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조아라 기자] 리메이크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동안 과도하게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했던 방송계는 이제 대만 등 중화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주인공 캐스팅을 마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 7000일’은 대만의 국민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엄정화와 박서준이 호흡을 맞춘 ‘마녀의 연애(2014)’도 대만드라마 ‘패견여왕’를 리메이크했다. 장혁과 장나라가 함께 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2014)’는 대만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가 원작이다.

최근엔 소설가 왕하이링의 ‘중국식 이혼’의 판권이 국내 제작사에 판매되기도 했다. ‘중국식 이혼’은 중국에서 3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올렸으며, 베이징TV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아시아권의 드라마 리메이크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그중에서 일본 드라마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요조숙녀(2003)’, ‘연애시대(2006)’을 비롯해 ‘하얀거탑(2007)’, ‘꽃보다 남자(2009)’, ‘결혼 못하는 남자(2009)’, ‘공부의 신(2010)’, ‘장난스런 키스(2010)’ 등의 작품이 리메이크되기 시작했다.

독특한 소재와 안정성을 추구하다보니 방송계에는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이 불었다. 2012년에만 ‘아름다운 그대에게(SBS)’, ‘닥터 진(MBC)’, ‘프로포즈 대작전(TV조선)’, ‘러브 어게인(JTBC)', ‘친애하는 당신에게(JTBC)' 등이 방송됐다.

2013년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SBS)', ‘수상한 가정부(SBS)’, ‘직장의 신(KBS)', ‘여왕의 교실(MBC)' 등 3사 방송사가 모두 리메이크 작을 내놓았다. 지난해에도 ‘라이어 게임(tvN)', ‘내일도 칸타빌레(KBS)' 등이 전파를 탔다.

일본 드라마가 끊임없이 리메이크됐던 것은 한국의 드라마계의 병폐에서 찾을 수 있다. 혹자는 짧은 사전제작 기간과 긴 러닝타임을 원인으로 꼽는다. 또한 일명 ‘막장’드라마처럼 제한된 소재와 연출의 한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드라마계의 문제가 대두된 지 10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고, 안일하게 안정성만을 추구한다고 꼬집는다. ‘한국화’하지 못한 일본 드라마는 제대로 된 리메이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리메이크가 한국드라마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잘 만든 우리 드라마를 해외에서 리메이크한 경우도 더러 있다.

‘아내의 유혹(2008)’, ‘찬란한 유산(2009)’, ‘시크릿 가든(2010)’, ‘인현왕후의 남자(2012)’ 등이 중국에서 리메이크 됐다. ‘고맙습니다(2007)’, ‘미남이시네요(2009)’는 대만에서, ‘마왕(2007)’은 일본에서 리메이크 돼 화제였다. ‘별에서 온 그대(2013)’는 미국판으로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참신한 기획과 연출, 극본이 더해지면 우리 드라마도 국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는 무분별한 리메이크보다는 좋은 작품을 발굴해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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