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 즐기는 여자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흔히 말하는 음담패설은 그간 남성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됐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당부분이 여성을 비하하거나 폄하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여성은 대부분 얼굴을 붉히거나 자리를 피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남자 못지 않게 음담패설을 즐기는 여성들도 늘어나면서 남자들과 맞짱을 뜨거나 혹은 직급이 어린 남자 부하들이 있는 곳에서 거리낌 없이 음담패설을 하는 여자들도 있다. 이는 기혼녀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미혼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것에도 기인하지만 자신의 성적 욕구를 표현하는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여자, 도대체 그녀들은 어떤 이야기를 즐기고, 또 어떤 성격을 지닌 여성들일까?


직장인 최모씨는 직장 동료와 호프집에서 술을 한잔 하다가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여자들 4명이 모인 자리였는데, 음담패설의 수준이 장난이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들이 함께 있을 때 음담패설을 하기도 하지만, 당시는 오로지 여자들끼리만 있는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기도 할 법하지만, 그녀들은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음담패설을 했고 주변의 시선에도 거리낌 없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크게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들이 음담패설에 대한 저항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습을 본 최 씨는 요즘 여자들의 변화를 실감했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실제 들으면 정말이지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의 내용이었다. 자신은 어떤 체위가 좋으니, 남자는 뭔가 좋아야 하느니, 정말이지 무슨 야설을 듣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여자들이 모여서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꽤 쇼킹했다. 정말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다. 자신의 취향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남자에게도 그러한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경향은 꼭 기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섹스와 관련된 음담패설을 은근히 좋아하는 미혼여성들도 있다는 것. 그녀들은 섹스에 무척 관심이 많고 대담하고 자유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과거 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성담론들이 오간다는 것. 물론 이러한 ‘성담론’이 약간 기울어지면 바로 ‘음담패설’이 되는 것이다. 여자들끼리 적지 않게 음담패설을 한다는 한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요즘에는 중고등학생만 돼도 성관계를 맺는다고 들었다. 그것에 비하면 20대는 성인이지 않은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성지식을 얻는 것도 쉬워졌고 자유롭게 말하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물론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제한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서로 모르는 내용도 알게 되고 재미도 있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확실히 과거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들은 이제 더 이상 성적인 억압이나 금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여성을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남자들은 ‘여자가 주도하는 성관계’에 대해서 나름의 판타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음담패설을 좋아하는 여성은 섹스도 잘 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이제는 성적인 것에 적극적인 여자가 좋은 편이다. 과거에는 여성들 자체가 거의 모두 수동적이어서 성과 음담패설에서 자유로운 여자를 찾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음담패설을 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적인 관심이 많고 거기다가 자신이 주도적으로 지식을 얻고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도 적극적이다.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편하기도 하고 더 자극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 자신이 하고 싶은 약간의 변태적인 성향도 여자가 편안하게 받아들여줄 것이라는 생각에 훨씬 판타지 속에 있던 모습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만큼 성적 궁합 역시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실제 자신의 여자 친구가 ‘음어’에 능숙하다는 한 남성은 그것이 섹스에 있어서 상당한 자극제가 된다고 고백한다. 음어란 일반인이 듣기에는 낯부끄럽고 음란한 용어, 요구 등이다. 사실 섹스를 할 때 남녀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각자의 감각에 충실하거나 간단한 요구를 하거나 할 때 짧은 대화가 오갈 뿐이다. 대부분은 신음소리가 차지한다. 하지만 음어에 능숙한 여성은 자신의 느낌을 지속적으로 말하고 저속한 용어를 말하면서 남자를 지속적으로 자극시키게 된다.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실제로 음어의 흥분성은 상당한 강렬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는 부분이다. 여성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느낌을 말해주고 자신에게 어떤 체위를 어떻게 해달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극도의 흥분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번 경험을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섹스의 퀼리티 면에서 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그런데 물론 이렇게 음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섹스에 대해서 아주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여자들, 그리고 실제 여러 번의 성행위 속에서 음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아는 여자들만이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험자 역시 음어를 잘 구사하는 여자를 만난 것은 지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간 여러 명의 여자에게 음어를 요구해봤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 이 부분은 단순히 섹스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아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어를 비롯해 다양한 음담패설 하는 여자들을 꼭 긍정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여자들도 음담패설하는 남자를 싫어하듯, 남자들도 그런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직장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든 남자들이 다 음담패설을 즐기는 것은 아니듯, 또 모든 남자들이 음담패설을 하는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뭐 취향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런 여자들을 너무 음란한 여자로 생각하거나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남자들도 얼마든지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정숙해야할 여자들이 그런 이야기들을 즐긴다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한 것 같다. 혼자 상상하는 거야 개인의 자유겠지만 굳이 그것을 드러내놓고 사람들하고 꼭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그런 점에서 남자든 여자든 지나친 음담패설은 자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담패설은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칫 심각할 경우에는 성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ilyo@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