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제조업체에 리베이트 제공했다”

폴 오텔리니 인텔사 회장

미국 뉴욕주 검찰이 세계 1위 반도체회사인 인텔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텔은 델과 휴렛패커드, IBM 같은 컴퓨터 제조업체에 AMD를 비롯한 타사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면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인텔은 경쟁업체와 거래하는 컴퓨터 업체들과는 합작법인을 중단하는 방법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위원회(EC)로부터 1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고 항소 중인 인텔이 이번 기소로 인해 엎친데 덮친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인텔의 반독점이 도를 넘었다.

뉴욕검찰은 10월 4일(현지시간) 인텔을 연방 반독점법 위반 혐의, 구체적으로는 뇌물증여혐의로 기소했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텔이 컴퓨터회사들에게 불법적으로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뇌물(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인텔은 유럽위원회(EC)로부터 1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고 항소중이다. 또한 지난 2005년 AMD로부터 반독점소송을 받은 상황이다. 이번 뉴욕검찰의 기소는 한마디로 엎친데 덮친격이다.

68년 설립된 인텔로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이다. 78년 8비트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개인용 컴퓨터시대를 연 인텔은 2~3년에 한 번씩 16비트, 32비트, 펜티엄 등 신제품을 개발, 하드웨어 발전을 주도해 왔다. 80년대 후반 인텔의 인기에 편승한 타사의 클로닝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90년대 초반 경쟁사에 대항한 ‘인텔인사이드’라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확고부동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런 인텔의 시장전략이 독과점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검찰은 기소장을 통해 “인텔은 전 세계에 걸쳐 자사의 시장지배력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x86프로세서시장에서 불법, 배타적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거대 컴퓨터회사들로부터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지불하는 대신 배타적, 또는 준 배타적 협약을 강요했다. 델, 휴렛패커드, IBM 같은 컴퓨터 제조업체에 AMD를 비롯한 타사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위협했다. 그러면서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또한 인텔은 경쟁업체와 거래하는 컴퓨터 업체들과 는 합작법인을 중단하는 방법도 동원했다”고 밝혔다.


경쟁사의 경영활동 저하

인텔의 반독점은 경쟁사의 경영활동을 저하시킨데 한몫했다.

뉴욕검찰은 “인텔에 의한 추가 반경쟁 행위를 막는 한편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시키고, 뉴욕주정부와 고객들이 본 피해를 회복하고 벌금을 걷는데 있다"고 기소이유를 밝혔다.

인텔은 컴퓨터 회사들에게 AMD 등 경쟁사 제품 구매제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칩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회사인 델의 내부보고서(2003년 2월 작성)에 따르면 “공격적으로 AMD의 칩을 구매하는 것은 인텔에 의한 보복적인 리베이트 감소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제품 생산라인에 장기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적고 있다.

또한 델의 내부보고서(2003년 3월 작성)에는 “델과 AMD가 전략적인 관계를 맺을 경우 인텔은 모든 영업이익을 삭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했다.

텔의 내부보고서엔 인텔과 AMD를 놓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AMD의 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인텔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제품의 생산과 영업이익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익명의 IBM임원도 “인텔의 반응을 거역하면서 사업이익에 수지를 맞추는 것은 어렵다"면서 “만일 우리가 만드는 제품에 AMD제품만을 사용하게 된다면 인텔로부터 보복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 경영악화는 불가피하다. 때문에 인텔과의 파트너십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욕검찰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조사를 시작해 컴퓨터 제조회사 경영진과 관련자에 증언을 마쳤고, 수백만 페이지의 보고서 이메일을 검토해 인텔의 반독점 경영행태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뉴욕검찰의 기소는 인텔이 앞으로도 반도체 칩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지켜나가기에 벅찰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방어도 만만치 않을 듯 싶다. 반독점보다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점해 오고 있음을 증명하는데 주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인텔의 관계자는 “뉴욕검찰의 기소에 동의할 수 없다. 인텔은 낮은 가격과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고객만족과 이익을 줘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번 건은 AMD가 4년반 전에 기소한 건이다. 그리고 유럽연합(EU)이 기소했던 건과 내용이 같다. 더 이상 중요하거나 새로운 것이 발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텔의 기소는 한국시장에서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우 운영체제인 ‘윈도우7’이 출시되면서 컴퓨터 시장이 호황을 이루는 가운데, 인텔은 반독점 기소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를 통해 인텔이 반독점, 독과점이 아닌 상생 경쟁을 통해 새로운 경영상을 만들어가는가에 세인들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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