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한 사람의 활약은 때로는 십만 대군의 가치를 능가한다. 인류가 생긴 이래 전쟁의 역사는 간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 월왕 구천은 서시(西施)를 이용한 미인계로 오왕 부차를 무너뜨렸다.
베트남은 공산화되기 직전 월맹이 파견한 6000명의 간첩과 그들에게 포섭된 5만 명의 체제 전복세력(시민 및 종교단체)이 반전·반미를 주도하며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 독일 통일 후 동독 기밀문서에 기록된 간첩 명단에는 서독 각계각층의 고위 인사를 포함한 2만-3만 명이 밝혀졌다. 국민통합을 위해 독일 정부는 명단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1941년 12월 7일 진주만 기습은 일본의 대승이었다. 미 해군 전함 8척의 완파를 포함, 태평양함대 94척의 18%, 항공기 544대 중 88%에 피해를 입혔고 불과 두 시간 전투에 미군 2404명이 전사하였다. 이 성공에는 간첩 요시가와의 정보수집 활약이 있었다. 반대로 일본 패배의 계기가 된 미드웨이 해전의 미군 승리와 일본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가 탄 비행기의 격추는 암호 해독에 의한 사전 정보 입수가 관건이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과 대결하여 연전연패한 일본은 간첩 요시라를 파견하여 반간계(反間計)에 성공하였다. 선조는 간첩 요시라의 정보는 맹신하고 오히려 이순신의 판단은 수용하지 않고 파직, 백의종군시켰다.
명말에 만주족의 청나라가 산해관으로 쳐들어 올 때 최대의 장애물이 명장 원숭환(袁崇煥)이었다. 청 역시 반간계(反間計)를 써서 명이 스스로 원숭환을 죽이게 만들었다.
이처럼 간첩의 역사가 중시되는 것은 정보원의 활동은 국가안보의 최첨단에서 활동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안보나 탈북자, 휴민트들의 안전보다 간첩 피의자 한 사람의 인권을 더 강조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 국정원의 정보능력은 주요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가장 큰 이유 중 의 하나가 안보불감증과 종북세력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비대칭전력의 핵심으로 북한은 핵과 해킹을 선택했다. 북한 해킹 수준은 상상 외로 높다. 거기에다 국정원은 거의 무장 해제된 상태로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어 북한에 사이버전 능력이 뒤떨어질까 두렵다.
국가안전과 국익을 위해 국정원이 해킹해야 할 대상은 무한대다. 고정간첩과 대공 용의자, 대테러 용의자, 외국 스파이, 산업스파이 등이 보이지 않게 암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리당략으로 국정원의 손발을 묶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민변 변호사, 종북 좌파 국회의원, 진보 언론이 정의와 인권을 외치지만,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에는 눈감고 있지 않은가. 이들에게는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고 위협 발언한 김정은의 오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최근 국정원 직원의 자살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둘러싼 진실 규명 작업이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35개국 90여 개 기관 중 국회와 검찰의 조사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대한민국 국정원밖에 없다.
국정원 본연의 임무인 대북 정보활동과 민간인 사찰 의혹은 구별되어야 한다. 야권은 ‘국정원이 하는 일은 모두 범죄행위다’라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야당의 “외국인을 상대로 한 해킹도 불법 소지가 있으며, 외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의혹만 제기하는 정쟁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불법(사찰을) 한 사실이 없다. 직(職)을 걸겠다”며 강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또한 “국내 사찰은 전혀 없다”며 “국정원에 (여야 의원들이) 오면 자료를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과거 국정원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미림팀’을 가동해 언론인·정치인 등 사회고위층 5000여 명을 상대로 불법 도청을 자행한 결과,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된 전례가 있다. 대한민국의 어떠한 법도 국정원장의 불법행위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이 원장의 주장을 믿는 수밖에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안철수 의원은 “관련 로그파일을 전부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그파일 공개는 국가 안보를 무장해제하는 일이다. 로그파일 기록은 외부에 공개하지 못할 수많은 기밀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당보다는 국가를 생각하는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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