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섹스에 빠진 사람들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언제부터인가 가면을 쓰고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면을 쓰면 그 흥분도가 극도로 상승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가면섹스는 애초에 포르노 동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상에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그리고 소품의 하나로 시작된 가면섹스는 일부 사람들이 시도를 하면서 차츰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취향은 남성들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여성들 역시 이렇게 가면을 쓰는 것을 즐겨하는 경우도 있다. 익명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가면. 이 가면과 섹스는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가면섹스를 즐기는 사람들로부터 그들만이 느끼는 은밀한 성적 흥분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중반의 이모씨. 그는 최근 자신의 애인과 가면섹스의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연애 2년차지만 조금 더 돈을 모은 뒤 결혼을 하기로 결정한 이들 커플은 섹스의 흥분도를 올리기 위해 약 3개월 전부터 가면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뻔히 아는 사이에 가면을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어색함도 한두 번에 불과했다. 횟수가 많아질수록 짜릿한 쾌감은 강도를 더하기 시작했고, 이씨 커플은 가면을 넘어서 코르셋, 야한 속옷 등 섹스의 즐거움과 흥분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이 이렇게 가면과 기타 소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처음 가면섹스를 접한 건 포르노 동영상에서였다. 특별히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가면을 쓴 여자의 모습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를 모르지만, 섹스를 할 때에도 변하지 않는 얼굴의 모습에서 뭔가 색다른 자극을 느꼈다고나 할까? 이유를 쉽게 알 수 없는 그 흥분을 느껴보기 위해서 나 역시 처음 애인에게 가면섹스를 제안했다. 처음 여자 친구는 ‘그게 무슨 짓이냐’고 반문했지만 ‘일단 한번 해보자’며 설득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자 친구도 첫 가면섹스가 끝난 뒤 자신도 흥분했다는 느낌을 털어놓았다. 아직까지도 왜 가면이 성적 흥분에 도움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해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국산 포르노 동영상에서도 이러한 가면섹스가 잠시 유행한 적이 있었다. 최근에도 아마추어들이 자신들의 섹스 동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도 가면을 쓰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가면을 쓰고 섹스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가면을 쓰면 좀 더 난폭해지거나 혹은 좀 더 관능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또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면을 쓰게 되면 나를 감출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럴 때 나의 기본적인 욕망에 더욱 충실해지는 것 같다. 우리는 보통 얼굴이 믿음과 신뢰의 상징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따라서 그것으로 인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가면을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익명성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그러한 잘못이 가면을 씀으로 인해서 다소간 완화될 것 같다는 심리적인 편안함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상대방 여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실제 취재진은 가면 섹스에 동참해봤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녀 역시 ‘평소에는 발휘하기 못했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특히 그녀는 어떤 사회적인 제한이나 틀에서 다소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일탈감, 해방감이 섹스의 쾌락과 콜라보(?)를 이루면서 흥분도가 폭증한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다소 음란한 말이나 행동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가면에 섹스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소도구의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변태’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어

물론 이러한 가면섹스를 ‘변태적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또 실제 이를 맹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한 50대 초반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도 가끔씩 포르노를 보기는 하지만 그런 영상이 있을 때마다 ‘왜 저런 짓을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서로 민망하고 어색하지는 않을까? 또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도 흥분을 할 수 있을 텐데 아예 그 얼굴을 가리기 오히려 성감도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나라면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성적인 취향도 허락이 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내 타입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는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르는 사이에서 가면섹스를 할 때 더욱 흥분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조건만남을 할 때 애초부터 가면섹스를 제의하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경우 ‘최고의 섹스를 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다. 애초부터 몰랐던 사이에서 그 익명성을 더욱 증폭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런 것에 대해 ‘잠재된 성적 폭력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만 들으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성적 폭력의 은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에게는 섹스와 관련해서 아주 이기적인 욕망이 존재한다. 타인이 느끼는 섹스의 즐거움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만이 동물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다. 강간이라는 것은 그것이 가장 전형적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인간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 타인을 배려하는 존재라고 했다면 애초에 강간이라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단지 강간을 할 수 없는 사회적인 규칙이 있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면을 쓰게 되면 상대방이 인간으로 보이지 않고 사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잠재된 성적인 폭력성에 기름을 붓게 되고 이것이 충족될 때 사람들은 일반적인 섹스보다 더 강한 쾌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가면은 인간의 내면적인 폭력성, 이기주의를 드러내주는 강력한 소품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적지 않은 경험자들 역시 가면을 쓰고 섹스를 하게 되면 좀 더 거칠고 관능적으로 변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렇게 섹스의 쾌감을 돋우는 소품은 가면만이 아니다. 여성에게는 T팬티나 코르셋, 기타 야한 속옷이 그렇고 남성들에게는 섹시한 팬티 등이 그렇다. 심지어 일부 남성의 경우 여성이 ‘인공성기’를 달고 자신에게 가학적인 행위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소품들이 결국의 섹스에 임하는 사람들의 내면적인 심리적 일탈감을 부채질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가면이나 기타 소품에 열광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섹스가 옳은 것일까? 물론 섹스라는 행위를 두고 옳고 그르다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가치의 영역이기 보다는 감성과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지나치게 이러한 소품에 의존하게 되면 이 역시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강한 것을 원하게 되고, 만약 그것이 극단화되었을 때에는 정신적인 문제는 물론, 정상적인 섹스에 만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성적 자극도를 높이는 취향의 선택에서는 자유롭게 하되, 어느 정도의 절제와 경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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