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자기결정권에 환호하는 남성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62년만에 간통죄가 폐지됐다는 소식에 많은 남성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간통죄 폐지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허리 아래의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간통죄로 ‘형사상의 처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민사상의 소송은 가능하고, ‘불륜행위’를 오히려 더 넓게 해석해서 남성들에게 완전히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은 큰 시대적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간통을 원하는 남자들, 그리고 현재 간통을 하고 있는 남자들은 다소나마 부담감(?)을 덜었다고 볼 수 있다. 간통죄 폐지를 환호하는 남성들, 그리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간통죄 폐지 직후 일부에서는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었다. 과연 이것이 간통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하는 점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폐지’라는 점에서 환호했지만 또 어떤 이들은 ‘그렇다고 간통에 대한 처벌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성단체들에서도 초기에는 환영과 유감이 교차되기도 했다. 문제의 핵심적인 본질은 뭘까? 이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간통이라는 것에 대해 민사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소송을 할 수는 있지만 형사상의 문제, 그러니까 국가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민사상의 소송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국가가 개입하는 형사소송은 폐지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간통을 저질렀거나 저지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분명 환호할 만한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까 한 가지의 죄를 짓고 처벌과 손해배상 두 가지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하나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록 소송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50%의 부담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분명 ‘환호’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한 40대 직장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은 나로서는 엄청나게 환호할 만한 일이다. 지금도 불륜 관계에 있는 여자가 있지만 간통죄가 폐지됨으로써 뭔가 좀 자유로워졌다고나 할까? 그렇다고 아내가 민사소송을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형사상의 처벌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 들키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겠지만 설사 들켜서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예전만큼의 과도한 부담감은 없을 것 같다.”

또 다른 한 남성은 ‘어차피 행복하지도 않은 가정생활에서 마음껏 불륜을 해보고 싶다’는 다소 무리한 욕구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성매매특별법이 있다고 해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이 있어도 그 법을 어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간통도 마찬가지다. 그간에 간통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간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상황은 달라졌다. 성매매를 예로 들어보자. 같은 성매매를 해도 과거에는 국가에서도 벌을 받고 아내로부터도 소송을 당했지만, 이제는 성매매를 해도 국가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세상에 이런 좋은 헌법판결이 어디 있는가? 솔직히 아내와 섹스를 하지 않은 것이 1년이 넘었다. 내가 성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여자를 만나 섹스를 해야 되는데, 이제는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나처럼 거의 가정을 포기하다시피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이번에 헌재의 결정이 ‘불륜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단지 국가가 처벌하지 않는다’는 점일 뿐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하나의 특정 헌법이 신설되거나 폐지되는 것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문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해방감’을 안겨주고 간통에 대해 보다 자유로운 입장을 가지게 해준다. 이러한 것에 대해 여성들은 불만이 크다. 이제까지 간통으로 처벌된 사람이 비록 극소수에 불과하더라도 상징적이고 명시적이었던 처벌의 권한을 국가가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에 대해 극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한 주부의 이야기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가정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우리 몸에 비유하면 마치 세포같은 조직이다. 그런데 국가가 그 기본적인 단위의 혼란과 파괴를 막는 일을 포기한 것 아닌가. 이는 우리 몸이 우리의 세포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물론 이러한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불륜을 막는 사회적인 장치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처럼 유흥문화가 발전해있고 동창모임부터 회사 회식까지 적지 않은 불륜의 기회가 있는 상태에서 간통죄까지 폐지한다는 것은 그냥 국가가 ‘마음대로 간통하세요’라고 부추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도대체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통죄 폐지를 찬성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녀들 역시 간통죄 폐지에 환호하는 남성들과 동일한 입장이다.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어 다른 남자와의 불륜을 꿈꾸는 여성들이다. 한 직장여성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론 내가 간통죄 폐지에 찬성한다고 해서 간통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인들도 서로 마음이 맞는다면 불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가? 물론 잘못된 일이기는 하지만 현실에서 이미 충분히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사문화된 법만 존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나 역시도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기에 다른 남자의 몸이 몹시도 그립다. 사람에게서 오르가즘을 느껴본지도 한참 된 것 같다. 결국 헌재의 판단대로, ‘성적 자기결정권’도 없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제는 간통죄가 폐지되었으니 나도 내 스스로의 성을 결정하려고 한다. 국가도 굳이 간섭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아닌가?”

하여튼 이제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간통죄는 한동안 이야기거리가 될 것 같다. 당분간 수많은 직장인들의 술자리 안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이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에 대한 비난 보다는 지지의 의견이 더욱 많지 않을까. 아주 행복하고 만족할 만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뭔가 자신에게 좀 더 여지를 남겨주는 결정을 지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설사 겉으로 드러나게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헌재의 결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들 역시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면 그 사람만 사랑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헌제의 결정은 점점 자유로워지는 성적 관념에 더욱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쉽게 예상할 수는 없다. 그저 사문화된 하나의 헌법조항을 없앤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국가에서 불륜을 부추긴 것인지는 지금부터 지켜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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