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울고 웃고 있다. 3월1일부터 7박9일간 다녀온 중동 순방 성과로 인해 박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반등했다. 하지만 해외순방 때마다 터진 ‘순방 징크스’는 이번에도 나타났다. 마크 루퍼트 주한 미 대사 피습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중에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야만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총 13차례 외국에 나갔고 그때마다 해외 순방 성과를 빛바래게 만드는 사건이 터졌다. 박 대통령 해외 순방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다.


“나가면 사건 꼭 터지더라”  지지율 반등엔 휴~
- 윤창중 성추행…문창극·김무성 ‘돌발변수’ 잇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회의장, 대법관 등 5부요인을 초청해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했다. 17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청와대에 불러 회담을 갖기로 했다. 청와대는 중동 해외 순방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제2의 중동붐’을 재현하겠다는 목표로 순방길에 올랐다. 경제 사절은 역대 최다로 116명이 수행해 경제 분야에 집중했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과 사절단은 4개국 순방을 통해 총 48건의 양해각서(MOU: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 당사자 간 합의한 내용을 기록한 문서)를 체결했다. 또한 일대일 상담을 통해 국내 115개 기업이 참여해 44건(8억70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눈에 띄는 성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 ‘스마트 공동파트너십 및 인력양성 양해각서’를 체결한 부분이다. 중동 같은 물부족 국가에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15년간 개발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 원자로를 사우디에 시범건설하고 제3국 수출도 모색하기로 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스마트 원전 수출을 가시화하는 한편 20억 달러(약2조 2000억원) 규모의 수출실적도 기대하게 됐다.

중동 순방 성과 미대사 피습사건으로…

아울러 박 대통령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창조경제’를 수출하는 첫 사례도 만들었다. 사우디 기업인 STC가 SK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벤치마킹한 ‘이노베이션센터’를 구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방문에서는 국산 ‘할랄(Halal) 식품’을 처음으로 중동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18억명의 무슬림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한 재료만을 사용한 음식, 즉 할랄을 먹고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이다.

이밖에 UAE에 한국문화원을 설립하기로 해 한류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과 보건·의료 및 신재생,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순방중 얻은 경제적 효과는 대통령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6일 공개한 3월 첫째주 조사에서 박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지지율은 전 주에 비해 4%p 상승한 37%를 기록했다. 1월 넷째주와 2월 첫째주 조사에서 30%도 안 되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 중동 순방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빛 바래게 만드는 ‘순방 징크스’는 여전했다. 중동 순방 중간 무렵인 지난 5일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을 당한 초유의 사건이 터졌다. 주미 대사 피습 사건은 경호상의 문제로 ‘대통령이 부재’한 가운데 공직기강 해이를 보여준 극단적인 사례가 됐다. 순방중인 박 대통령은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줄지’ 걱정해야만 했다. 다행히 주미 대사의 생명에 지장이 없어 사태가 수습됐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면 사고 터진다’는 ‘순방 징크스’의 시작은 2013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첫 순방일정으로 박 대통령은 미국을 선택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성공적인 의회 연설과 함께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는 등 남다른 성과를 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13번 해외 출국 13개 사건 ‘순방징크스’

그런데 박 대통령을 수행하던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자신을 돕던 여성 인턴을 성추행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미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의 성과는 빛이 바랬고 국민의 뇌리에는 ‘대통령 미순방=윤창중 성추행’으로 각인됐다. 이 사건은 역대 해외순방중 가장 대표적인 외교적 망신 사건으로 남았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 암 수술까지 받으며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

2013년 6월에는 박 대통령이 중국 순방길에 올랐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축하기위한 행보였는데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NLL 회의록 공개’라는 카드를 터트리면서 정국을 혼란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까지 검찰이 터트리면서 국내 언론은 대통령 순방보다는 이 소식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3개월 후인 9월에는 박 대통령이 G20참가를 위해 러시아 방문길에 올랐다. 이때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이 터지면서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채 전 총장이 혼외 아들을 숨겨두고 있다는 의혹을 결국 사실로 드러났고 야당에서는 “대통령 부재시에 정권의 입맛에 안 맞는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한다’고 반발하는 등 시끄러웠다. 하지만 검찰은 “혼외자 의혹은 사실”이라며 결론을 내렸다.

같은해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차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당시에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기초연금 공약을 파기 논란이 있었고 귀국한 박 대통령은 급기야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11월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길에 오를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국내에 없는 사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했다. 역시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냈다. 또한 검찰은 공무원 노조 압수수색, 정상회담 대화록폐기 관련 야당 대권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소환했다.

박 대통령의 ‘순방 징크스’는 2014년에도 계속됐다. 집권 2년차를 맞이해 경제협력을 위한 인도 스위스 첫 순방길에 오른 박 대통령이었지만 국내에서는 1억건이 넘는 대규모 금융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대한민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이 사건으로 대통령의 개인 정보까지 유출됐고 순방중인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긴급하게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같은해인 9월 중앙아시아 순방중에는 총리로 내정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친일발언’으로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 내정자는 당시 “식민지배는 하느님 뜻”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공개돼 국내 뉴스를 독차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안대희 총리 내정자의 ‘자진 사퇴’이후 연이은 총리 내정자의 ‘낙마’로 국정 운영에 커다란 타격을 입혔다. 이로 인해 이완구 신임 총리가 오기 전까지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전 총리가 ‘바지 총리’를 계속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여당 대표의 ‘개헌’발언으로 정국이 들썩거렸다. 당시 일본을 방문중이던 김무성 대표는 ‘개헌 불가피성’을 설파하면서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개헌은 블랙홀’이라고 논의 자체를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김 대표의 발언으로 야권은 개헌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김 대표가 “실수”라며 사과를 했다. 하지만 ‘개헌 정국=레임덕 가속화’라는 우려감을 갖고 있던 청와대에서는 “실수라고 보지 않는다”(윤두현 홍보수석)며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송광용·윤두현 ‘인사 참사’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중에는 인사 참사도 이어졌다. 특히 윤창중 대변인 경질 이후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윤두현 홍보수석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순방중이나 직전에 옷을 벗기도 했다. 송 전 문화수석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미국·캐나다 순방때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송 전 수석은 소관 업무인 인천 아시안게임이 막 시작한 시점에 사표를 낸 것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전 홍보수석은 박 대통령 순방 사흘 전에 사의를 표명했다. 윤 전 홍보수석은 ‘대통령 지지율’ 추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질’된 것이라는 후문이 돌았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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