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서안화차>5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서안화차>11장으로 구성된 기억극 형식의 극이다. 동성애를 소재로 현대인, 특히 아웃사이더의 불안함과 병적 애착을, 불멸에 집착했던 진시황의 욕망과 병치해 조명했다. 인간의 집착과 소유욕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현재와 진시황릉을 가로지르는 스케일로 호평 받았다. 동아연극상 등 9개상을 석권하며 평단에 신뢰받고 관객에게 사랑받아온 극단 물리대표 공연이다.

작품은 주인공 상곤이 서안 진시황릉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과거를 회상함으로써 시작된다. 상곤의 회상은 화교 출신 어머니에 대한 기억, 부유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가진 찬승에 대한 기억 등으로 집중된다. 기차 안의 시점은 잠시뿐,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로 돌아가 집착과 모욕, 사랑, 외로움 등의 원천을 되짚어 나간다.
<서안화차>는 고차원적인 플롯으로 긴 시간을 이끌어 가지만, 각 부분은 조각난 것처럼 단편적인 인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장편의 파편화 같은 느낌이다. 내용이 뚝뚝 끊긴다거나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건 아니다. 구간 이미지가 독자적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충동을 받을 만큼 뚜렷해서 그럴 뿐이다. 특히 극 중반에 어머니와 나눈 대화(우리에게 갈 데가 어디 있냐는 내용이 포함된), 상곤이 찬승의 악마성(친형에게 저지른 죄악)을 가장 적나라하게 듣는 구간은 전체 스토리를 깡그리 잊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하다.
동성애의 파격, 피지배자가 지배자에게 느끼는 수치와 애정 갈구, 어머니의 비도덕 등 인물들의 다소 극단적인 행동은 결국 서글픔으로 도출된다. 남을 이용하고 비난하는 데만 감정을 할애할 것 같은 찬승의 마지막 고백에 관객들은 반전과 웬만한 연극에서는 보기 힘든 서글픔의 정도를 느낄 것이다.
상곤은 몇 차례에 걸쳐 진시황 무덤을 얘기하며 머나먼 과거에 자신의 감정을 투영한다. 진시황릉 공사에 강제적으로 투입된 인부들의 고난과 공사 말미에 생매장된 인부들의 생을 따라가려 애쓴다. 수많은 역사서에서 건조하게 다룬 백성의 비극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비롯한 시간에 살던 인간의 비극은 백사장 모래와 같이 무수하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사실에 집착하는 이들은 비극적 감정을 타고난 이들이거나, 성장환경이 불우한 상곤과 같은 인간들이다.
비극은 차고 넘치며, 인생을 비극으로 알고 있는 이들 또한 많지만 다들 언제나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다. 이들은 소통하지 않거나 소통을 포기한다. 폐쇄적이어서 밖으로 내뱉기 보다는 안으로 내면화 시킨다. 침울하고 어두운 관념들을 혼자만의 특별한 전유물로 욕망하고 착각한다. 상곤은 호텔 여직원인 정선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성질을 드러낸다. 정선은 상곤이 자신의 동류임을 꿰뚫고 그에게 결국 자신의 속마음과 욕망을 고백한다. 그녀의 고백은 관객들의 공감을 일으킬 만큼 상세하다. 하지만 상곤은 그녀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위협하며 질투한다. 그녀가 혹시라도 자신과 비슷한 흔적을 남겼는지의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서안화차>는 첫 장면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개인적 감상으로 기대했건만, 이를 접한 관객들에게 오래전부터 호평 받은 장면이라고 한다. 첫 장면을 보는 순간 인물의 고독과 비극이 펼쳐진다. 연극이 지향하는 가장 높은 지점이 아닐까. 두꺼운 소설책에서 비극을 찾으려면 주인공의 치열한 내면의 고백을 초반부터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서안화차>는 치열한 내면의 고백을 장면화 시켰다. 수백 문장으로 표현할 것을 2분 동안 배우와 조명과 무대와 배경음악으로 소화했다. 이것은 영화와도 차별성을 띈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빈약한 무대를 현실인양 시치미 떼고 여기에 비장미를 양껏 칠한다. 빈약함은 좋은 연기 등 몇 가지 요소와 결합해 큰 힘을 발휘한다.
연극의 배경음악은 전통 타악기 그룹 공명이 맡았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움직이는 기차에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하는 기차 바퀴소리와 기적 소리 등도 공명의 솜씨다. 크고 작은 북을 놓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직접 만들어낸 소리다.
토용을 연기한 배우들의 분장과 사람보다 거대한 조각상 역시 신비롭고 기괴하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티가 역력해, 극중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 노고가 아깝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양한 장치로써 충분히 활용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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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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