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지난 5일 부활절 미사에서 “모든 종류의 적의와 대결의 갑옷을 벗어야 한다”면서 우리사회의 통합과 화해를 역설했다. 강 주교는 자신이 보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이 진보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같은 민족이고 동등한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들 모두를 위해 하느님은 해를 비추어 주시고 비를 내려주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그는 죽음의 문화를 치우고 생명의 잔치를 벌이려면 적의와 대결의 갑옷을 벗어 버리고 화해와 상생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작심한 발언을 했다. 이는 우리사회의 무한 경쟁구조를 비판하고 안타까움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강 주교는 특히 젊은이를 일자리에서 몰아내고 노인을 외톨이로 몰아내는 끊임없는 경쟁을 통한 탈락과 선발의 사회구조를 개탄했다. 능력사회의 냉정함이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만 발탁되는 사회구조는 갈수록 죽음의 문화를 키워갈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주교는 어떠한 기업도 수많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은 자본에 우선한다는 교회 가르침을 새삼 일깨웠다.

노동자 역시 경영자를 척결해야 할 노동자의 적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는 사실을 준열히 지적했다. 너무나 당연스러운 말씀들 같지만 현실 정치가 진정으로 이런 작금의 시대행태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4.29 보궐선거전이 한창이지만 드러내는 건 네가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적의적 대결 구도만 보인다.

좌가 어떻고 우가 어쩌고 하는 이념 갈등에 ‘친노’와 ‘비노’의 영토싸움과 ‘친박’과 ‘비박’의 헤게모니 경쟁을 지긋지긋해하는 극에 달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을 씻어내지 않고는 국회무용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연치가 1922년생으로 올해 94세 됐다. 아무리 건강해 보여도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이런 상노인을 세몰이를 위해 선거판에까지 끌어들이는 이 뻔뻔하고 몰염치한 수작에 혀를 안 찰 도리가 없다.

도대체 좌파가 뭐고 우파가 무엇인가. 결국 잘사는 나라 만들고 부강한 대한민국 되는 것이 총론의 과제일 것이다. 그럼 해답은 간단하다. 종북이고 친북이고 할 것 없이 어느 방법이, 또 어떤 정책이 국민을 더 살찌게 만들고 우뚝한 나라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다. 정치하는 근본이 또한 그에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선동과 위선의 쓰레기가 정치권을 오염시켜 놓은 현실부터 자각하는 게 옳다.

어떤 식의 위선을 부리고 무슨 방법의 선동을 해도 정치를 피폐시키고, 나라사정을 암울케 한 건 우리 정치권이었지 적의 전략에 말려든 결과로 강변할 근거는 아주 약하다. 그런 만큼 꼴통 보수니, 건전 진보니,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적의적 대결이 가져다 줄 결과는 자명한 것이다. 벌써 일본이 획책하고 있는 한국관계의 역사조작이나 한국정부를 아주 깔보는 행위가 그들이 갑자기 호랑이 같은 강국이 돼서 세계무대를 우습게 아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정치판의 거동이 자국민들에게조차 비웃음을 사고 있는 한심스러운 현상이 그들에게 자신감을 준 결과다. 기업 경영이나 가정 살림살이 하나만 해도 형제가족끼리 찢어져서 서로 물고 뜯은 댓가는 아주 망해버렸거나 원수사이로 변한 극명한 지난날의 학습효과도 무위가 돼버린 나라형편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떨리는 특유의 목소리가 정녕코 귓전을 때리고 있지 않는가.


고재구 발행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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