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3D 성교육 영화 제작


〈천사의 시〉,〈발가락 시인〉등 장애인의 인생을 다룬 영화 제작의 거장 김영한 감독이 이번에는 ‘청소년 문제’로 눈을 돌렸다. 여성장애우의 인간 승리를 담은 영화〈희망〉(난의연가)이후 10년 만이다. 변변한 성교육 영화가 없어 청소년들이 인터넷 음란물을 통해 ‘성(性)’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얻게 되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 이 영화 제작의 시발점이었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청소년 성교육 영화인〈위험한사춘기〉이 작품에는 청소년에게 가장 존경받는 연예인 이순재, 여운계 이외에 현석, 김보미, 이원종 등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더욱이 얼마 전 타계하신 여운계씨에게 이 작품은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제작비 10억이라는 저예산 영화이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자 김영한 감독을 만나봤다.


- 영화의 종류와 내용은.
▲ 휴먼 스토리이다. 평범한 집안의 딸인 고등학생 여주인공이 아빠가 원조 교제 했다는 사실을 알고 방황하다 결국 마음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위험한 사춘기〉의 제작기간이 4년이나 걸렸는데 이유는.
▲ 진주에서 촬영했는데 진주는 ‘(여성의)정결의 도시’이다. 여학교를 촬영 장소로 섭외해 한창 영화 찍는데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인공 자체가 방황하고 마약, 음주, 섹스, 흡연 문제가 영화에 나오니 그 학교 자체가 그런 이미지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학교 교장이 영화 찍지 말자고 사정할 정도였다. 영화는 몰아붙여 찍어야 하는데 중단되고 또 중단되고… 1시간 40분 맞춰야 하는데 필름 다 버리고 하면서 시간을 오래 끌게 됐다.

- 다른 문제는 없었나.
▲ 이순재, 여운계 등 유명 탤런트와 시간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한꺼번에 몰아서 찍는 경우가 많았다. 또 ‘계절’을 맞추느라 1년씩 걸리기도 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3D 에니메이션 들어가는 청소년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 임신에 관련된 부분은 이것으로 처리했다. 이 부분이 총 10여분 정도인데 계속 수작업하면서 1년이나 걸려 작년 7월에야 촬영을 완성했다. 지금은 편집 작업 중이다.

- 진주시에서 제작지원 받았나.
▲ 말이 많으니 시장이 발 빼고시사회보고 지원하겠다며 결국 지원을 안 해줬다. 지방에서 찍으면 원래 제작비의 30% 정도 지원해주는데 우리는 하나도 못 받았다. 제작사는 제작비가 필요한데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지원해준다는 게 말이 되나. 오로지 100% 자비로 진행됐다. 출연진은 비행기 타고, 호텔에서 숙식하는데 이것도 전부 자비로 해결했다.

- 요즘은〈워낭소리〉,〈똥파리〉같은 독립영화들의 흥행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것도 독립영화에 가깝나.
▲ 다르다. 나는 영화 제작한지 30년 정도 됐다. 80년대부터 영한필름, 기독교 필름 제작사인 영한미션필름을 운영해오고 있다. 장애 극복 스토리인〈천사의 시〉,〈발가락 시인〉등 휴먼 영화를 주로 만들었다. 그 당시 이런 영화가 인정 못 받는 것은 당연했다. 장애인이 휠체어 타고 오는 것을 일반인이 싫어했다. 휠체어가 다니면 엘리베이터가 막힌다고 말이다. 극장에서도 돈이 안 되고 힘드니까 역시 싫어했다. 1997년〈앉은뱅이 꽃〉, 그 후로〈발가락 시인〉등등 있는데 개봉을 못했다. 결론은 독립 영화보다는 저예산 영화에 가깝다.

- 흥행이 안되는데 이런 영화 만드는 이유는.
▲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내가 장애인 영화 최초로 만들었다. 그 당시는 장애인 학교 만들면 지역 주민들이 난리 나는 시기였다. 그럴수록 장애인 권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장애인도 우리와 같은데, 그들 역시 배울 권리가 있다. 가족들도 장애인 영화 다 반대했는데도 난 추진했다. 내용이 너무 어두울까봐 코미디언 김명덕까지 스카웃해서 만든 영화가 바로〈오뚜기 축구단〉이다. 소아마비 아이가 축구단에 들어가 골키퍼로 활약하는 내용이다. 장애인 한 사람이라도 내 영화를 보고 감동받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오케이다. 그래서 내 영화는 전부 인간승리 이야기다. 최근에 만들었던〈희망〉도 아직 개봉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 왜 청소년 영화를 만들었나.
▲ 요즘 35만명이 낙태했다고 방송에서 떠들어 대는데 실제론 100만명 정도다. 의사단체에서는 낙태 의사와 환자 고발, 여성단체에서는 반대 입장 표명하며 논란 많은데 결론 가지고 싸우기만 해서 해결될 것 아니다. 아이들이 자기 몸을 지키도록 교육 시켜야 하고 성숙하지 못한 성관계는 성병 초래, 마음과 몸을 다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나빠지기 전에 알려줘야 한다.

- 보수적인 어른들이 기존의 영화처럼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오해하는데.
▲ 보건복지부가 우려한 것도 그것이었다. 그래서 자극적인 영상 피하려, 신경 쓰고 공들여 찍은 많은 필름을 버리면서, 3D 10분 분량 넣는데 1년이나 걸린 것이다. 청소년이 가장 존경하는 이순재씨 초빙한 것도 그 이유이다. 그 분은 아무 영화나 출연 안한다. 또 지난 영화 모두 참고했고, 작가를 5명이나 뒀다. 정확하고 쉬운 성교육이지만 나쁜 것은 보고 배우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그러니 그런 부분은 걱정 안 해도 된다.

- 이런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어떻게 홍보할 계획인가.
▲ 아이가 부모와 함께 영화 보러오는 것을 모토로 삼아 진행할 계획이다. 아이들 성교육 제대로 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기에 아이들에게 돈 안 받는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생각이다.

- 아직 배급사 못찾았나
▲ 아직이다.〈아바타〉같은 자극적인 영화만 흥행하는 현실에서 이런 영화는 배급사 찾기 힘들다. 시사회도 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 성 교육에 대한 개혁을 일으킬 수 있는 영화 같은데.
▲ 35mm 필름으로 ‘성’이란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찍은 것은 국내 최초이다. 또 적나라하게 성병, 임신을 소재로 다룬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동남아, 미국 할 것 없이 청소년 성문제로 골머리 썩고 있는데 이 영화가 ‘인터넷으로 배운 잘못된 성 인식’을 싹 갈아엎어줬음 좋겠다.

- 여성의 성교육이 주라는데.
▲ 여성 위주로 찍었다. 차별이 아니라 성범죄의 모든 피해자는 여자고 이로써 결국 손해보는 것은 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 제목도 “여자의 이름은 생명”이었다.

- 부모에게도 좋은 교육이 되겠다.
▲ 자식들의 성도덕 확립기에 부모가 이들을 대해야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남자 아이들도 어렸을 때부터 ‘여자의 육체는 소중히 다뤄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선미 기자] wihts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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