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전면금지 시행 이후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제대로 훈계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심각한 부작용과 함께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의 연이은 교사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니스를 상습적으로 흡입한 중학생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교내에서 유해물질을 흡입하고 환각상태에서 수업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흡입한 학생들 중에 여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사건 발생 20여일 전에 이미 학교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외부에는 쉬쉬하며 자체적으로 사태를 해결한 적이 있어 학교 당국의 학생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서부 경찰서는 지난 3일 공예용 니스를 흡입한 광주 모 중학교 문모(13)군과 조모(12)양 등 같은 학교 학생 18명을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학교와 화장실, 상가 건물 계단에서 니스를 비닐봉지에 짜 넣은 후 상습적으로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적발된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학교 화장실에서 니스를 흡입, 환각 상태에서 수업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문군은 지난 9월 “니스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니스를 처음 흡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반 학생들도 문군의 흡입에 하나 둘 동참했다. 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 등에 삼삼오오 모여 니스를 흡입했고 심지어는 교실 내 TV 뒤에서 흡입하기도 했다.


친구 권유에 삼삼오오 흡입

여자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조사 받는 학생 18명 중 8명은 여학생일 정도로 이들은 니스가 주는 환각에 점점 취해갔다.이 가운데서도 조양은 니스에 맛을 들여 점점 학교를 벗어나 상가나, 빌라 옥상 등으로 니스를 흡입하는 장소를 넓혀 갔다.

니스 흡입은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고등학생 김모(16)군이 광주 동구 소태동 한 PC방 화장실에서 공업용 니스를 흡입한 후 환각상태에 빠져 길을 지나던 20대 여성에게 주먹을 휘두르다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또한 지난달 23일에도 놀이터에서 유해물질을 흡입한 또 다른 중학교 이모(14)군 등 10대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들은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공예용 니스를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역시 경찰 조사에서 니스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이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학교 교정 등에서 상습적으로 공예용 니스를 흡입한 중학생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면서 교육계는 그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약과 비슷하지만 구매 간단

적발된 학생들이 니스를 사용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제품에 비해 구입이 쉽기 때문이다. 마약류, 대마초 등을 비롯한 향정신성 의약품은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엄격한 제재를 받고 있다. 공업용 본드 역시 미성년자가 구매할 때는 판매자가 사용 목적을 확인하고 장부에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에 반해 니스는 톨루엔이라는 환각물질이 함유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구입을 막을 별도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학교 미술시간 등 목재 과제에 주로 사용되는 ‘공예용 니스’의 가격은 700원에서 1000원 사이로 저렴해 청소년들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한 판매를 막을 법적 규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문구점이나 대형 할인점에서 미술시간에 사용할 거라며 공예용 니스를 구입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은 전무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본드의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청소년들이 공예용 니스를 대체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본드와는 달리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니스의 유통 경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니스의 환각효과가 본드 등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그 해독성과 부작용은 가볍게 여길 정도가 아니라며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니스 흡입에 대해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경남 김해에서는 니스를 흡입하다 고교생 조모(16)군이 아파트 9층에서 추락사했고, 경남 마산시 상남동 한 주택에서 초등학생 박모(11)군은 니스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얼굴에 쓰고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성년자 대상 니스 판매요건 강화 등 환각물질 대책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음지에서 행하는 일, 단속도 쉽지 않아

이처럼 10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환각 유해물질 흡입이 유행하고 있는 데는 유해물질 관리의 허점과 함께 학교 당국의 예방교육 미흡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18명의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학교에서 니스 흡입과 관련해 면담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해당 학교의 학생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4일 문군 등 6명이 니스를 흡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발한 학교 측은 학교 보건소를 통해 약물오남용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미술시간에 니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11월초 담임선생님이 니스를 흡입한 학생을 적발해 면담을 통해 지도한 적이 있었다”며 “요즘 학생 인권문제 때문에 훈계와 소지품 검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학생 개인이 은밀하게 행하는 니스 흡입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의 니스 흡입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나 경찰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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