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해왔다. 그는 2월10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지금 경제가 어렵다.”며 “당·정·청이 힘을 모아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엔 정부 5부 요인들에게 중동 4국 순방 결과를 설명하면서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금 역설했다. 그러나 대통령·총리·부총리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역량 집중” 대신 서로 엇박자를 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완구 총리는 지난 12일 담화를 발표, 경제 활성화에 대해선 외면한 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선언했다. 14일엔 “부패 근절”을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리라기보다는 전두환 정부 시절 부패 척결을 전담한 사회정화위원회 위원장 같은 느낌을 금할 수 없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지극히 어려운 상황이므로 부패 척결 보다는 “경제 재도약”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때다. 그런데도 이 총리는 “부패 근절”을 위해 “정부의 모든 권한과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도 17일엔 “고질적인 부정부패 비리의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 서둘러 “들어내야” 할 “덩어리”는 자신이 1년 전에 밝힌 대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기업 규제 암덩어리”이다. 작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규제개혁 점검회의’ 때 상징적 규제 족쇄로 떠올랐던 푸드트럭(음식조리판매 위해 개조된 트럭) 규제는 아직도 제대로 안 풀렸다. 이 총리는 부패 척결 보다는 규제 혁파와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어야 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고강도 사정을 강조하고 수사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기업수사에 나서게 된다면 기업인들에게 사정 공포감을 조성, 기업의욕을 위축시킬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정책 우선 순위를 경제 활성화에 두었다면, 경제를 위해 일관성있게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부패 척결은 평상시 하던 대로 엄격히 하면 된다. “김영란법”도 통과되어 분위기도 잡혀간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4일 “디플레이션(저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3일 경제장관과 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선 “적정 수준의 임금을 인상해 소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15일 동아일보의 30대기업 설문조사에서는 절반이상이 임금인상 땐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최 부총리의 임금인상은 기업의 신규 채용을 위축시켜 도리어 경기 활성에 역행한다.

최 부총리의 임금 인상 권유는 미국이 디플레 속에 대공황으로 빠져들던 1930년대 초반 안드루 멜론 재무부장관의 엉뚱한 임금인하 권유를 상기케 한다. 멜론은 디플레를 벗어나기 위해선 노동자들이 임금을 깎아주어야 기업이 그 돈으로 사업을 확충해 내수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 빈축을 샀다. 멜론의 임금인하 요구는 근본적인 디플레 대책이 못되었고 결국 미국을 대공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최 부총리의 임금 인상 요구도 디플레로 빠져드는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멜론의 임금인하 권고처럼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한 디플레 처방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과 이 총리는 사정공포 조성으로 기업인들의 투자 의욕을 더욱 짓눌러서는 안 된다. 한편 최 부총리는 기업인들에게 디플레 시기에 임금인상을 압박함으로써 기업의욕을 떨어트려서는 아니 된다. 디플레 극복을 위해서는 임금 인상 보다는 미국 대공황 때 “뉴딜” 처럼 유효수요(有效需要)를 창출 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과감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그리고 대통령·총리·부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분산시키지 말고 “결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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