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혼을 할 때는 보통 ①이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의 문제 ②미성년 자녀의 양육 문제 ③돈 문제 등 크게 세 가지가 문제가 된다. ‘이혼 여부’와 ‘자녀 양육 문제’는 쉽게 이해하는데, ‘이혼할 때 돈 문제’에 관해서는 몇 가지 오해가 있다.

이혼할 때 돈 문제로 흔히 ‘위자료’와 ‘재산분할’이 거론된다. ‘위자료’는 혼인파탄의 잘잘못에 대한 평가의 문제이고, ‘재산분할’은 혼인파탄의 책임과는 관계없이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청산 문제다.

예컨대, 간통을 하여 혼인파탄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처(또는 남편)가 남편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게 되더라도, 부부 공동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한 것이 많으면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또는 처)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져갈 수도 있다.

처가 간통을 한 경우 남편이 위자료를 받더라도 실무상 2~3천만 원 정도로 인정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처가 간통을 하면서 소비한 것이 너무 많아 부부 공동 재산으로 남은 것이 없다면 남편은 이혼을 하면서 2~3천만 원을 받고 끝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경우 하급심 판결에서는 간혹 재산분할로 받아 갈 것이 없는 배우자를 배려하여 위자료로 5천만 원이나 1억 원 등 통상 인정되는 것보다 많은 돈을 지급할 것을 명하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하급심의 실무례가 구체적 타당성을 갖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가사재판 또한 본질적으로는 이론적 정합성과 법정 안정성이 요구되는 민사재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와 조화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가족법은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법원과 국민 간의 소통이나 신뢰 회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족법이 재판규범으로 작동하여 행위규범으로 재발견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가정법원의 법 적용은 형평에 맞아야 하고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가사소송법은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를 가정법원의 전속관할에 속하는 가사소송사건(다류)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상 손해배상에서 손해의 형태를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로 나누고, 다시 재산상 손해는 적극적 손해(치료비 등)와 소극적 손해(일실수입 등)로 나누어 처리해 왔다. ‘위자료’는 ‘정신상의 고통을 금전으로 위자하기 위하여 지급되는 돈’을 말한다.

종래 이혼사건에서는 손해배상 가운데 주로 위자료를 청구하였다. 이혼사건에서는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가운데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

당사자가 청구를 하지 않으면 법원으로서는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위자료만 청구하는 재판실무에서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판단 대상이 되지 못했다. 재산상의 손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혼례식 내지 결혼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혼인할 것을 전제로 남녀의 결합이 결혼으로서 사회적으로 공인되기 위한 관습적인 의식으로서 말하자면 부부공동체로서의 사회적인 인증을 목적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거식 후 부부공동체로서 실태를 갖추어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사회적으로 인정될 수 없는 단시일 내에 사실혼에 이르지 못하고 그 관계가 해소되고 따라서 그 결혼식이 무의미하게 되어 그에 소요된 비용도 무용의 지출이라고 보아지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지출한 당사자는 파탄의 유책당사자에게 그 배상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84.9.25. 선고 84므77 판결)고 판시하여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가운데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도 가사소송사건(다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이혼을 하는 부부 일방이 재산을 과다 소비하였거나 일방 당사자의 부모에게 증여하는 등의 사유로 재산분할 대상이 없거나 적은 경우 ‘위자료’를 통하여 무리하게 법리 적용을 할 것이 아니라 ‘이혼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가운데 ‘재산상 손해’로 법리를 구성함으로써 이론적 정합성과 법적 안정성은 물론 구체적 타당성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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