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발바리 인면수심 행각 경악


혼자 사는 여성들을 상습 성폭행해 온 40대 회사원이 경찰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청주 흥덕서는 지난달 27일 청주. 천안지역 원룸촌에서 여성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최모씨(45.회사원)를 특수강도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5월 청주시 가경동 한 원룸에서 B씨(38.여)를 성폭행 이후 최근까지 6년여 동안 청주에서 23건, 천안에서 2건등 40여견의 강간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검거한 날에도 최씨는 청주시 죽림동의 한 원룸촌에서 도시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하려 중이었다. 최씨는 이날 새벽 4시20분께 잠복 중이던 형사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놀라운 것은 이뿐 아니다. 최씨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성욕에 굶주린 성폭행범 이렇게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최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방범용 CCTV가 설치된 장소를 피하고 범행에 필요한 도구를 사전에 미리 챙기는 등 그 수법이 매우 치밀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흥덕 경찰서는 지난 4월 원룸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자 동일범에 의한 상습 성폭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전담팀을 꾸렸다. 경찰은 지난 4월 17일 형사 4명으로 성폭력전담팀을 구성한 이후 100여 동안 청주시내 원룸밀집지역인 죽림. 산남. 봉명. 복대동 일대 등에서 잠복근무를 해왔다.

하지만 성폭행범을 검거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고 신원파악에 나섰지만 현장에서 단서가 거의 발견되지 않아 용의자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 관계자는 “매일 원룸밀집지역에 잠복근무하며 범인을 추적했지만 용의자는 잡히지 않았다”며 “나중에 잡고 보니 최씨는 경찰의 추적에 철저히 대비해 움직이고 있었다. 수사관들이 잠복근무를 하지 않았다면 검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를 붙잡은 경찰은 용의자가 의외로 평범한 중년회사원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씨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새벽이면 “근무 때문에 일찍 출근한다”며 아내를 속이고 집을 나선 뒤 성폭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두 얼굴의 성폭행범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웨딩업체에 근무하며 두 아이와 아내를 둔 평범한 가장이지만 새벽만 되면 도구를 챙겨 연쇄성폭행을 저지르는 이중생활을 해왔다”며 “특히 최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방범용CCTV 설치장소를 피해 이동하고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콘돔과 장갑 등을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또 최씨는 주로 밤늦게 귀가하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노렸다. 이 관계자는 “최씨는 주로 새벽 3∼6시 사이에 원룸 2∼3층에 홀로 사는 여성을 범행대상으로 삼았고, 피해자 중엔 새벽시간대에 귀가하는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이 다수 포함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최씨의 성범죄 20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최씨의 총 성폭행 건수는 45건으로 늘어났다. 경찰이 자백을 통해 밝혀낸 추가범죄는 청주 용암. 용정. 산남. 강서동에 산재돼있고, 천안지역에서 이뤄진 범행은 2건 외에 추가 확인되지 않았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최씨를 상대로 여죄를 캔 결과 기존 25건 외에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20건의 성폭행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배관을 타고 방범창이 없는 원룸 2∼3층 집을 주로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6월 22일 오전 3시30분쯤 청주시 흥덕구 한 원룸 건물 2층에서 김모(26·여)씨를 성폭행하는 등 2003년 5월부터 최근까지 청주와 천안 일대 원룸촌에서 45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씨는 청주 용암동과 봉명동의 한 원룸에 대해선 시차를 두고 두 차례나 침입해 여성을 재차 성폭행하는 대담한 행각을 벌였다. 아울러 최씨는 원룸에 침입해 초등학생 7살 아들과 함께 자는 어머니를 성폭행한 적도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흥덕서는 전국의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여 최씨의 추가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비교적 여유시간이 많은 현 직장으로 옮긴 뒤부터 집중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가 2007년 이전의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는 점으로 봐서 추가범죄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CTV가 발바리 검거 일등공신

흥덕서의 한동희 경감, 오경완. 이찬호 경사, 김재원 경장 등 베테랑 형사 4명과 범죄심리분석가인 양애란 경장(여) 등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발바리 검거에 나섰다.

팀원들은 100일간 매일 새벽 2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하루 4시간씩 잠복근무를 한 끝에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 범죄가 자주 발생한 지역은 청주 가경, 산남, 복대, 죽림동으로 죽림동에서 용의자 최모씨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이 최씨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첨단장비 덕분이었다. 경찰은 CCTV 6대를 빌려 위험지역에 설치했고 마침내 최씨는 이 그물에 걸려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매우 민첩할 뿐 아니라 힘도 세서 경찰이 제압하는 게 힘겨울 정도였다. 조사결과 최씨는 평소 운동을 통해 체력을 단련해 왔다고 한다.

<윤지환 기자> jjh@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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