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언론매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통(不通) 정치” “인적 쇄신 실패” “문고리 권력” “깨알 리더십” “독선” 등에 빠졌다며 매몰차게 질타했다. 그들은 걸핏하면 “소통 하라” “장관을 교체하라”, “참모를 확 바꿔라”라며 대통령을 계속 압박했다.

지난 연말엔 “정윤회 문건”과 청와대 3인방 비서진의 “문고리 권력 농단” 문제가 언론매체에 의해 연일 크게 보도되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정윤회 문건”과 관련,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존 결과라며 비판했고 청와대 “3인방”과 김기춘 비서실장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과 “비선 실세”는 검찰 수사 결과 말짱 근거 없는 허위로 판명되었다. 여기에 정치권과 언론은 조작된 문건에 놀아나 세상을 오도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사과 대신 청와대 비서진의 인적 쇄신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던 중 지난 16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 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35%로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지자, 정치권과 언론은 그 기회를 놓지지 않고 청와대 개편과 인적 쇄신 단행을 다시금 들고 나섰다. 심지어 여권의 친박계 의원 조차 박 대통령 “지지 바닥이 무너진다”며 청와대 수석이나 특별보좌관들을 “확 바꿔라”고 했다.

물론 인적 쇄신은 대통령 참모진과 각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무능한 자를 솎아낸다는 데서 필요하다. 그러나 장관이나 비서진을 임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중대 과실 없이 사퇴시킨다면, 크나큰 부작용을 빚어낸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공직자의 충성도 저하, 행정 연속성 단절, 전문분야 숙지 기회 박탈,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 등을 몰고 온다.

미국 같은 자유민주 선진 국가에서는 장관이나 백악관 참모들은 본인이 굳이 사임하겠다고 돌아서지 않는 한 4-5년이 보장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기 행정부에서 장관으로 임명한 15명 중 13명과 4년 내내 함께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권이나 언론은 걸핏하면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교체를 주장한다. 장관은 파리 목숨과 같다고 한다. 대통령이 각료 및 참모들과 손발을 맞춰 일 좀 할 만하면 대통령에게 사퇴시키라고 들들 볶아댄다. 그들의 대통령 보채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관성 없는 평론과 주장으로 대통령은 물론 국민들도 헷갈리게 한다.

허위로 판명되긴 했지만, 정치권과 언론은 박 대통령이 전 비서관이었던 정윤회씨를 비공식적으로 만난다며 질책했다. “비선 라인”과 “비공식적” 접촉의 폐해를 질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 한 달여 만에 정치권은 그 전과는 달리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선 “비공식적 식사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랬다 저랬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밖에도 정치권과 언론은 장관과 참모들이 대통령 앞에서 “소신껏 옳은 말을 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요구를 소신껏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하자, 대뜸 “초유의 항명” “청와대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며 딴소리했다. “소신껏 옳은 말 하라”더니 소신껏 나오자 거꾸로 “항명”이라며 트집 잡았다.

정치권과 언론은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걸핏하면 장관·참모를 사퇴시키라고 압박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무책임하게 마구 토해내선 안된다. 경박한 평론과 무리한 주장은 정치적 갈등을 키우고 대통령의 소신과 원칙을 흔들어댄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3년 남았다. 잘잘못은 가려내고 비판하되 대통령을 들들 볶아대지 말고 그에게 정치적 소신과 원칙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에게 활기찬 리더십의 길을 열어주고 나라도 정치적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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