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일곱 살 아이의 아빠 밤이면 성폭행범 ‘돌변’

A씨가 가스배관을 타고 오를때 사용한 장갑과 모자, 피해자들을 성폭행 할 때 사용하기 위한 콘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제공]

10여 년 간 경기 북부지역에 출몰했던 성폭행범 A씨가 검거되면서 그의 범죄 행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A씨는 7살 난 딸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생활하면서 밤이 되면 혼자 사는 여성들을 노리며 성폭행범으로 탈바꿈했다. 여성들을 표적으로 한 성관련 범죄들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전주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성폭행범이 검거되는가 하면 이전에도 연쇄성폭행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요서울>은 최근 붙잡힌 경기북부 지역 성폭행범 A씨의 범행 수법을 통해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범죄 원인에 대해 알아봤다.

A씨의 범죄행각은 2000년부터 시작됐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들 집을 털기로 마음먹은 A씨는 자신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여성들을 성폭행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같은 성폭행은 결국 절도보다는 비뚤어진 성관계를 야기시켰다.

긴장된 상태에서의 성관계가 성적 쾌감을 자극시켰고 결국 절도 보다는 성폭행에 빠져들게 된 것. 이후 A씨는 습관적으로 성폭행을 일삼는다. 여성들을 쫓아가 혼자 사는지 여부를 파악한 뒤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에 범행을 시작한다. 장갑과 마스크를 사용해 철저히 자신을 은폐했고 범행 뒤에는 물청소까지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여성들이 신고할 수 없게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들을 위협하기 위해 여성의 신원을 파악하거나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속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범죄를 할수록 과감해져 낮에도 문단속이 허술한 집을 찾아 성폭행을 일삼는 등 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2002년 결혼을 한 A씨는 잠시 범행이 주춤하는 듯 보였지만 성폭행에 대한 잘못된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더욱 악랄하고 변태적으로 변화했다.

경찰관계자는 “한 번에 자매를 성폭행하는가 하면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성폭행 한 후 몇 달 뒤 또 다시 찾아가 성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또한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여성의 집에 침입해 남성을 묶어 놓고 성폭행 하는 등 변태적인 성관계로 발전했다”며 A씨에 대한 범죄 행각에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10여 년 간을 모두 125명의 여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A씨의 범죄 행각은 지난 7월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A씨의 꼬리가 잡히게 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27건의 DNA를 확보하고 지역 기지국을 통해 통신자료를 확보했다. 이후 동종 전과자들을 탐문하면서 수사 범위를 좁혀 나갔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훔친 휴대폰이 실마리가 돼 잡히게 됐다. 경찰은 피해 여성 휴대폰을 통해 음란 전화사용을 확인, 사건 발생지역에 다녀간 용의자를 더욱 좁히게 된다. 이후 A씨가 사건 당일은 아니지만 전후에 사건 발생지역에 자주 출몰한 것을 확인하고 DNA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범인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붙잡히게 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면서 A씨에 대한 이중생활이 수사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A씨는 7살 난 딸을 두고 있으면서 조카까지 맡아 키우는 건실한 가장이었던 것. 부인과의 사이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자상한 아빠였다는 것이 수사진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A씨는 몇 건의 전과 기록이 있었지만 중대한 사안은 아니었다. 매우 평범한 사람이 범인인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A씨가 주장하는 습관성 때문에 범죄를 계속 저질렀다는 주장에 많은 국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편적인 연쇄 성폭행범들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한 범죄 심리 전문가는 “대부분의 성폭행범들이 처음부터 여성을 성폭행하려고 들어가지는 않는다. 습관적이라는 범인의 얘기는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백석대 경찰학과 김상균 교수는 “부인도 있는 평범한 가장이 긴장된 상황에서 겁탈이나 강간을 하면서 어떤 성적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성적 자극을 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절도를 위해 범행을 했고 범죄를 은폐하려는 목적으로 성폭행을 했는데 이것이 차츰 성적 쾌감을 얻다 보니 절도보다는 성폭행이 목적이 되어 범행을 저지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여성 늘어

한편 이번 사건을 통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범죄에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범죄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원인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인에 대해 한 사회학 전문가는 “사회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매체들, 예를 들어 공중파나 인터넷, 게임 등에서 선정적인 장면과 상황들이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결국 남성들의 성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회적 규범들로 매우 폐쇄적이고 닫혀 있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의 상황은 매우 개방된 사회라는 것이다. 성폭행 등 성범죄들이 예전보다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현상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1인 가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여성들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상황이다.

백석대 김상균 교수는 “예전에는 가족들과 함께 사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직장이나 기타 이유 때문에 1인 가구가 많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범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혼자 사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범죄의 표적이 많아지고 있어 관계당국의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범죄 예방책은

혼자 사는 여성들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해답을 알기 위해선 먼저 범죄자들의 패턴을 알아야 한다. 성범죄자들의 경우 충동적인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보다는 사전답사 등 표적에 대한 정보 수집을 먼저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성범죄자들이 지나가는 여성들 중 성적 충동을 일으켜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성범죄는 사전 답사를 통해 여성이 어디에 사는지, 또는 누구와 사는지 파악을 하게 된다. 이럴 경우 범죄자들은 여성이 혼자 사는 것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통 베란다 등에 걸린 빨래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널려있는 빨래가 여성의 것들만 있다면 혼자 사는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혼자 사는 여성일 경우 남성 옷을 일부러 걸어 놓는 게 범죄예방에 좋다. 물론 여름철 문단속도 철저히 해야 한다. 하지만 문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건축법에 소방안전 기준과 마찬가지로 방범안전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방이나 건축에 대한 안전기준은 있지만 방범안전기준이 없다. 예를 들어 창문의 경우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어떤 형태를 이뤄야 한다든지, 출입문도 밖에서 억지로 열지 못하게 하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가스배관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우 아예 방범안전기준이 경찰청 소관으로 돼 있다. 경찰청에서 방범안전평가를 진단한다”며 방범안전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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