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해킹’ 국정원 직원의 자살 사태까지 빚자 정국이 깊은 충격에 빠졌다. 문제는 과거 안기부 시절의 불법 도청 전력 등이 국정원의 어떤 설명으로도 지난 대선 때의 정치댓글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행사한 국정원 직원 임 모씨가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감시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면서 제기된 선거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음에도 야당은 한 발짝도 물러설 기색이 안 보인다.
때문에 임씨가 유서에서 삭제했다고 밝힌 오해를 일으킨 자료의 복원 및 내용파악이 시급하다. 여야를 떠나서 이런 소모적 논란을 더 확대시켜서 얻을 건 피 튀기는 정쟁 외엔 아무것도 없다. 국가 안보가 정쟁의 도구가 될 수는 없다. 야당은 ‘선(先)의혹검증, 후(後) 현장조사’를 주장하고 있으나 조사 순서가 의혹의 실체 규명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지 납득이 쉽지 않은 터다.
국민이 바라는 바는 우리 정보 역량이 더는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여야가 긴밀하고 신속한 방법으로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해킹팀의 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어디에서도 사용 실태를 공개한 곳은 없다. 사이버 전선 또한 안보의 최일선이란 의식이 남북 대치상황이 갈수록 위태해지고 있는 우리 현실보다 더한 곳이 없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드러난 의혹을 적당히 덮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정보기관의 암울했던 과거사를 감안할 때, 의혹을 소상하게 규명하되 세계가 정보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정보역량이 절대로 위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엄중한 사안일수록 신중해야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이제 국정원은 집권당의 하수인 노릇이 가능한 조직이 아니라고 본다. 여당 눈치도 야당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국가와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더 이상 국정원이 무책임한 논란에 휩싸이면 우리 안보는 천둥벌거숭이가 되고 말 것이고,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의 목을 옥죈 자해의 상처로 역사에 남을 뿐이다.
문제의 해킹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고, 사용했던 당사자가 스스로 생명을 끊으면서 남긴 유서에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 자료를 삭제했다고 했다. 왜였을까, 철저히 교육받은 국가관의 발로였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지만 우려할 부분이 전혀 없다”고 목숨을 던져 절규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차 야당이 의혹제기에만 몰두하면 위기에 처한 야당이 국민들 눈을 돌리기 위한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오해받을 공산이 크다. 이 어려운 시기에 국정원이 할 일은 국회정보위의 현장조사에 적극 협력하면서, 자체 정보역량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지키는 일이다. 이는 국정원의 사활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야 대치 현안이 국정원이 과연 이탈리아 보안업체로 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사들여 민간인 스마트폰까지 들여다봤느냐는 것이 핵심인 만큼, 전면적 조사결과 야당의 의혹 제기가 실체 없는 정치 선동으로 나타날 경우 국정원 직원의 억울한 죽음을 비롯한 국민 앞에 책임질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야당 주장이 어느 한부분이라도 맞게 나타나면 얘기는 정반대가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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