 이탈현상이 심하게 나타났다. 여권의 콘크리트 벽으로 표현되는 영남권과 50대의 핵심 지지층에서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반 미만으로 떨어지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고 처음 보인 현상이다.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는 모든 언론이 지적하듯이 ‘소통 미흡’이 가장 높았고 ‘인사문제’ ‘공약실천 미흡과 입장변경’ 등이었다.

이런 논란은 진작부터 있어왔으나 신년기자회견 후의 부정적 이미지와 청와대 행정관의 부적절한 발언 의혹 등으로 무너져 내린 청와대 기강 문제가 타는 불길에 기름을 쏟아 부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 ‘친이’계가 환호를 할 일이고 ‘친박’계에서도 쇄신론이 급물살을 타게끔 정치 지형의 큰 변화를 가져왔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민이 고기를 달라고 하는데 쉽게 밥 한 숟가락 줘서는 현 위기를 넘을 수 없다”면서, “설 명절은 여론을 확산시키거나 바꾸는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를 전후로 청와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특보단 몇 명을 둔다한들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면서 “그렇게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의 평균 방향으로 간다면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인적 개편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특정한 개인의 비리가 나타난 것도 없는데 책임지는 형식으로 사람 바꾸는 건 맞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확실해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사라졌다고 보는 게 옳다. 핵심 지지층이 실망할 정도로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 안 하면 안된다.

신뢰가 무너지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약속을 잘 지키지 않을 때 생기는 일이고, 또 하나는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이다. 국민과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좁혀보면 하나의 인간관계다. 이 인간관계에 신뢰가 무너졌을 때를 파탄의 위기로 봐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건 위기가 끝이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하여 반전에 성공한 예가 각 분야에 적지 않다.

그래서 위기도 기회라고들 표현한다. 다만 호기(好機)나 적기(適期)가 아닌 긴박한 시기의 불안정성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이 시기에 역대 정부들처럼 측근 비리 및 권력형 게이트 사건이 터져 나온 상황도 아니고, 계파투쟁에 발목이 잡혀 휘청거리는 정치 환경도 아닌데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이 생각하는 원칙정치와 대통령이 구사하는 원칙정치에 괴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통령과 국민 간 인식의 간극이 메워지기만 하면 지지율은 급상승할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이제 지지율 급락 현상을 호기로 해서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그 시작이 인적 쇄신과 국민이 바라는 모성애적 소통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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