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 실시된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국제채권단의 긴축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7·5 국민투표의 긴축안 거부는 급진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벼랑끝 전술 승리를 반영한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채권단의 긴축정책 탓에 2010년 부터 5년 동안 그리스인들의 삶이 짓밟혔다며 긴축안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프라스 측은 3230억 유로(402조 원) 부채중 30%를 탕감해야 하며 3차 구제금융 지원을 요구한다. 안 되면 유로존 탈퇴도 불사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벼랑끝 전술이다.
치프라스가 유로존의 긴축 요구를 거부한다면, 독일과 프랑스 등 채권단은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요구를 거부할 게 분명하고 그리스는 파산을 면할 수 없다. 치프라스의 정치적 생명도 끝나게 된다. 그래서 치프라스는 채권단의 긴축안을 전면 거부만 할 수도 없다.
그런가 하면 유로존 채권 국가들도 고민은 많다. 치프라스가 3차 구제금융 거부에 앙심을 품고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게 된다면, 28개국 EU의 장래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그리스가 19개국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서도 떠난다면 미국과 유럽의 중국·러시아 봉쇄망에 구멍이 뚫린다. 유로존도 그리스를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만 없는 처지에 몰렸다.
그밖에도 EU 채권국들은 그리스의 EU·NATO 탈퇴가 두렵다고 해서 3차 구제금융 지원에 나설 수도 없다. 그리스의 긴축 거부에도 불구하고 채권국들이 3차 구제금융에 응한다면, 채무국은 채권국의 긴축 요구를 거부해도 된다는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데서 그렇다.
여기에 유로존 채권국들과 그리스는 서로 극단적인 선택을 자제하며 제3의 타협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유로존은 구제금융의 조건을 완화해 지원해주고 그리스는 긴축안을 수정해 받아들이는 타협안이다. 하지만 양자간에 타협이 성사된다 해도 그리스인들은 경제적 파탄의 고통을 벗어날 수 없다. 이 고통은 전적으로 그리스인들이 자초한 재앙이다.
그리스는 1981년 사회당이 집권, “국민이 원하는 건 다 준다”며 묻지마식 복지정책으로 들어갔다. 공무원 정년은 58세이고 매월 연금으로 재직 때의 95%를 수령한다. 국가채무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77%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37.5%에 불과하다. 부정부패도 만연해 연간 탈세액은 2000억-3000억유로(250조-373조 원)에 이른다. 2010년부터는 채권단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세금인상·임금삭감 등의 긴축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 지난 5년간 긴축으로 실업자수는 100만명이 추가되었고 임금은 38%나 삭감되었으며 연금은 45% 줄여야 했다. 전체 실업율은 25%에 달하고 청년실업율은 50%를 넘어섰다.
유로존 국가들은 41세의 치프라스 총리를 이념적으로 불신한다. 급진좌파 시리자당 소속의 그는 지난 1월 총리로 선출되기 전까지 자본주의 타도 폭력혁명가 체 게바라 사진을 사무실에 걸어놓고 숭배하였다. 그는 지난 1월 극우정당과 연정을 이루고 반기업, 반(反)자유교육경쟁, 정적 협박, 언론 압박 등 급진좌파 색채를 드러냈다. 그의 급진좌파 정책은 올해부터 2.5% 성장으로 예상했던 경제를 다시 곤두박질 치게 했다.
그리스인들은 1980년대부터 좌파 정권의 공짜복지에 중독되어 국가재정을 파탄냈고 1월 총선에서는 체 게바라 숭배자 치프라스를 선택했다. 그들은 7·5 국민투표에서도 긴축재정을 반대하고 채무탕감을 주장한 치프라스를 지지했다. 아직도 그리스인들이 공짜 복지 중독에서 깨어나지 못했음을 반영한다. 그리스인들은 무상 복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지난 30여년의 경제 파탄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 근년 공짜 복지로 술렁이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스인들의 고통은 값진 교훈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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