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쓰나미 시원소주 대선주조 휩쓸다

2008년 2월 4일 오후 부산 롯데백화점 서면점 광장에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 20여명이 대선주조 매각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대선주조의 시원소주와 롯데우유 등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롯데그룹에서 계열분리 후 적극적인 독립행보를 걸어오던 푸르밀(구, 롯데우유)신준호 회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신 회장이 대선주조 매매 과정에 동원한 엄청난 자금의 출처와 기업매매로 3000억원에 시세차익을 챙긴 배경을 수사하며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그룹은 푸르밀 수사가 자칫 그룹으로까지 번질까 우려해 검찰 수사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푸르밀 수사에 대한 내막을 알아본다.

영화 ‘해운대’에 PPL로 알려진 ‘시원소주’가 검찰 수사에 올랐다. 검찰은 시원소주를 제조하는 대선주소를 M&A하면서 푸르밀(구, 롯데우유) 신준호 회장이 동원한 엄청난 자금의 출처와 기업 매매로 30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또한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와 신준호 회장의 종로구 자택, 부산시 동래구 대선주조 본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수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검찰에서 전격적으로 동시에 회사와 집, 공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할 때는 증거를 확보하고, 보강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전재한 뒤 “신 회장에 대한 수사는 이미 종착역에 이르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해석하자면, 검찰은 이미 M&A에 동원된 자금의 출처와 분식회계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고, 마지막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증거보강 차원이라는 것이다.


검찰, 금융정보 자료 증거확보

푸르밀의 대선주조 인수는 선의 차원이었다.

신 회장과 대선주조 최병석 전 회장은 사돈관계. 신 회장의 차남과 최 전 회장의 장녀가 부부연을 맺은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4년 대선주조가 파산해 최 전 회장은 사법처리됐다. 무학의 적대적 M&A시도에 맞선 백기사로 등장한 신 회장은 대선주조를 600억 원에 사들인다. 3년만인 2007년 11월 신 회장과 일가가 보유한 대선주주 지분 99%를 사모펀드인 코너스톤에 3600억원에 매각해 2900억 원에 대박을 터트렸다.

하지만 부산·경남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 대주주조가 사모펀드에 팔려나가자 지역민들에 반발이 거세졌다.

특히 매매 과정에서 나타난 천문학적인 자금과 3년 만에 3000억 원의 매매차익을 남긴데 대해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부산지검은 최근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대선주조의 수년 간 경영 자료를 넘겨받아 확인 작업을 벌였다.

특히 지난해 신 회장의 대선주조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상당부분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신회장 측이 대선주조 인수를 위해 자금조달 과정에서부터 지분 확보 후 분식회계를 통해 대선주조의 기업 가치를 부풀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의 대선주조를 사들인 사모펀드 코너스톤에 투자한 금액은 1000억 원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20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

코너스톤의 펀드 규모는 1070억 원이다. 이 사모펀드가 대선주조를 인수하면서 신 회장 일가에 지급한 돈 3천600억 원 가운데 나머지 돈은 금융권 대출을 통해 조달했다.


사모펀드 투자액 100억 아닌 200억

대선주조는 지난해 8월 임시주총을 열어 액면가 5천 원짜리 주식 80만주를 1만6천주(50대 1)로 유상감자를 했다. 대주주에게 소각대금으로 주당 3만5천 원을 배당했다. 이때 발생한 280억 원이 사모펀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신 회장 일가에 배당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초 180여억 원을 투자해 대선주조 지분 50.79%를 확보했다. 100% 유상증자 때 같은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후 유상감자 등을 거쳐 초기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후 3천억 원대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마디로 신 회장은 꿩 먹고 알 먹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 대선주조에 알맹이만 쏙 빼먹었다는 의혹이다.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서 신 회장 측에선 말을 아꼈다.

푸르밀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다. 알 수 있는 부분도 아니다"며 “현재 어떤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진 않다.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코너스톤의 관계자는 언론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대선주조 매입 과정에서 가격 결정과 진행사항은 유리알 같이 투명했다”면서 “매각자 측에선 신 회장 혼자 의사 결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7개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해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다. 수차례 투자심의 위원회를 거쳐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대선주조에 대해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회장이 대선을 인수한 뒤 공격적인 경영을 했다. 기장에 제 2공장을 확보했다. 당시 대선주조는 시장을 부산·경남에서 확대하여 대구·경북, 그리고 서울권까지 확대할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신 회장은 가장 좋은 회사상황을 이용해 회사를 매각했다”고 말했다.

코너스톤에선 검찰 수사에 예의 주시하며, 현 경영문제로 까지 번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했다.

한편 검찰은 신 회장 측이 대선주조 인수를 위해 사모펀드와 함께 세운 시원네트웍스의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한국신용평가가 30일 푸르밀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A3)을 ‘미확정 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렸다. 대선주조 매각과정에서의 분식회계 의혹으로 오너의 지원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앞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푸르밀에 대한 신준호 회장의 지원가능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신용등급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 CP 등급을 워치리스트에 등록하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에서 독립해 공격경영을 내세웠던 푸르밀 신준호 회장은 검찰 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가 어떤 식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경영리더십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준호 회장은 누구?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이번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최병석 대선주조 전 회장과는 사돈 관계다. 신준호 회장의 차남과 최병석 전 회장의 장녀가 부부의 연을 맺은 것.

신 회장은 2006년까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햄·우유의 부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 4월에는 계열에서 분리, 독립행보를 걸었다. 그리고 올해 푸르밀로 사명을 바꾸며 ‘롯데' 옷을 완전히 벗었다. 이에 앞서 1996년에는 양평동 롯데제과 공장부지를 두고 큰 형 신격호 회장과 법정소송을 벌인바 있다.

[조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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