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요 아가씨들의 사연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나가요 아가씨들이 있다. 그 숫자가 어느 정도 인지도 알 수 없다. 여기에 전직 나가요 아가씨들까지 합쳐본다면 수많은 아가씨들이 룸살롱 업계를 거쳐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강남 룸살롱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저녁 7~8시 사이에 강남 교보문고 사거리 인근의 젊은 아가씨들 중에서 나가요는 몇 명일까? 그 중 98명은 나가요 아가씨고 2명은 마담들이다.’
강남 바닥에 얼마나 많은 나가요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룸살롱은 ‘강남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사정으로 룸살롱으로 들어왔으며, 또 그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던 것일까?


과거 여성들은 인신매매나 조폭에 의한 강요로 인해 화류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99.99999% 제 발로 걸어 들어온다. 이유는 대부분 돈이다. 하지만 ‘왜 돈을 벌기위해 화류계에 들어올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사정이니 천차만별 아니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명품과 남자’라는 두 가지 이유로 압축된다는 것이 유흥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즉, 돈 문제가 생긴 이유는 명품, 아니면 남자 때문이고 이것이 바로 직접적인 이유가 되어 그녀들이 룸살롱 업계로 들어온다는 이야기. 특히 룸살롱 업계에 취업할 당시 단 한명도 빠짐없이 카드빚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유흥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빚이 없는 상태에서 나가요를 하는 아가씨는 있을 수 없다. 스스로 정상적인 낮에 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갚을 수 있는 상태라면 절대로 이 일을 시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일 막판에 몰려서 시작하는 것이 나가요다. 그녀들은 빚에 쫓기다 정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 선택으로 화류계에 들어온다. 룸살롱 업계에 마이낑이라는 문화가 퍼져있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쨌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일단 급한 불은 끈 뒤에 조금이나마 마음 편히 일을 하라고 하는 배려의 문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업주의 측면에서는 또 다른 빚을 통해 그녀를 잡아놓으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가요 아가씨들은 거의 100% 돈과 빚에 대한 절박한 감정으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 돈 문제의 이유가 명품이라는 것은 다소나마 이해가 쉽다. 허영심을 가지게 된 여성은 수백만원짜리 명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게 되고 나중에 빚 독촉이 시작될 때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자 문제란 어떤 것일까? 연애하는 데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또 상당수 남자들이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는 상황에서 남자 문제가 그렇게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정작 여자들은 ‘남자들은 잘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들에게는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

우선 이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대개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겪은 공통적인 성장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이 문제가 곧 남자문제로 연결이 되고 이것이 다시 룸살롱 생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칭 타칭 ‘룸돌이’라고 불리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거의 30~40명에 이르는 아가씨와 교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한결같은 공통점은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그녀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종의 공동체를 꾸리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 안에서 사랑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애착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바로 남자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성이 있으면 자신이 희생을 무릅쓰고서라도 그 사랑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약간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그때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건 다름 아닌 돈 문제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도 상당수의 나가요 아가씨들이 남자들의 돈을 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둥서방들이다. 남자들은 정에 약한 여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을 악용해서 여자들에게 돈을 뜯어내고 있다.”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애정에 대한 갈증

그렇다면 ‘애정결핍이 남자에 대한 집착을 부르고 그것이 결국 돈 문제를 야기하는 사이클’이라는 것은 신뢰할 만한 이야기일까. 최소한 취재진이 만나본 몇 명의 여자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그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나가요 아가씨 생활 3년차 김유미(가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 부모님들은 이혼이라고 할 것도 없이 따로 떨어져 살았다. 아빠는 집을 나간 뒤 그 이후로는 생사도 알 수 없고, 어머니도 나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로 일을 찾아야 했고 그때 만난 남친은 당시의 나에게는 정말로 큰 힘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모두 어릴 때였다. 돈도 벌 수 없었고 결국 내가 여러 가지 일을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며 동거를 했는데, 결국 나중에 내가 모은 돈을 가지고 남친이 달아났다. 그 이후로 완전히 실의에 빠져 한동안 일도 못하다가 경우 이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안 좋았고, 룸살롱이 아니었다면 먹고 살 일도 막막했을 것이다.”

또 다른 나가요 아가씨들의 이야기도 대개 비슷했다. 어렸을 때의 가정불화-남친-남친의 나쁜 행동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인 곤란을 겪기 시작했고 그것이 빚이 되어 장기간 고통 받다가 결국 룸살롱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남자’ 때문에 고통 받은 그녀들이 또다시 룸살롱에서 ‘남자’ 때문에 돈을 벌고, 또 진상 ‘남자’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점이다. 사람은 남자와 여자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자칫 자연스러워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남자 때문에 고통 받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남자 때문이 아니라면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진입경로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침 좀 뱉던’ 친구들 중에서 한명이 룸살롱에 입성하면 그 친구를 따라 함께 들어가는 식이다. 이런 경우는 딱히 빚이나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지는 않지만, 어차피 대학도 가지 못하고 전문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돈이나 벌자’라는 심산으로 룸살롱에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다가 일반 직장인들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화려한 생활을 즐길 수도 있으니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1석 2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룸살롱 생활을 한다고 해서 거금을 벌어서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오기는 힘들다.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게 되어 있고, 또 목돈이 조금 모였다고 하면 다른 곳에 눈을 돌려 또다시 남자에게 돈을 쓰거나 명품을 사는 것, 심지어는 호빠 출입을 자주하면서 돈을 까먹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룸살롱에서 오래 일했던 여성일수록, 그리고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한 여성일수록 현직에 있는 나가요들에게 좀 더 독하게 살 것을 조언 한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가요 아가씨로 성공하려면 보통 독해서는 안 된다. 안 먹고 안 쓰고 안 사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할 것이 남자다. 대개 이 생활을 하는 여자들은 남자들과 매일 술을 먹어도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상태에서 방심하고 남자에게 정을 주는 순간 돈 벌기는 끝이라고 봐야 한다. 최고로 독해져야 겨우 평범하게 사회에서 다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나가요들은 이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오랜 내공이 쌓인 베테랑 나가요의 뼈아픈 조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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