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적극적인 업종변경을 고려해야한다. 언젠가는 매출이 나아지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린다면 자본잠식과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판단 시점이 늦어지면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번 실패를 겪었기 때문에 초기 창업보다 더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업종변경 시 아이템 선정 등 유의점을 살펴본다.


예비창업자가 업종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유망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유행 업종은 반짝하며 인기를 얻다가 거품처럼 빠질 수 있다. 따라서 5년 이상 유지가능한 도입기나 성장기에 있는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대중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최근 부대찌개와 족발, 순댓국 등 전통 한식이 브랜드화 되고 있어 업종전환 아이템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브랜드 선택 시 장수 브랜드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박가부대찌개’ 부산경성대점 이재민 사장(36·남)은 1년간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접고 지난해 11월 음식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10여년의 직장생활을 뒤로 하고 퇴직 후 열었던 슈퍼마켓. 손쉽게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했지만 현실과는 차이가 있었다.

대중성·차별성 갖춘
아이템으로 전업

상권과 가격이 경쟁력인데, 제품 소싱 노하우 등이 경쟁업체들과 밀렸기 때문이다. 생계비까지 걱정될 정도가 되자 업종을 전환했다.
그는 입지와 아이템의 궁합이 맞는지 꼼꼼히 따졌다. 대학, 오피스, 상업시설이 밀집해있는 부산경성대역 인근에는 보쌈, 고기, 치킨 등 안주 및 저녁메뉴 아이템이 많았다.

하지만 지갑이 얇은 학생, 직장인들을 충족시킬 만한 식사메뉴는 없었다.
그가 부대찌개를 선택한 이유다. 그러면서도 점심과 저녁매출이 꾸준해 점포 가동률이 높아야 했다. 박가부대찌개는 여기에 부합했다.
저녁에는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한 부대찌개, 점심에는 매콤한 철판볶음을 판매해 주·야간 상관없이 일 매출이 꾸준할 것으로 판단했다. 며칠간 매장을 방문해서 예상매출 등을 꼼꼼히 따졌다.
132㎡(40평) 규모 매장에서 월매출은 6000만 원을 웃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이다. 여기서 경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20~25% 정도 수익이 남는다.

기존의 사업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업종인지도 살펴봐야한다.
이는 적응기간을 줄여줄 뿐 아니라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존 사업장의 인테리어나 집기를 재활용해 투자비를 최대한 낮추는 것.

최근에는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매출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업종 전환 등 새 단장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분이기에 따라 가맹본부들도 가맹점 창업비용을 대폭 삭감한 새 단장 창업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오징어와 친구들’은 새 단장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창업비용 부담을 줄였다.
기존 운영 중인 인테리어와 설비, 집기 등 재활용 가능한 비품을 활용할 수 있어 창업비가 낮다. 대전시 유성구 궁동에서 ‘오징어와 친구들’ 궁동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완철 사장(47)은 퓨전포차를 운영하다가 해물포차로 업종을 전환해 성공했다.

지난해 11월 대학상권115㎡(35평) 매장에 총 5억 원을 투자해 퓨전포차를 오픈했지만 경쟁력이 없었다.
메뉴가 다른 주점 등과 차별점이 없었고 운영경비도 많이 들었다. 회전률도 낮고 본사에서 납품받는 식재료 가격도 높았다.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는 업종전환을 결심하고, 기존 설비를 살리는 포차를 기본으로 하되 메뉴 경쟁력이 있는 오징어 포차로 업종을 전환했다. 단돈 3000만 원이 들었다.

현재는 상권 내 매출 대박 점포로 꼽힌다. 월평균 매출 7000만 원 이상을 웃돈다.
경비 등을 제외한 순익은 2000만 원. 그는 업종을 전환한 지금 만족한다는 평가다. 주 메뉴는 오징어를 이용한 요리다.

유사업종 전업해
투자위험 최소화

오징어는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해산물 중 하나다.
남녀노소 세대차이 없이 좋아한다. 오징어 회와 물회, 오징어통찜과 순대, 오징어 해물전골 등 오징어를 이용한 다양한 안주를 판매한다.

여기에 멍게, 해삼, 연포탕, 해물짬뽕 등의 해산물 요리도 갖췄다.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전어 등 계절별 신 메뉴를 정기적으로 출시한다. 부담 없는 편안한 분위기도 한 몫 한다.
서민적이고 편안한 분위기에 30~40가지 다양한 메뉴를 저렴하게 판매해 퇴근길에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오징어는 전문적인 손질을 요하지만 오징어 껍질을 벗기는 탈피기와 자동으로 오징어 회를 썰어주는 세절기가 있어 걱정 없다. 본사가 산지 경매로 낙찰 받은 오징어를 매일 아침 공급하기 때문에 재료 수급과 가격도 안정적이다.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서 오징어를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창업자들은 가급적 성장기 업종을 선택해야 한다.
창업전문가들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업종이라 할지라도 경험이 없는 업종으로 변경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며“업종 전환 전 자신이 경험했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을 철저히 따져 새로운 사업에 대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권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뜨는 업종도 특정 상권에 적합하지 않으면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주변 상권의 변화 과정도 항상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재개발지역으로 선정되거나 대형 관공서, 빌딩, 아파트단지의 입주, 지하철역의 개통 등으로 기존 소비자 계층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동안 장사가 잘 되는 업종이라 하더라도 업종전환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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