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음악+비키니+마약… 그 다음은?


수개월 전 프리섹스와 동성애를 연상케 하는 사진이 무더기로 유출돼 곤욕을 치른 ‘클럽 음란파티 사건’의 후속편이 최근 공개됐다. 이번엔 단순한 사진 몇 장 수준이 아니다. 대놓고 마약을 복용하고 약 기운에 취해 퇴폐 행각을 벌이는 광란의 현장이 경찰 채증 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된 것. 이들은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는 클럽 관련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한 ‘멤버’들로 드러났다. 부유층 부모를 둔 해외유학생, 유흥업소 관계자 등 50여명이 줄줄이 입건됐고 경찰은 파티에 참석한 나머지 회원 수백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퇴폐클럽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찰의 수사의지는 대단하다. 단순한 으름장이 아니란 얘기다.

채증 화면에 포착된 모습은 마치 퇴폐영화를 편집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무대가 설치된 곳은 수영장까지 갖춘 고급 리조트.

형형색색의 야광 장식을 몸에 두른 젊은이들은 빠른 비트의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파티에 흠뻑 젖었다. 늘씬한 비키니 미녀들과 뒤엉킨 남성들 사이로 마약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투약하는 이들도 눈에 띤다. 그야말로 퇴폐의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문제의 파티는 서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럽 DJ들이 연합해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모두 강남의 A클럽 등 회원제로 운영되는 업소의 인터넷 동호회 멤버들이었다.


환각파티 주최자 ‘김 사장’은 누구?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 이태원 등지의 클럽에서 히로뽕, 엑스터시 등 마약을 구입해 환각파티를 벌인 혐의(마약 판매 및 알선)로 강남 청담동 A클럽 업주 김모(32)사장과 이태원 C클럽 DJ 안모(31)씨, 김 사장에게 마약을 댄 의류업체대표 박모(34)씨 등 12명을 구속됐다. 이 밖에 경찰의 일제단속에 걸려든 환각파티 멤버는 모두 41명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유흥업 종사자였으며 부유층 해외유학생과 클럽업주, DJ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이태원이나 홍대 인근 클럽촌에서 200~300명씩 모여 수시로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주말엔 휴양지의 고급 리조트를 빌려 원정 환각파티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수백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만큼의 마약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수사팀에 따르면 환각파티 주선자인 김 사장이 핵심 공급책이었다. 그는 중국을 오가며 의류판매 사업을 하는 박씨에게 엑스터시뿐 아니라 히로뽕, 대마초 등을 사들였다. 박씨는 김 사장이 운영하는 클럽의 단골고객이었다.

김 사장이 본격적으로 마약을 ‘수입’하기 시작한 건 지난 1월 경. 그는 이태원 최고의 인기 DJ인 안씨와 손잡고 비밀모임을 결성했다. 석 달 뒤 고객들이 모여들자 김 사장은 모임회원들을 상대로 마약장사를 벌였다.

현재까지 파악된 비밀회원수는 무려 1000여명.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이들은 수시로 환각파티를 열어 광란의 밤을 즐겼다. 한편 김 사장이 직접 운영하는 A클럽 외에 강남의 M클럽과 N클럽, 이태원 C클럽에도 그가 공급한 마약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청담동·이태원 클럽 물갈이되나

이번 검거작전은 무려 3개월 동안이나 진행된 경찰의 대형 프로젝트였다. 경찰은 지난여름 이태원 등지에서 마약 파티가 벌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3개월간 잠복은 물론 치밀한 기획수사를 벌여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마약을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투약자가 되는 등 동호회가 마약 접촉 통로로 악용됐다”면서 “특히 유흥업종사자들이 단골손님들을 상대로 마약을 퍼트리는 고리 역할을 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은 가평 리조트에서 마약 거래 현장을 덮쳐 관련자 수십 명을 일망타진했고 나머지 회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마약사범의 활동무대로 전락한 클럽가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 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예정돼 있어 관련업계 물갈이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수영 기자] severo@dia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