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창극의 새 시대를 열게 해준 공연 <변강쇠 점 찍고 옹녀>523일을 끝으로 성공리에 마무리된다. 남은 기간의 표도 이미 매진된 상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지난해 6월 초연 시 창극 사상 최초 18, 26일 최장 공연이라는 모험에도 불구하고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 6회 분이 매진되는 대성공을 이룬 작품이다. 같은 해 창극 최초 차범석 희곡상뮤지컬 극본 부문까지 수상했다. 내년 4월에는 창극 최초 프랑스 무대로 진출한다.
 
이번 5월 재공연은 보다 압축된 재미를 선보였다. 불필요한 대사나 장면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더욱 감각적인 유머로 해학미를 높였다. 감각적인 비주얼로 호평 받던 무대와 영상 등의 무대미술도 보완, 전통요소가 깃들어 있으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놓치지 않은 신 개념 창극을 자랑했다.
 
최근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전혀 다른 색깔의 창극들을 연달아 올리며 연기에 한창 물 오른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농익은 해학 연기도 대단하다. 국립창극단 배우들은 배역에 더욱 짙게 용해되어 농익은 연기를 펼쳤다. 연륜 있는 연기와 농염한 매력의 김지숙과 앙칼지면서도 소탈한 캐릭터의 이소연이 옹녀 역을, 자타공인 국립창극단 희극 연기의 최고봉 김학용과 무게감 있는 소리 실력의 최호성이 변강쇠 역을 맡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18금 창극을 표방하지만 결코 선정적인 작품은 아니다. 고선웅 연출 특유의 유쾌함으로 원작의 해학미를 격조 높게 풀어냈다. 고전 변강쇠전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마초 색골남 변강쇠가 아닌, 박복하지만 당찬 여인 옹녀를 주인공으로 부각시켰다.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 지역의 장승들, 옹녀 부부가 도방살이를 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을 등장시켰다.
 
창극의 완성도 이외에도 흐뭇하게 느껴지는 볼거리는 관객의 다양성이다. 20대 초반의 여학생부터 6070대 이상의 노인들까지 같은 장면에서 웃고 몰입하며 창극의 세련됨에 감탄해 마지않는다. 공간의 영역으로는 젊은 세대의 중심이나 다름없던 극장이 창극의 힘을 빌어 역전되는 순간이 뜻 깊을 따름이다. 특히 18금의 해학이라는 점은 여타 창극과도, 올해 초 어르신들을 소극장으로 많이 인도했던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와도 차별성을 띈다. 약주 한잔을 걸치고 공연장에 앉아있던 어르신들 덕분에 더 구수하고 끈적하게 공연에 또 음악에 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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