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몇푼에 팔려 외딴 섬에서 3개월 간 성매매

미성년자를 유인, 협박해 성매매를 강요하는 파렴치범들의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해주겠다며 미성년자를 유인해 외딴 섬의 티켓다방에 팔아넘기고 성매매를 시킨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간 이모(16)양과 최모(16)양은 3개월 간 감옥과도 같은 생활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해야만 했다. 결국 이양의 신고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두 소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이들 일당의 행각을 따라가 봤다.

지난 7월, 메신저에 접속해 채팅 중이던 이양과 최양은 귀가 솔깃한 말을 들었다. 이양 등과 함께 채팅을 하고 있던 최모(20)씨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이야기를 꺼내놓은 것. 돈이 궁했던 이양 등은 ‘어서 이야기해보라’며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최씨는 “다방을 운영하는 지인이 일할 여성을 구하고 있다. 2달간 커피 배달만 해도 800만 원을 벌 수 있는데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은밀한 제안을 건넸다. 최씨의 검은 속내를 눈치 채지 못한 이양 등은 800만 원이라는 돈에 현혹돼 “해 보겠다”며 덥석 응해버리고 말았다.

이후,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이양 등은 이틀 뒤 최씨를 만났다. 자퇴생인데다 결손가정인 이양 등은 평소에도 집을 겉돌아 2달간의 가출도 거리낌 없었다. 간단히 짐을 챙겨들고 나온 두 소녀는 최씨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금방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부산에서 출발해 쉬지 않고 꼬박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하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배에 차를 싣고 섬으로 이동하는 순간에서야 ‘일이 잘못되어 간다’는 생각이 두 소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이윽고 전남 완도군의 한 섬에 도착한 최씨는 두 소녀를 티켓 다방으로 데려갔다. 최씨는 이양 등을 넘겨주는 대가로 다방업주 김모(49·여)씨에게 200만 원을 받은 후 곧장 자리를 떴다.


성매매 강요당한 악몽의 나날

이때부터 두 소녀의 악몽은 시작됐다. 다방 모퉁이에 위치한 쪽방에 짐을 풀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했다. 이양 등은 미성년자라 주민등록증이 없어 단속에서 걸릴 위험이 컸다. 때문에 최씨가 4일 후 다시 다방을 찾아와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김씨에게 건네줬다. 김씨는 24시간 내내 일거수일투족을 살벌하게 감시했다. 커피 배달은 물론 술시중과 성매매까지 강요했다. 겁에 질린 이양 등은 김씨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조그마한 섬 마을은 소문이 빨리 퍼져나갔다. 40대 종업원만 있던 다방에 젊은 여성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졌고 성매수를 원하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 이양 등은 2주간 남성 4명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져야했다. 성매매를 대가로 받은 돈은 고스란히 김씨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800만 원을 벌기 위해 다방에 일하러 왔지만 돈을 벌기는커녕 돈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원치 않는 성관계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갔다.


섬마을은 스캔들로 시끌

그러다 마을이 스캔들 파문에 휩싸여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워졌다. 자주 다방을 오가던 한 유부남이 모텔에서 이양과 성관계를 갖다 아내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이양 등이 오고 난 후 부쩍 다방 출입이 잦아지자 의심을 품은 아내가 몰래 뒤를 쫓아가 성매수 현장을 발각한 것이다.

파문 이후 섬마을 주민들 사이에서 ‘미성년자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양 등이 짙은 화장을 했지만 앳된 외모를 완벽히 감출 수 없어 소문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 소문으로 곤경에 처한 김씨는 위험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경남 거제도의 티켓다방에 팔아넘기기로 마음먹었다. 결국 2주일 만에 300만 원의 돈을 받고 두 소녀 모두 거제도의 다방 업주 고모(30)씨에게 넘겼다.


손님 도움으로 지인에게 SOS

거제도에 도착한 이후 두 소녀의 시련은 더욱 혹독해졌다. 고씨는 겉모습부터 충분한 공포감을 형성했다. 온 몸에 칼라 문신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고씨는 사람까지 붙여 악독하게 감시했다. 이양 등을 불러 앉혀 놓고 “300만 원을 주고 너희를 데려왔으니 나에게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다. 예전에 몰래 도망친 사람이 있었는데 강원도까지 가서 잡아온 적도 있으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며 으름장을 놓고 이에 대한 공증을 받아놓기까지 했다. 하루 종일 시달렸지만 월급도 한 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옷 구입비용 등으로 고씨에게 돈을 빌려 빚만 잔뜩 늘어갔다.

또 밤낮없이 성매매를 강요당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씨의 위협에 위축된 두 소녀는 항의의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성매수 손님이 오는 대로 잦은 성관계를 갖다 이양이 임신을 해 지난 9월에 임신중절수술을 했다. 하지만 고씨는 이에도 불구하고 수술한 지 이틀 만에 성매매를 강요하는 파렴치한 행각을 저질렀다.

탈출의 기회는 뜻밖에 찾아왔다. 유일하게 감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은 성매수 손님과 있을 때였다. 이양은 이 시간을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지옥과도 같은 고씨 다방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매수 손님 중 가장 신뢰가 가는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고, 손님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처지를 털어놨다. 눈물로 호소하는 이양에게 이 손님은 휴대전화를 빌려줬고 이양은 곧장 지인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지인이 곧장 달려왔다. 지난 10월 2일, 이양은 고씨의 감시가 느슨해 진 틈을 타 지인의 차를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탈출한 즉시 남은 최양이 걱정됐던 이양은 경찰에 신고했다.


탈출하자 협박까지

홀로 남은 최양은 고씨의 추궁에 시달렸다. 이양이 누구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 있었는지 말하라며 협박해 최양은 이양의 지인 연락처를 털어놓게 됐다. 격분한 고씨는 전화와 문자를 이용해 이양을 다시 데려오라며 협박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를 눈치 챈 고씨가 이양이 탈출한 지 4일만에 최양을 풀어줘 최양 역시 3개월 만에 암흑에서 벗어나게 됐다.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다방업주들이 이양과 최양이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고 발뺌했지만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성매매를 강요한 것이 정황상 확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성인에 비해 인식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다방업주의 협박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여겼던 것 같다”며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성매수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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