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창업자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무작정 폐업할 수 없다. 창업자는 우선 사업 실패요인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되짚어보고 다양한 개선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과감히 업종을 전환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

업종 전환 창업자는 경험과 비용 면에서 신규 창업자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다시 실패하지 말아야한다는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업종을 변경하는 창업자들의 경우는 유행에 민감한 품목보다는 대중성을 갖춤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서도 차별성을 지닌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대찌개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어린아이, 젊은층, 중장년층까지 부담 없이 먹는 식사메뉴다.
이재민 박가부대찌개 부산경성대점 사장(36)은 대중적인 부대찌개를 수제햄이라는 건강까지 더해 차별화, 업종변경에 성공한 사례다.
그는 원래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1년간 운영했다. 10년 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시작한 창업이었기에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그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너무나 적었다. 슈퍼마켓은 공산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점포 간 제품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그는 외식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평소에 즐겨먹던 부대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또 외식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본사의 지원으로 보다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을 결심했다. 많은 브랜드를 둘러보고 사업설명회 등에 참석, 시식도 해본 결과 박가부대찌개를 창업했다.

그는 부대찌개는 계절을 타지 않고 꾸준히 나가는 메뉴라며, 부대찌개 가격이 7000~85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식사메뉴이기 때문에 꾸준히 찾는다고 설명했다.
치킨, 주점, 커피나 디저트 등은 주머니가 가벼워지면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외식메뉴다.
하지만 부대찌개는 필수로 먹는 일상식이기 때문에 불황에 강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내산 돈육으로 만든 수제햄은 쫀득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로 진한 사골육수에 콩나물과 특제 양념으로 만들어 시원하고 깔끔하다. 대중적인 메뉴의 맛과 품질을 높인 것이다.

업종 변경을 결심했을 때 조리가 가장 걱정이었다. 하지만 본사의 지원으로 걱정을 덜었다. 본사에서 수제햄과 소시지, 육수와 양념, 1차 손질된 신선재료 등을 진공포장으로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전문 주방장이 필요 없는 이유다. 팩으로 공급되는 재료들을 전골냄비에 담아 제공하면 테이블에서는 손님들이 직접 조리해먹는다.

주방인원을 최소화하여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 이 사장은 132m2(40평) 규모 매장에서 평일 일매출 200만 원, 주말은 240만 원을 올린다. 월매출은 6000만 원을 웃돈다.

무한리필로
맛집으로 거듭나

여기서 경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20~25% 정도 수익이 남는다. 그는 조만간 우삼겹쭈꾸미 등 술한잔에 안주겸 식사가 가능한 메뉴 등을 추가해 저녁손님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객단가를 높이고 경영을 안정적으로 꾸려간다는 계획이다. 이후 3년 내 박가부대찌개 매장을 부산에 하나 더 낸다는 목표다.

족발중심 부천로데오점 김경순 사장(45·여)은 인천 원미구 심곡동 부천대학교 인근의 부천로데오에서 업종을 변경하여 고객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곳이다.
원래 그는 이전에도 음식점업을 했었지만, 매출이 신통치 않아 업종을 변경한 사례다.
최근 족발이 웰빙음식으로 재조명되면서 소비층도 중장년층에서 젊은층으로 확대되고 있어 대중성과 성장성을 두루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 중에서 40년 전통의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노하우를 갖추고, 인프라와 지원이 튼튼한 원할머니보쌈족발의 자매브랜드인 족발중심을 선택했다.
마침 본사에서 신규 가맹점을 대상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 투자비를 낮출 수 있었던 점도 자금적으로 부담이 덜했다.

그는 점포 경쟁력에 대해 무한리필로 맛과 실속을 두루 갖춘 점을 꼽았다.
지난해 무한리필 영업방식을 도입, 인근 대학생들을 비롯해 주거지역의 가족단위 고객의 외식장소로 거듭나고 있는 설명이다. 1인당 1만2800원에 부드럽고 담백한 맛의 족발에 보쌈, 토종순대, 들깨미역국으로 구성된 A세트가 단연 인기다.
여기에 1000원을 더하면 매운맛 족발까지 먹을 수 있다. 밥과 멸치볶음, 단무지, 김에 버무려 먹는 셀프멸치주먹밥은 어린이 고객이 좋아한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세련된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젊은층이 자주 들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점포는 김 사장네 부부 2명이서 운영한다. 홀은 김 사장 주방은 남편이 담당한다.
처음에는 족발을 어떻게 조리하나 걱정도 했다. “족발이나 소스 등의 식재료를 완제품으로 본사에서 공급해주기 때문에 일손을 덜었어요”라고 그는 말했다.
원팩으로 공급받은 제품을 뜯어서 제공하거나 소스에 버무리는 등 주방에서의 준비가 비교적 간편하다. 메뉴를 주문 받은 후 리필만 해주면 되기 때문에 2명이서 83㎡(25평) 규모 점포를 운영해도 거뜬하다. 지난해 3월 오픈한 이곳은 83㎡ 규모 매장에서 저녁영업(15:30~24:00)만으로 월평균 2100만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소장(중앙대 겸임교수)는 “너무 과다한 돈을 들여 업종전환 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리모델링 창업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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