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지성'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5일 오전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줄이었다.

일련의 저술과 반독재투쟁, 통일운동 등으로 젊은이들과 좌파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하듯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정당을 제외한 각계각층 지도자급 인사들이 찾아와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조문을 마친 뒤 상주인 큰아들 이건일씨(49)의 손을 붙잡고 위로했다. 이어 그는 리 교수의 부인 윤영자 여사(78)가 머물고 있는 빈소 내실을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한 전 총리는 "선생님이 가시니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우리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리 선생님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항상 지식인으로서 올바름의 기준, 진보의 기준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리 선생님의 말씀에 비춰)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우리 모두의 큰 스승인 리영희 선생님이 가셔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민주주의와 평화에 대한 유지를 이어 받아 선생님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참여정책구원 유시민 원장은 "참 멋지게 살다간 어른"이라며 "인생의 사표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선생님으로부터 현대사, 정치, 남북관계, 국제관계 등 넓은 분야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전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참석차 서울에 왔다가 비보를 들었다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지식인이셨다"며 "동시에 분단 상황을 극복하고, (저서)'8억인과의 대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안목도 넓혀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남북관계가 악화된)지금 이 시기에 리 교수님의 말씀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닿는다"며 "남북관계는 일본과의 관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도 생각난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리 선생을 60년대 중반부터 봐 왔다"며 "(리 선생은)내 선생님이자 선배님이며 항상 모든 일에 앞장섰던 그런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전쯤 댁에 찾아갔을 때 이야기를 즐겁게 나눴다"며 지난 일을 떠올리기도 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닷새 전에도 의식은 있지만 숨만 쉬는 상태여서 '힘내라'고 말하고 돌아왔다"며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하늘이 노래지고 고개를 들지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리 선생은 민족 문제와 인류 문제에 한해서는 성직자나 다름없다고 본다"며 "6·25 전쟁 이후 리 교수 같은 성직자는 몇 안 된다"고 평가했다.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는 "(내)지적·정신적 성장에 도움을 많이 주셨다"며 "선생님과 일한 적은 없지만 내가 한 인터뷰를 보고 격려해주신 적이 많았지만, 갚을 기회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홍 교수는 "인생에서 많은 어떤 것을 준 분이고, 이 시대에 공부한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신 분"이라며 "스승이란 말도 표현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우 문성근씨는 "늘 일깨워주시고, 관점을 정리해주신 어른"이라며 "역사적으로 걱정스런 후퇴기에 떠나셔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씨는 "선생님 말씀대로 자주적인 민주국가를 만들기 위해 후학들이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빈소에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출신의 전·현역 지자체장과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조문을 와 고인에 대한 남다른 존경심을 표했다.

특히 고인의 사상에 감화돼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486정치인들은 정신적 스승을 잃은 절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김대중 평화센터 명의로 조화를 보내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후 10시30분께 야당 대표로는 마지막으로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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