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초선 의원들의 신규 재산 공개 내역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재산 증식과정이 불분명한 몇 의원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행정수도 이전지인 충청권에 연고가 없음에도 부동산 등을 보유한 의원과 미성년인 자녀에게 증여성 재산 신탁을 한 의원들도 여론의 눈총을 받고 있다.그리고 전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재산이 줄었지만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의원은 오히려 늘어 파장이 일고 있다. 직계 존·비속 재산 공개 거부가 가능하다는 점은 정확한 실태 파악이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재산 공개 후 논란이 일고 있는 의원실은 의혹 해명에 진땀을 흘리고 있으며, 명확한 해답을 주지 못한 측은 공개적으로 비난받고 있다. 국회의원 재산공개와 관련, 우선 행정수도 이전지인 충청권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들이 곤경에 처했다.

현재 파악된 바로는 20여명의 의원들이 충청권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오래 전부터 소유하고 있거나, 상속받은 것이므로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충청권에 연고가 없어 떠도는 의혹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지역구가 강원 속초·고성·양양인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대전 유성과 충남 공주에 다수의 임야와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정 의원은 “외가의 본가가 충남 공주에 있다”면서 “2년 전 상속받은 땅이므로 투기 의혹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답했다. 그리고 경북 영천이 지역구인 이덕모 의원도 충남 태안에 본인명의로 2,600여 평의 밭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성년자인 장남이 약 4만5,000평의 대지와 임야를 소유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의원은 “태안 땅은 모두 지난 2000년에 조림사업을 위해 매입한 것으로 투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설명했다. 비례대표인 박찬숙 의원의 배우자도 충남 금산에 4,200여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

박 의원 측은 “황해도 출신인 시아버지가 선산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 83년에 매입한 것”이라면서 “현재 배우자와 처남이 공동명의로 가지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이외에도 비례대표 윤건영 의원이 충남 서산에 3,900여 평, 충북 진천에 이계경 의원의 4,100여평 소유가 확인됐다. 또 이계안 의원도 충남 당진에 2,200평의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이처럼 재산공개 이후 충청권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은 한결같이 행정수도 이전과 관계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충청권 부동산 소유는 당분간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충청권 부동산 소유로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의원들 몇은 지난 총선 때 불법선거자금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의원 본인 및 참모가 구속 및 불구속입건됐거나 최종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결국 불법 혐의가 드러난 의원들에게 또 다시 의혹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한편 이번 재산공개 내역을 두고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부동산과 유가증권 소유 내역을 알고 따라가기만 해도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일부는 국회의원 재산 내역을 알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상당수의 의원들이 경제활동이 없는 자녀들에게 증여성 재산 신탁을 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수입이 전혀 없는 미성년자 자녀에게 상당한 금액의 예금과 부동산을 증여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의원들은 조부모로부터의 상속이나 스스로의 경제활동에 의한 결과라 설명하고 있지만 개운한 끝 맛을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이번 재산공개를 두고 정치권은 스스로 그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국회 신고 대상 중 59명의 의원이 직계 존·비속의 내용을 고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즉 국민 앞에 떳떳하게 신고한 사람만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면, 다음 공개 때는 고지 거부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재산공개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계 존·비속 공개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는 재선 이상의 의원들이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는 점이 문제라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새 국회 출발 시점에선 최초 신고분을 같은 시점에서 해야, 이후의 증가 여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직계 존·비속 거부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30명, 한나라당 21명, 민주노동당 6명, 민주당 2명으로 대상자 중 약 30%에 이른다.한편 직계 존·비속 재산공개 의무화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이뤄져야 가능한데,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이들이 국회의원 자신인 만큼 가능성은 다소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지나치게 자세한 공개를 하는 것은 자칫 시장 경제원리에 어긋나고 사생활 침해 소지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재산 공개 결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100억 5,500만원을 신고해 재산 상위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마이너스 5억 6,300만원을 신고해 가장 가난한 국회의원으로 밝혀졌다.또 16대 때 보다는 신고재산이 평균적으로 5억원이 적으며 전체적으로 재선 이상의 의원보다 초선 의원들이 가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주목되는 점은 정당별로 민주당이 의원평균 18억 2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 14억 2,000만원, 열린우리당 9억 8,700만원, 자민련 4억 2,200만원, 민주노동당 1억 2,400만원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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