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바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호빠 첫날밤’


많은 민간인(?) 여성들에게 호스트바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로망’일지도 모른다. 물론 두 명만 가도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 입을 못다문다. 하지만, 일부 여성들의 경우 한푼 두푼 호빠에 갈 돈을 별도의 통장에서 모으고, 호빠계를 들어 뜻이 맞는 여성들끼리 목돈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호빠에 ‘꽃미남이 나온다’는 말에 그녀들은 ‘그래도 호스트 아니냐’라며 빈정거릴지 몰라도 자신도 언젠가 만나게 될 꽃미남들을 남몰래 그리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호빠의 주요 고객층은 룸살롱 나가요 아가씨들과 동대문 패션 상가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 그리고 돈이 많은 유한마담들이다. 그러나 일반인 여성들도 때로는 호기심에 삼삼오오 몰려서 호빠에 가곤한다. 물론 처음 가는 곳이라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가는 여성들이 태반이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초짜’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몰라도 아는 척, 없어도 있는 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호빠의 ‘선수’들이 그것을 모를 리는 없다. 호빠에 처음 가는 일반인들, 과연 그녀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것을 생각했을까.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의 ‘호빠 체험기’를 들어봤다.

사실 생각보다 호빠에 관심이 있는 여성들은 많다. 평범한 여대생에서부터 가정주부는 물론, 직장 여성들도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평범한 남자 대학생이든, 직장 남성이든, 한 아이의 아빠든,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나오는 룸살롱에 가고 싶은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습에 많이 놀라

그나마 남성들은 이러한 문화를 접하는 경우도 많고 처음 만나 룸살롱에서 ‘형-동생’이 되기도 하는 개방적인 문화지만 여자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설사 친한 관계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툭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서로의 허물까지 모조리 아는 경우라면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여자들 사이에서는 호빠가 그리 공개적으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서울 모 여대에 다니고 있는 김모양. 그녀는 주변 친구들로부터 끼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뿐 아니라 그녀 스스로도 술 마시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호빠는 이제껏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러던 그녀가 드디어 친구와 의기투합, 몇 주 전에 호빠에 가봤다고 한다. 그녀의 경험담을 들어보자.

“일단 호빠에 들어가자마자 어깨에 ‘팍’하고 힘이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화려한 인테리어에 주눅이 들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런 정도는 나에게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스텝들이 방으로 안내하는 과정에서부터 ‘내가 여왕이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고개가 세워지고 빳빳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거기서 만약 내가 ‘시골에서 상경한 처녀’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와!~’하고 감탄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그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감탄사 연발이었다. 호스트가 배정되자 바로 자신을 ‘누나’라고 칭하면서 거침없이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 사실 남성중심사회에서 처음 본 여자를 스스럼없이 ‘누나’라고 말하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여성들 역시 호스트들이 ‘선수’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기에 주눅이 들지 않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상대에게 나를 포장해야만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선수는 다르다. 자연스런 스킨십에서부터 말투까지 초짜 손님들을 놀라게 만든다. 그러나 그녀에게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다름 아닌 ‘기둥주’였다고 한다.

“정말이지 직접 눈앞에서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티내면서 보긴 힘드니까 눈동자만 커진 것 같았다. 가슴에서부터 흘러내린 술이 남성의 성기를 타고 흘러서 술잔에 고이고 그것을 마시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여자들이 이러고 논단 말이야?’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술잔이 내 앞에 오자 도저히 받아들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내 파트너는 계속해서 ‘별 것 아니다’는 투로 술을 권했고, 결국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난생 처음으로 기둥주라는 것을 마셔볼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속이 미식거리는 것 같았지만 티는 내지 못하고 맥주를 연거푸 마시면서 괴로움을 달랬다.”


일반여성은 쉽게 빠지지 않아

한 달 전쯤 호빠를 가봤다는 가정주부 이모씨는 ‘에스코트’에 놀라고 ‘놀이문화’에 놀랐다고 한다.

“사실 집에 있는 가정주부다 보니 남자들의 에스코트를 받을 일이 거의 없지 않은가. 내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 일들은 꿈도 꾸지 못한다. 더군다나 남편이 그런 에스코트를 해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나를 에스코트해주고 손 닦으라고 물수건 주고 함께 자리에 앉을 때까지 또다시 에스코트를 해준다. 사실 그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이나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으면서 짜릿함을 느꼈다.”

그녀는 음란한 놀이문화에 대해서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물론 또래의 동네 주부들과 잠자리를 이야기하며 아줌마들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깔깔거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을 놀이로 해본 경험은 없었던 것이다.

“안주를 주는데, 호스트가 바나나를 앞의 일부만 까서 자신의 다리 사이에 끼워서 주는 것이 아닌가. 완전히 남자의 성기 바로 밑에 붙어 있어서 안주를 먹게 되면 마치 오럴을 하는 듯한 야릇한 느낌이 들게 된다. 물론 오럴은 해봤지만 안주를 그런 식으로 먹어본 것은 또 처음이었다. 그뿐인가. 차력쇼를 보여준다고 하면서 내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기합을 한 뒤에는 갑자기 자신의 혀로 내 종아리를 핥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어보니 은근히 자극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그녀도 기둥주를 먹어보았지만, 아무래도 남성의 성기 자체가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런 식으로 술을 만드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약간의 혐오감이 들었지만 어쨌든 ‘재미’라고 생각하니 못 먹을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직장 여성들도 이러한 호빠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남자들로부터 ‘여자 나오는 술집’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 것도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닌 만큼, 정반대의 입장인 호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직장인은 경제력이 되는 만큼 이런 곳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중견기업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차모양은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일하는 ‘아는 언니’를 따라서 호빠에 가봤다고 한다.

“사실 직장 안에서 남자 직원들에게 유흥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나의 부서 자체가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사부나 경쟁부서 등이 아닌 비서실이기 때문에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번쯤 호기심을 가져보지 않는 여자가 몇 명이나 있겠는가. 결국 아는 언니에게 부탁해 호빠에 가볼 수 있었다. 어쨌든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만난 남성이 나에게 노골적으로 스킨십을 해도 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그 남성을 만질 수 있었다. 역시 분위기가 사람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사실 그녀의 경우 비서실에 근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외모가 되는 것이 사실. 그런 만큼 주변에 ‘집적대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그녀들을 남성과의 스킨십에 상당히 민감하게 만든다. 성추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슬쩍 슬쩍 접근해 오는 남성들의 손길을 느낄 때면 심한 혐오감이 들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호빠에서 만큼은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을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그렇게 호기심이 충족되는 하룻밤을 보낸 뒤에 오히려 감흥이 새로웠다고 한다.

“전철을 타거나 도심에서 길을 걷다가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가 있으면 ‘저 남자 호빠 선수 아냐?’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면 정말이지 이상하게도 묘한 상상이 되면서 그날 밤의 일이 생각나기도 한다. 만약 진짜 선수라면 저 친구는 룸에서 어떻게 놀까, 기둥주는 어떤 포즈로 만들까라는 것을 재미있게 상상하기도 한다. 어쨌든 호빠에 한번 다녀온 뒤로는 남자들이 많이 달라보였다. 늘 엄숙하고 규정에 맞춰져서 살아온 나 같은 비서직의 여성에게는 특히 그랬다. 어쨌든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 평범한 여성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그녀들이 쉽사리 호빠의 재미에 푹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호기심에서 시작했으니 호기심으로 끝난다는 이야기다.

물론 호빠가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로는 그녀들은 워낙 평범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호빠 자체가 자신이 적응하기에는 너무 낯설고 생소한 곳이어서 일반인들에게 더는 깊숙한 곳으로 빠져들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사진=서준 프리랜서 기자] www.heymanlif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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