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 복제돼지 연구를 재개하다”

(위부터 차례대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체세포를 주입하고 있는 모습 복제된 사자견 수암연구원 전경

줄기세포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황우석 박사가 최근 1심에서 4년 구형을 받은 가운데 경기도와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아직 재판 중인 황 박사와 계약을 체결해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황 박사와 김문수 경기도 지사간의 숨겨진 내막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황 박사가 연구를 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수암생명공학 연구원을 직접 찾아가 봤다.

9월 14일 10시. 경기도 용인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한 기자는 마중 나온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직원의 차에 올랐다.

직원에 따르면 수암연구원의 위치는 네비게이션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외진 곳이라고 했다. 10여분을 시골의 한적한 길을 따라 가자 산 중턱에 다다랐다. 그곳에 수암연구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넓은 대지에 꽤 규모가 큰 건물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모습이었다.

건물 앞쪽에는 탁 트인 경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당 한쪽에는 파라솔과 함께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건물에 들어가는 것부터 보안이 철저했다. 사전에 건물 안 직원과 통화를 한 이후 직원들만 가지고 있는 출입증이 있어야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2층으로 안내 된 기자는 회의실로 안내를 받았다. 잠시 뒤 충북대 현상환 교수가 들어와 기자를 맞이했다.

이전부터 현 교수는 황 박사의 연구 실적과 근황을 알려주는 대언론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몇 번의 통화만을 한 상태였고 직접 대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현 교수는 “이곳은 언론에 자주 공개하는 곳이 아니다. 특별히 수술 스케줄까지 잡아 놨다”며 기자를 수술실로 안내했다.

현 교수를 따라 다시 1층 수술실로 향했다. 수술실문은 지문 인식을 통해 개폐가 가능했다.

수술실 안에는 미리 준비된 듯 수술가운과 머리 두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신발장에는 수술실로 들어 갈 때 신는 슬리퍼가 있었다. 연구원들의 이름이 새겨진 슬리퍼도 눈에 띄었다. 그 가운데 ‘황우석’이라고 쓰인 슬리퍼도 보였다.

복장을 갖춘 후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에어룸에서 살균 소독을 거쳤다. 이윽고 4명의 연구원이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술대에는 한 마리의 개가 놓여 있었다. 현 교수에 따르면 이 수술은 개의 난자를 채취하는 수술이라고 한다.

현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복제개를 만들기 위해 난자를 채취한다. 이후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복제할 개의 DNA 정보가 있는 체세포를 삽입해 다시 대리모에 난자를 안착시켜 복제개를 만들어 낸다. 지금 수술은 일반 개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두 명의 연구원은 개의 배를 가르고 난자주머니를 살펴본 후 난자를 채취했다. 먼저 한쪽의 난자주머니에서 난자를 채취하고 이를 또 다른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이를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난자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연구원이 기자에게 현미경을 한 번 보라고 권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현 교수가 괜찮다며 이끌었다. 현미경으로 보니 선명하게 난자가 보였다.

수술대에서는 또 다른 난자를 추출하기 위해 반대쪽 난자주머니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개 한 마리가 수술실로 들어왔다. 밖에서 마취를 하고 난자를 추출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다.

현 교수는 “한 번 수술을 하면 약 8~9개의 난자를 추출한다. 지금 수술을 받는 개의 경우 한쪽 난자주머니가 퇴화되고 말았다. 보통 난자 추출이 가능한 개는 8~9개월 이상 된 개를 사용한다. 난자 추출 개는 개를 키우는 주인이 제공을 해주고 있다. 일반 개들도 간단한 확인 절차를 통해 난자를 기증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추출한 난자는 옆방으로 옮겨져 핵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게 된다. 이를 보기 위해 일행도 옆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십 여 개의 현미경들이 놓여 있었다. 방을 통해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가자 아까 채취해 놓았던 난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한 여성 연구원이 세심한 손놀림으로 난자에서 핵을 제거했다. 대단히 정밀한 작업이었지만 능숙했다. 그런 뒤 복제개의 DNA정보가 들어 있는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에 다시 주입시켰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불을 켜자 방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고가의 장비들이 즐비했다. 현 교수는 “대당 8000만원에 해당하는 장비들이다. 황 박사가 서울대에서 나올 때만 해도 변변한 기자재 없이 나왔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하나 둘씩 장비를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에서 복제 의뢰

1층에 또 다른 방으로 안내됐다. 이번엔 무균실이었다.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세포들이 질소가 담긴 특수한 통에 담겨져 있었다. 현 교수는 그 중 하나를 열어 기자에게 직접 보여줬다. 밀폐된 뚜껑을 열자 냉각된 세포가 들어있는 작은 케이스가 보였다.

이 세포들은 각종 실험 자료를 위해 쓰인다고 현 교수는 말했다. 무균실 옆에는 커다란 현미경이 하나 보였다. 현 교수에 따르면 그 현미경은 한 대 가격이 무려 7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 교수는 “황 박사의 한 지인이 기증해 주신 기자재다. 워낙 고가의 장비라 우리도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다. 이런 기증이 없었다면 지금의 연구 성과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후원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내부 시설을 돌아본 뒤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건물 한 쪽에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는 복제개들이 사육되어 있는 사육실이었다. 특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복제개들이 이곳에서 관리를 받고 있었다.

현 교수는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이 24시간 복제개들과 함께 생활하며 수시로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의뢰한 복제개들이 모두 이곳을 통해 의뢰인에게 전달된다” 며 “특히 해외 유명 연구진들도 우리의 사육 시설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 유명 연구소의 시설과 비교했을 때 전혀 손색이 없다는 말을 한다”며 최신 시설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사육실에는 사자견을 비롯해 각종 복제개들과 대리모가 함께 사육되고 있었다. 보통 태어난 지 30~40일이 되면 대리모와 떨어져 따로 관리를 받는다.

최근에는 진돗개를 사랑하는 모임을 통해 진돗개를 다수 복제해 분양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계최초 고양이 복제 시킨 신태용 박사 합류

수암연구원에는 35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연구소 근처에 있는 전원주택 2채를 빌려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연구원의 환경은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한 직원은 “공기 맑고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어 매우 만족한다.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의 여가 시간은 따로 있지 않다. 각자 팀을 이뤄 연구를 하기 때문에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시간이 나면 스스로 여가를 즐긴다고 한다.

현 교수는 “연구소 생활이 따로 출퇴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각자 알아서 하는 편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빨리 끝내면 여가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때에 따라선 팀별로 회식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연구진이 보강됐다. 그동안 해외 바이오 기업에 재직하고 있던 황 박사의 제자 신태영 박사가 지난 9일 귀국과 동시에 연구원에 합류, 현재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신 박사는 세계 최초로 고양이 복제를 성공시킨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신 박사는 세계 최초 복제개 스너피 복제에도 일조했다. 그 동안 유명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고사하고 자신의 스승인 황 박사를 돕기 위해 귀국을 결심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 교수는 “신 박사는 스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합류해서 함께 명예회복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에서 들어오게 됐다. 데이터 관리 등 연구관리 실장 직함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황 박사는 해외에 머물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공판이 끝나면 해외 모처에 있는 연구기지에 가서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현 교수는 “해외 기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줄 순 없다. 공동연구기지로 한 달에 십 여일 정도는 해외에 가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2시간에 걸친 연구원 취재를 마치고 현 교수는 재판과 관련한 말을 남겼다.

현 교수는 “이제 1심 구형이 난 상태다. 총괄 책임자로서 황 박사에게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40여차례 공판 중에 많은 진실이 밝혀진 사실이 있다. 법률적 책임공방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황박사는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향후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연구원들은 열심히 연구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의 재판. 4년 구형. 이제 1심 재판의 결과를 남겨 놓고 있다. 국민적 영웅에서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한 황우석 박사. 과연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기도와 수암연구소 MOU체결한 내막은?

충북대 현상환 교수에 따르면 현재 황 박사 연구팀에게 연구제의를 한 지자체는 모두 6군데다. 이 중 최근 경기도와 형질전환 질환모델 복제돼지 연구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밖에도 구로구청, 부산시, 충청북도, 충청남도, 대전시 등도 황 박사 연구팀에 지원을 제의한 상태다. 이들 지자체 중 부산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제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제의로 황 박사팀의 연구팀도 상당히 고무적인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지원에 대해 섣부른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특히 경기도 김문수 지사의 연구협약 체결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항간에는 ‘김 지사가 대권 때문에 협약을 체결했다’, ‘황 박사가 김 지사의 약점을 이용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현 교수는 “이번 MOU는 경기도 측에서 먼저 제의해 온 것이다. 이전부터 황 박사 연구팀 중 나와 강원대 이은송 교수가 경기축산위생연구소에서 복제 돼지 연구를 계속 해왔다. 2005년부터 복제 돼지 105마리를 만들었다. 다른 연구팀과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실험결과로 인해 경기도에서 자신 있게 연구협약을 제의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과 관련해서 현 교수는 “재판부가 현명한 판결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연구원들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연구 성과를 착실히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곁에서 지켜본 황 박사에 대해서는 “연구 열정이 대단하다. 젊은 사람들도 힘든데 체력도 좋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새벽 시간에도 수술 일정이 잡히면 날을 새며 수술을 직접 집도한다. 연구원들도 황 박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인상준 기자] sky0705i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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