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비방으로 불치병 치료”불법 의료행위 ‘논란’

2007년 9월 전주지법 항소심에서 장병두 할아버지의 선처를 바라는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응원하고 있다.

화타 논란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던 장병두 할아버지의 대법원 판결이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확정되지 않아 환자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장 할아버지의 최종 판결이 늦어지면서 장 할아버지에게 치료를 받았다 중단한 환자들이 사망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장 할아버지의 의술이야기를 담은 책도 출간되는 등 장 할아버지의 구명 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장 할아버지의 측근들을 통해 최근 근황에 대해 알아봤다.

장 할아버지에게 치료를 받기 위해 애타는 환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와 중국에 있는 아버지의 병을 고치고 싶다는 장문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학생은 한국으로 유학을 와서 장병두 할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읽고 연락을 취한 것이다.

이 중국인 유학생은 “제발 아버지가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 장 할아버지를 만나서 진료만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원 보호차원에서 장 할아버지의 주소를 알려 주진 못했다. 다만 구명운동을 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모임을 알려주는 게 고작이었다.

이밖에도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이메일과 전화연락을 통해 장 할아버지의 연락처 내지는 집주소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이들의 바람은 한가지였다. 생명을 살릴 수 있든 없든 장 할아버지에게 진료만이라도 받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들이었다.

한 환자의 가족은 “이미 때를 놓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도 마지막 희망으로 장 할아버지를 생각하고 있고 나 또한 마지막 가는 길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주자는 뜻에서 장 할아버지에게 진료를 받게 해주고 싶다. 현재 상황으로는 진료조차 할 수 없어 정말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 할아버지의 재판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07년 11월 장 할아버지측 변호사는 대법원 상고를 했고 2008년 5월 원래대로라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장 할아버지에 대한 확정기일을 연기하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1년이 넘도록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장 할아버지는 건강까지 악화됐다. 의식 불명까지 갈 만큼 위중했었다고 한다. 워낙 연로하고 오랜 재판과정에서 심적으로 고충이 컸던 탓이었다.

장 할아버지의 한 측근은 “당시 심적 고통이 컸던 나머지 병을 얻었다. 의식까지 잃어 주변에서는 돌아가시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본인이 계속 약을 거부하면서 ‘환자들을 돌보지 못하면 차라리 죽는게 낫다’며 더욱 병을 키우셨다. 그러나 다행히 의식을 회복해 약을 드셨고 건강을 회복했다. 예전과 같은 건강을 되찾지는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장 할아버지 구명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박태식 전북대 교수는 장 할아버지의 최근 근황에 대해 알려줬다.

박 교수는 “할아버지를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아뵙는데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 건강이 좋지 않은 이유가 심적인 고통 때문이다. 거의 자택에만 머물면서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는다. 지인들조차 만남을 꺼려하시는 통에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수년에 걸친 재판과정에서 오는 심적인 고통과 최종 확정 판결이 늦어지면서 더욱 힘들어 하셨다고 한다.

박 교수는 “원래 환자 돌보는 재미로 힘든 줄 모르셨는데 환자를 진료 할 수 없게 되자 힘들어 하셨다. 이런 와중에 진료를 받다 중단한 환자들이 죽는 경우가 발생해 더욱 심적으로 고통을 느끼셨던 것이다. 곁에서 보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는 하루라도 빨리 진료를 할 수 있게 재판을 끝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인권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박 교수는 “재판 관련해서 직접 탄원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탄원서가 대법원에 이첩됐다는 것만 알려줄 뿐 그 후의 내용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도 모두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건강 악화돼 지인들 마음 졸여

또 다른 한 측근도 할아버지의 근황에 대해 전해왔다.

장 할아버지의 한 측근은 “현재 장 할아버지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중 손을 놓은 변호사도 있다. 아무래도 변호사로써 마땅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전까지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었던 친척도 돌아간 상태다. 현재는 누가 함께 있는지 모른다. 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다”고 말했다.

특히 장 할아버지가 언론을 통해 유명해지면서 주변에 장 할아버지의 의술을 악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측근은 “예전에도 장 할아버지에게 접근해서 ‘무혐의 처리를 도와주겠다. 그리고 학교를 세워 의술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하는 사기꾼들이 있었다.

최근에도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 곁에 머물며 감언이설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장 할아버지의 판결이 늦어지면서 생겨 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연출되면서 장 할아버지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최근 출간된 장 할아버지 의술에 관한 책<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주세요>에 관여했던 한 측근은 “예전에 할아버지의 재판을 통해 함께 처벌 받았던 조카분이 다시 할아버지의 수발을 들고 있다. 건강이 회복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책을 출간한 이유에 대해 “아직 일반인들이 할아버지가 어떤 이유로 환자들을 고치게 됐으며 그 때문에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 책을 통해 장 할아버지가 왜 뛰어난 의술을 갖고 있는지, 또한 환자들이 어떤 마음 때문에 장 할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하는지에 대해 올바르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 의술 전수돼야

최근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신종플루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 할아버지의 의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장 할아버지는 안색과 진맥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자신만의 약재를 사용해 병을 고친다.

일전의 인터뷰를 통해 장 할아버지는 “내가 쓰는 약재들은 모두 수년에서 수 십 년에 걸쳐 발효시키고 독을 뺀 약재들이다. 현재의 한의학 같은 경우 환경이 변하면서 제대로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의술은 다르다. 그 사람에 맞는 약을 쓰기 위해 자주 먹는 음식을 약재에 포함시키는 등 현재 상황에 맞는 약을 만든다”고 말했다.

환경적 요인 때문에 성인병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발병하고 암 등 치명적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장 할아버지의 의술이 더욱 필요로 한 것이다.

장 할아버지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는 한 지인은 “요즘처럼 나쁜 병이 창궐하고 있을 때 장 할아버님이 병을 고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요즘에는 어린 나이에도 성인병, 암 등 치명적 병들이 많이 발병하고 있다. 이들을 고칠 수 있도록 법원과 정부가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자칫 할아버님의 의술이 전수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비단 환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선처를 부탁한다”며 장 할아버지가 진료할 수 있도록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현재 장 할아버지의 대법원 선고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11월 12일 무면허 의료행위 관련 공개변론 일정이 잡히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할아버지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태원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에서는 무면허 의술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권 의료계에서 환자 상태를 파악한 후 포기한 사람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무면허 의술 행위자를 찾아가 병을 고치는 것은 현행 의료법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현행 의료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건이다. 결과에 따라 장 할아버지의 대법원 판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 할아버지측과 이를 논의 중에 있으며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난다면 장 할아버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쳐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된다.

박 변호사는 “지난 해 헌법 재판소는 12건의 공개변론에서 10건을 위헌판결 한 바 있다. 이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헌법 재판소의 공개변론은 어느 정도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헌법 재판소의 공개변론은 새로운 돌파구다. 다만 환자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만큼 신중히 대처해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6개월이 넘도록 대법원 판결이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헌법 재판소의 공개 변론 소식이 전해지면서 환자들과 장 할아버지의 지지자들에게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판결에 따라 장 할아버지의 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병두 옹의 특이한 치료 방법

장 할아버지의 의학원리는 음양의 원리 내지 상대성 원리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서, 절반은 현재의 한의학과 비슷한 면이 있으나, 절반은 완전히 그 성질을 달리 한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처방전을 현재 한의학 박사들이 보더라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장 할아버지는 “현재의 한의학은 동의보감을 기본으로 정립된 것이나 허준 선생이 동의보감을 저술할 당시의 물과 공기, 환경이 현재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라 현대병의 치료에 동의보감의 내용이 잘 맞지 않는 것이 많이 있다”며 자신의 의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 할아버지의 치료 방법은 문진 후 약을 조제한다. 약의 주원료는 웅담, 사향, 녹용, 삼, 꿀 등 자연식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재료들과 달리 대부분의 원료를 10년 이상 발효, 정제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없다고 한다.

장 할아버지의 진맥방법은 등 부위의 경락을 쓰다듬어서 하는 것으로서, 일반 한의사의 방식과는 다르다. 진맥과 처방의 용어도 본인만 아는 용어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그 구체적인 의미를 잘 모르기 때문에 처방에 따른 약의 조제 또한 직접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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