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 분위기 천차만별 그곳에선 어떤 일이…

초이스가 끝나면 아가씨들은 이내 자리르 ㄹ떠 옆방 대기실로 향한다(맨위) 룸안에 비치되어 있는 클로즈업 모니터. 손님들이 큰 모니터를 모고 특정 여성의 모습을 클로즈업 해달라고 말하면 작은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다.(가운데)

일반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봄직한 유흥업소 룸살롱. 그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여종업원들을 마치 하녀 대하듯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에서 얌전히(?) 술만 마시고 나가는 단골손님까지… 특히 여종업원들은 밤을 새며 손님들을 마주대해야 하기 때문에 쉴 공간이 필요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식사도 해야 한다. 그래서 마련된 곳이 대기실이다. 과연 금남의 장소 대기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녀들의 쉼터, 룸살롱 대기실을 집중 취재했다.

지난 9월 2일 밤 9시. 선릉역 근처에 위치한 A 룸살롱을 찾았다.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은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지인과 함께 룸살롱 취재를 허락 받았지만 기자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물론 유흥가에 안 가본 것은 아니지만 취재차 룸살롱을 가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P기업 사거리 뒷골목은 밤이 되면 딴 세상이 된다. 홍등가는 불빛을 밝히며 손님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목적지인 A 룸살롱에 다다랐다. 입구에는 건장한 사내 3~4명이 지키고 있었다. 미리 약속한 룸살롱 사장이 일행을 반겼다. 출입문 앞에는 앳된 여성 2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짙은 갈색에 퍼머기 있는 머리 스타일. 영락없는 신세대의 모습이다.

귀에는 20대 여성이 가장 선호하는 MP3가 걸려있었다. 곁에 있으면 어떤 노래인지 대번에 알 정도로 볼륨이 높았다. 기자가 지나갈 때 살짝 들어보니 최신 유행곡이었다. 어째서 저런 여성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뒤로 한 채 먼저 찾은 곳은 손님을 맞는 룸이었다. 이곳은 약 40개의 룸이 있었다. 지상 2층부터 4층까지 룸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다른 룸살롱과 시스템부터 달라 주목을 받는 곳이었다. 여종업원들을 초이스하는 것부터 기존의 룸살롱과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룸에 손님이 오면 4~5명씩 방문을 두드리고 인사를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것.

우선 이곳의 룸에는 최신형 벽걸이 TV가 눈에 들어온다. TV를 켜자 익숙한 장면이 연출된다.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을 본 따 만든 대기실이다. 세계 각국의 미녀들이 나와 대한민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있었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었다.

마치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상케 한다. 모두 3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들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성들이 가슴에 번호표를 붙이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남성 종업원이 마이크를 들고 손님들의 질문이나 궁금한 사항에 대해 질문을 한다. 그러면 여성들은 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하게 되고 이를 본 손님들이 마음에 드는 여성을 초이스 하는 형식이다. 룸에서 손님이 원하는 여성을 더욱 자세히 보기 위해 별도의 카메라를 이용, 선택된 여성을 클로즈업 시켜 보여주기도 한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색다른 초이스 형식으로 손님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어디서 촬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업소 사장은 지하에 있다고 설명해줬다.

업소 사장은 “이런 시스템은 우리뿐만 아니라 아가씨들에게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런 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않으면 일하기가 힘들다. 잘못하면 하루 종일 카메라 앞에만 앉아 있다가 퇴근을 할 수 도 있다. 철저한 경쟁 시스템이다. 촬영장은 지하에 있다. 그녀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촬영장 바로 옆방에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호기심이 발동한 기자는 촬영장 안을 직접 촬영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업주의 대답은 ‘노’였다.

업주는 “아가씨들이 카메라에 대한 거부반응이 대단하다. 얼굴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유출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손님들이 모니터를 보고 사진을 찍기도 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모니터에 특수 필름을 덧씌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신 대기실에서 아가씨들과의 취재는 가능하다”며 대기실로 안내했다.


지하에 대기실과 촬영 스튜디오 완비

대기실과 촬영장이 있는 지하 1층에도 룸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다른 층에 비해선 상당히 어수선했다. 지하 1층은 손님이 넘쳐나지 않는 이상 공개하지 않는 곳이라고.

미로처럼 어지러운 지하 1층에 내려가자 아가씨들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대기실로 들어서자 십 수 명의 여성들이 자유롭게 얘기를 하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미처 끝내지 못한 화장을 하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저녁 10시.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아가씨들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업주는 상황 설명을 해주고 이내 자리를 떴다. 갑작스런 기자의 방문에 여성들은 경계의 눈초리가 가득했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이리 저리 눈치를 보던 기자를 함께 간 지인이 이끌고 방 구석자리에 앉게 했다.

그녀들이 하는 대화는 단순했다. 어제 있었던 진상 손님 얘기에서부터 연예인 얘기, 옷에 관한 얘기가 다였다.

방 구조는 간단했다. 대기실에는 커다란 TV 한 대와 음식 등을 먹을 수 있는 취사시설, 한쪽에는 매트리스가 있어 취침까지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약 30명 정도는 거뜬하게 머물 수 있을 만큼 컸다. 쭈뼛거리며 가장 가까운 여성에게 말을 걸어봤다.

기자가 많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 여성은 다소 새침한 눈빛으로 “별루”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처음 본 기자를 경계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본분을 망각할 수 없었다. 그나마 옆에 함께 온 기자의 지인이 몇 번 얼굴을 터 놨기 때문에 그를 통해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올 해 들어 유흥 생활 3년째라는 은영(가명·25)씨는 “여기서 별다르게 하는 일은 없다. 그냥 TV를 보거나 서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가끔 진상 손님에 대한 화풀이도 한다”고 말했다.


나가요 걸, 사연도 가지가지

은영씨는 부족한 학비를 벌기 위해 이곳에 처음 온 이후 결국 직업이 됐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이 일을 시작한 은영씨. 등록금을 마련하고 학교에 들어갔지만 이만한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결국 방학기간에 또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됐고 결국 학교를 다 끝마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 것.

은영씨는 “어차피 돈을 벌 생각이라서 어떤 일이든 상관없었다. 비록 이런 일을 하고 있지만 내게도 작은 꿈이 있다. 동대문이나 신촌에 옷가게를 하나 내는 것이다. 돈을 아껴 쓰며 모으고 있지만 쉽지 않다. 쉽게 번만큼 씀씀이가 커지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소박한 꿈에 대해 말했다.

은영씨와 인터뷰를 하는 중에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잠시 나가보니 술 취한 손님을 종업원과 여종업원이 어르고 달래는 중이었다. 3층에 있던 50대 중반의 이 남성은 일행과 함께 룸살롱에 왔다가 갑자기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초이스를 다시 한다고 떼를 쓴 것이다.

결국 실장이 직접 나서 손님을 달랬고 파트너를 교체하게 됐다. 잠시 후 교체당한 여성 종업원이 대기실로 들어왔다.

은영씨에 따르면 이 여성은 올해 21세인 나리씨(가명)였다. 오늘이 첫 출근인 나리씨가 손님과의 작은 마찰로 퇴짜를 맞은 것이다. 나리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몇 마디 물어보려 했지만 이내 관뒀다.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은영씨는 “집안형편이 어려워 이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나 처음 이쪽에 발을 디디면 겪어야 할 과정이다. 안쓰럽고 애처롭지만 우리가 특별히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다. 혼자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이면 각양각색의 손님들 때문에 화나고 어이없는 일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10명 중 5명은 첫 출근 이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머지 5명도 얼마 못가 관두기 일쑤다. 간혹 이 일이 잘 맞는 여성들도 있다. 술 좋아하고 노는 것 좋아하는 여성들이다.

A 룸살롱에도 그런 아가씨가 있다고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술을 워낙 잘 마셔 왠만한 남성들 못지않다는 게 업소측 설명이다. 특히 싹싹하기까지 해서 단골손님들에게 자주 지명을 받아 월급도 상당하다고.

업소측 관계자는 “우리 업소에서 가장 지명이 잘되는 아가씨 중 한명이다. 술시중도 잘 하고 노는 것을 좋아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런 아가씨들이 아무래도 손님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가 들어올 때 본 앳된 여성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줬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아까 출입구에 있던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우리를 찾아온 여성들이다. 올해 나이는 갓 스무살을 넘겼다. 자발적으로 오는 여성들이 최근 들어 간혹 있다”고 말했다.

자정을 서서히 넘기면서 대기실은 분주해졌다. 손님들이 올 때마다 여성들은 촬영장소로 옮겨 다니고 룸을 옮겨 다니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이때 업주가 대기실로 내려왔다. 취재진이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갑자기 업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였다. 그런데 1인 가격만을 물어봤다. 전화를 끊고 업주에게 물어봤다.

“요즘 들어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초저녁 시간대엔 우리도 할인을 해주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술을 마실 수 있어 혼자 오는 손님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업소들과 가격경쟁이라도 붙으면 가격은 더욱 다운될 수밖에 없다.”

업소를 나오는데 고급 승용차 한 대가 턱 하니 세워졌다. 승용차에서 한껏 치장한 여성 3명이 다급히 내렸다. 면접을 보러 오는 여성들일 것이다. 낯선 곳에 들어서는 그녀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묻어났다. 현란한 네온사인만이 그녀들의 첫 출근을 반겼다. 오늘도 홍등가의 불빛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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