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에 한강 둑 파괴되면 서울 수장(水葬) 될 것”


올 여름 해운대에 몰아닥친 ‘쓰나미’(지진해일)의 공포가 절정에 달했다. 전국에서 천만 명 이상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인 ‘해운대 발(發) 쓰나미’의 인기가 단순한 흥행성공을 넘어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7월 말 개봉한 영화 ‘해운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개봉 1개월 만에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는 일본 대마도(對馬島·쓰시마섬)가 침몰하면서 생긴 높이 50m 이상의 ‘메가 쓰나미’(초대형 지진해일)가 대한민국 거점도시인 부산 해운대를 덮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영화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 같은 비극적 참사가 실제로도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두려움 섞인 호기심의 실체를 벗겨봤다.


“대마도는 수평단층대, 침몰 가능성 적어”

영화 ‘해운대’는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이사 수마트라를 강타한 쓰나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큰 ‘메가 쓰나미’가 해운대를 강타했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영화처럼 대마도가 침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만약 침몰한다면 정말 높이 50m 이상의 ‘메가 쓰나미’가 우리나라를 덮칠까.

이 같은 질문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먼저 대마도가 가라앉을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길호 소방방재청 지진대책계장은 “대규모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북해도(北海道·훗카이도)는 지반운동이 상하로 움직이는데 반해 대마도는 좌우로 움직이는 수평단층대다”며 “지진이 일어난다 해도 섬이 가라앉지는 않고 양 옆으로 움직이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는 대마도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대형지진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 과거 작은 규모의 지진해일을 일으킨 후쿠오카의 해저지진 규모는 7.0이었다.

더구나 대마도는 일본 본토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실제 지진 강도는 리히터 규모 2~3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해보다 동해안이 더 위험

영화 속 ‘대마도 침몰’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설정이라도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일본열도 동쪽에서 발생한 지진이 우리나라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메가 쓰나미’를 불러올 새로운 변수는 없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일단 해운대 인근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근해의 수심과 관계가 깊다. 만약 수심이 깊은 해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엄청난 참사가 몰려올 수 있다. 파도와 달리 쓰나미는 깊은 바다 속 물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립방재연구소 정태성 박사는 “이론 상 영화 ‘해운대’ 수준의 쓰나미가 몰려오려면 해저 지각변동이 적어도 수심 수천m 이상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나야 생긴다”며 “그런데 해운대 인근 수심은 이에 비해 상당히 얕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또 “대규모 해저지진이 발생할 경우라도 10m 안팎이라면 몰라도 50m 이상의 ‘메가 쓰나미’가 덮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치에서 상대적으로 수심이 얕은 서해안, 남해안 보다 깊은 바다인 동해안은 치명적인 쓰나미가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 쓰나미의 규모와 속도는 수심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해안과 남해안의 수심은 100m 정도다. 반면 동해안의 수심은 평균 2km에 달한다. 동해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면 해일 높이와 피해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재난위험, 쓰나미〈내륙지진

쓰나미는 해저지진이 일어난 순간부터 해안가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차가 있다.

이 시간차는 대부분 예측이 가능해 대피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재난은 쓰나미 보다 내륙에서 갑작스레 발생하는 지진이다.

만약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메가톤급’ 지진이 일어나 한강 상류 댐이 파괴되면 쓰나미를 뛰어넘는 수마(水魔)가 수도 서울을 비롯해 한강 인근 지역 전체가 물바다가 될지 모를 노릇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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