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운 날씨 때문에도 보통사람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치가 않다. 그런 마당에 재벌순위 5위라는 롯데그룹의 양아치집단만도 못한 후계구도싸움이 점입가경이다. 그 터에 또 명색 새누리당 경북도당의 윤리위원장으로 발탁된 국회의원이란 자가 그 자리를 맡은 바로 그날 성폭행을 저진 사건이 동시에 터져 나와 더욱 사람들 열기를 높여 놓았다. 들끊는 분위기가 참 역겹고 더럽다는 표현으로는 분을 삭이지 못하겠다는 표정들이 역력해 보인다.

롯데그룹의 씻지 못할 부도덕사는 이제 알려질 만큼은 알려져 있는 상태이고 ‘롯데’라는 이름의 대기업이 어린애들 코 묻은 돈이나, 먹고 즐기는 장사꾼식 돈벌이로 오늘을 이룬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오히려 갖은 정부 특혜만 받고 나라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처지에 지금 벌이고 있는 친아들 형제간의 소위 ‘왕자의 난’이 국민께 미치는 영향과 각 재벌기업에 던진 리스크는 실로 지대하고 엄청난 것이다.

아무리 영향 없을 것이라고 해도 한창 부상하고 있는 8.15 경제인 사면론에 냉기를 불어 넣은 것이 사실이고 경제회복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또 한국재벌기업들의 ‘황제식 경영’ 민낯이 노출된 사건이기도 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 오너의 제왕적 시스템’을 혁신하는 방안 마련이 말 한대로 이뤄지게 된다면 황제경영의 독소를 막는 약이 될 수도 있겠으나 그럴 확률은 크게 있어 보이지 않는다. 여론이나 정부 힘만으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롯데의 후계 싸움에서 더 국민을 놀랍고 기막히게 만든 건 롯데 집안의 후계지원을 받는 큰아들이 아예 우리 한국말을 하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껍데기만 한국이름을 가진 일본인에 가까운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또 현 회장 자리에 있는 작은 아들의 어눌해 빠진 한국어 표현도 ‘롯데’가 과연 한국기업이 맞느냐는 짙은 의혹을 일으켰다. 그러고 보면 롯데 기업이 한국에서 돈 벌어 일본으로 실어 나른다는 국민 지적이 틀린말로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와중 덕분에 여론의 초점에서 크게 비켜난 한 사람의 행운아(?)가 있다. 바로 같은 시기에 힘 없는 여성을 성 노리개 취급한 구미출신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심학봉 씨다. 본인은 자신의 윤리적 파탄행위를 더럽게 재수 없었던 일로 생각할지 모르나, 그건 자신의 엄중한 위치에 대한 몰상식함 탓이다. 더구나 경찰 조사가 ‘혐의 없음’ 쪽으로 가닥을 잡자 ‘그 봐라’는 식으로 할 수만 있으면 못 된 여자에게 ‘무고’를 당했다는 눈감고 아웅식 여론몰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게다.

그렇지만 세상일이 그리 녹녹치가 않다. 검찰이 재수사 의지를 분명히 한만큼 이미 국민은 피해여성 측의 태도변화에 대해 손금 들여다 보듯 하고 있다. 심학봉 의원이 피해 여성을 만나 무릎 꿇고 살려달라며 매달렸다는 주장이 나왔고, 제3자를 통해 거액의 합의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어이없는 내용은 경찰이 피해여성의 진술내용이 바뀌는 과정에서 심 씨가 회유, 설득한 정황을 확보하고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경찰이 국민적 시선이 집중된 사건에서까지 국회의원 신분에 눌려 봐주기식 수사를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새누리당을 떠나고자 한다”는 탈당의사를 밝힌 사람이 국회의원직 사퇴에 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는 말 표현조차 한마디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당(黨)에는 속죄를 하나 국민은 안중에 없다는 태도다. 혹시 성폭행 같은 범죄도 합의만 되면 국회의원 권력으로 면책 받을 수 있는 권력의 범위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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