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유 아무개 씨(44세, 남)와 박 아무개 씨(39세, 여)는 혼인 10년 차 부부다. 남편 유씨와 부인 박씨는 혼인하여 아들과 딸을 낳고 여느 부부처럼 살았다. 부부는 자식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별 탈 없이 지내는 듯했다. 시누이들이 가끔 부부 문제에 끼어들었지만, 박씨는 자신만 참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자녀 둘을 키우는 아내 박씨는 자연스럽게 전업주부로 살았고, 한해 두해 지나가면서 집안일과 아이들은 박씨 몫이 되었고, 유씨는 직장을 핑계로 귀가시간이 늦어졌다. 유씨는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박씨에게 풀었고 처가의 아픈 가족사가 마치 아내의 약점이라도 되는 양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박씨는 참고 지냈지만, 부부 사이는 멀어만 갔다. 부부관계도 뜸해지다가 각방을 쓰게 된 것도 3년째다. 유씨는 아내에게 대놓고 ‘우리는 부부도 아니고 아이들 때문에 사는 남남이다. 다른 남자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유씨는 다른 여자와 밤늦게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박씨는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다가 박씨는 우연히 알게 된 다른 남자와 낮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남편 유씨가 박씨의 휴대전화를 뒤지다가 이를 발견하고는 아이와 재산을 모두 포기하고 몸만 나가라고 요구했다.

이런 경우 박씨가 간통을 했더라도 고액의 위자료를 부담시켜야 옳을까.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을 했다. 간통죄 폐지가 곧 이혼 위자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회의적이다.

다만, 가정법원에서 실제 사건에서 위자료를 높일지 유지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현재 이혼 위자료가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단독재판부를 비롯한 대부분의 가사재판부에서 인정하는 위자료는 많아도 2~3천만원 정도가 대부분이다. 물론 5천만원 이상 1억원 정도가 위자료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인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위자료가 1억원이 넘는 사건은 고액의 예단이 오고 간 사건에서 원상회복에 갈음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순수하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서 위자료 액수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이혼 소송이 위자료 중심으로 운용되다 보면 부부 사이에 있었던 과거 문제가 집중 부각된다. 일반 거래 당사자와는 달리 부부 사이에는 증거가 많지 않다. 더구나 혼인파탄 사유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모든 과거 사실을 입증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혼전문변호사 중에는 혼인파탄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이 어렵다는 것에 착안하여 입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나머지 온갖 거짓 주장을 지어내기도 한다.

이혼 판결을 받은 당사자 중 완전히 승복하는 경우란 많지 않다. 결과(판결 주문)에 만족할 수는 있어서 판결 이유에 적힌 판단 부분을 보고는 전부 승소한 당사자조차 사실과 다른 판단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혼 소송이 과거 회귀적인 재판이 아니라 장래 전망적인 재판이 되려면 위자료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파탄에 이른 부부 사이의 과거에 있었던 일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부부나 그 자녀를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혼사유와 관련해 장기적으로는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로 가되, 재산분할이나 이혼 후 부양 문제에 집중하고, 위자료는 보충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이혼소송이 과거 회고적 소송이 아니라 장래 전망적 소송이 되면 이혼전문변호사의 역할도 과거를 캐는 흥신소 역할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상담자 역할로 자연스럽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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