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광고물이 정치권 공방의 새 주제로 떠올랐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타당성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에 부착된 광고 내용이 문제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국정홍보처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 홍보물은 ‘서울 북경보다 못하다?’와 ‘서울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의 두 주제로 나뉜다. 포스터에는 활기찬 베이징 거리와 멕시코인의 여유를 제시한 뒤 한국인의 어두운 표정을 대비시켰다.

특히 세계 30대 도시 중 서울의 삶의 질이 최하위라는 내용은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물론 신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국정홍보처의 서울 폄하 광고가 나가자 서울시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를 비난했다. 박명현 대변인은 “정부가 앞서서 수도 서울을 폄훼하는 홍보물을 공개적으로 게시한 것은 결코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비난했다. 한나라당도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서울시를 깎아 내렸다”며 공세를 취했다. 또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것을 광고하는 정부가 어떻게 제정신일 수 있느냐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광고 내용은 서울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정부의 지하철 광고는 자기비하가 아니라 삶의 질 문제를 제대로 보자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정홍보처가 애초에 8월 한 달간 게재키로 했음에도 서울시가 사전심의 미필을 이유로 광고를 철거해 현재는 소수만 남아 있다. 국정홍보처는 “서울을 비하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며 표현상 반어법적 수단을 사용했을 뿐”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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