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이 뛴다]

[일요서울 | 서승만 편집위원] 지난해 8월 용산에서 대우건설이 프르지오 써밋 신축공사 착공이 막 시작될 무렵 서울 송파에서는 여러 개의 싱크홀이 발견돼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었다. 그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또 다시 용산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용산지역은 송파 싱크홀처럼 큰 싱크홀이 생길 수준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잠재된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지금은 모든 공사가 전면 중단 됐고 지반공학회의 정확한 조사가 2개월 뒤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로 한복판 거대한 싱크홀의 발생은 언제 어디서 또 다시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로 이어진 가운데 대책 마련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 감독기관 지자체인 서울시, 그리고 공사주최인 대우건설은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이들은 근본적인 원인규명과 대책으로 지속적인 사고방지에 몰두해야 할 시점임을 잊은 듯하다. 지난해 송파 싱크홀을 ‘타산지석’ 삼아 그동안 국토부는 어떤 대책을 만들어 놨을까.

국토부 자료에 의하면 정부는 2017년까지 지하공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지하 공간 정보를 3D 통합지도로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지하공간을 개발하기 전에 인근 지반과 시설물의 안전성을 분석하는 ‘지하개발 사전안전성 분석’을 특별법 제정으로 도입한다는 것. 시공대상 시설물의 안전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기존 설계시공기준을 공사현장 주변의 안전까지 고려하도록 개선하고 불안요소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 및 관리와 우선 통합지도가 구축되기 전이라도 지하정보 지원센터를 설치해 수요자가 지하 공간 정보를 쉽게 이용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사전안전성 분석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건설기술진흥법의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을 활용해 굴착공사 시 지반안전에 대한 대책을 검토하도록 하고 지반탐사반을 즉시 설치해 지자체의 안전관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다 궁여지책이 되지 않게 사고원인을 기초로 한 매뉴얼시행을 해나가는 ‘공동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미흡한 관리감독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의 문제는 어디가 지반이 좋고 나쁜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개발을 해야 하는데, 사전에 허가할 때부터 그런 위험성을 서울시에선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대규모 굴착공사들이 진행되면서 지하수 배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도 여기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 문제는 이대로 가다가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됐던 서울 송파, 잠실 일대뿐만 아니라 이번에 용산 싱크홀은 물론이고 지방 대도시들도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심각한 지반침하 현상은 대규모 지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어 지반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와 지질분석도 없이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큰 위험을 안고 있다. 관리감독기관인 서울시는 업무의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건설사 책임 묻기엔 무리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용산 건설 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대우 측은 긴장하고 있다. 이들은 “용산 푸르지오 분양사업은 지속적으로 순탄하게 이뤄진다”고 밝히고 있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안전을 기업 활동의 최우선으로 삼아 안전혁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공사 주최 측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진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지반침하의 원인으로 ‘관로누수’를 지목하고 있다. 전국의 수십년 된 상·하수도 관로가 낡아 누수가 되어 지반에 스며들면서 지반을 약화시켜 침하 현상을 가져온다.

때문에 주변에서 공사가 이뤄지면 토사가 유출되어 쉽게 동공이 발생할 우려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당시는 지질조사 결과가 타당했더라도 기초공사(굴착공사)때 인근 지역 지반이 변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후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 책임만으로 몰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들이다.

실제 용산 싱크홀 역시 대우건설이 서울시에 ‘용산 푸르지오써밋’ 공사에 대한 인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사고 이후 시 조사에서 공사현장 인근 지반이 최근 일어난 보도침하 외에도 5곳이나 더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자체적으로 대책을 만들기에는 지하수 관리가 쉽지않다.

시가 모든 공사현장에 지질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기초공사 이후 주변 지질 조사는 필요하기 때문에 시가 직접 조사하지 않더라도 법규를 만들어 민간업체 위탁으로라도 주변 지역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아직 여기에 대한 법규마련조차 마련되어 있지 못한 실정이다

사고 당시 서울시청·용산구청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점검한 외부 전문가들은 1차 조사에서 사고는 대우건설이 터파기 공사 중 발생한 누수를 제대로 막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추정했다. 대우건설 공사현장의 흙막이(차단벽)사이로 지하수와 흙이 빠져나온 흔적이 발견된 사실에 대해 대우건설 또한 인정했다.

지금이라도 대우건설은 꼭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하는 상황, 사고 현장 인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최소한 먼저 나서서 고민해야 한다. 이미 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그것이야 말로 대우건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길이다.

지반정보 DB구축 시급

싱크홀(sink hole)은 땅의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웅덩이 혹은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 ‘돌리네’라고도 한다. 여러 종류의 싱크홀이 있어 그 크기가 작은 것에서부터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싱크홀은 모든 땅에서 다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지하 암석(주로 석회암)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기는 현상으로 지반이 튼튼하다면 일어날 확률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지하수를 너무 많이 퍼내서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고 빈 공간 위에 높고 무거운 건물들이 들어서면 그 힘을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되어 싱크홀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싱크홀은 자연재해라는 견해에서부터 인재일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다 싱크홀의 원인인 지질정보나 지하수위, 상하수도관에 대한 지반정보를 정확히 파악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중국과 중남미 일부 국가의 경우 과도한 개발로 대형 싱크홀이란 부메랑을 맞고 있는 상황을 보더라도 제대로 된 분석과 대책이 없다면 이들보다 더 큰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하수 시스템을 바꿔야 할 이유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많다고 보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 공사 때문에 지하수를 강제로 배수해야 하기 때문에 정밀한 시스템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solar21c@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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