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부지…과감 베팅 또 나올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구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을 두고 또 한 번의 격돌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 낙찰에서 1차 땅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란 평가를 받는 서울의료원 부지는 9000억 원대의 감정가를 받은 상태다. 삼성과 현대의 2차 땅 전쟁에 대한 얘기가 무성한 가운데 최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현대차에서 쌍용차로 차를 바꿔 양사가 신경전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라운드 한전부지 이은 입찰 경쟁 관측
이재용 부회장 차량 변경…신경전 돌입?

서울시는 지난 11일 서울의료원 부지 공개매각 공고를 내고 12일부터 24일까지 전자입찰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의료원 부지 감정가는 9725억 원에 이른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의료원 부지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는 삼성그룹(이하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가 거론되고 있다. 양사 모두 기존에 소유 중인 부지와 서울의료원 부지가 근접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료원 부지의 위치는 현대차가 인수한 한국전력 부지와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구 한국감정원 부지에 인접해 있다. 양사가 통합 개발에 대한 시너지를 기대한 인수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위치다.

더욱이 서울시는 ‘코엑스~한국전력 부지~잠실운동장’ 일대에 국제 업무, 스포츠,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을 유치한 ‘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하철 2호선 삼성역, 9호선 도시철도역 등이 인접해 있고, 향후 KTX·GTX 등 광역철도를 추진 중이어서 광역대중교통체계 구축에 따른 접근성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전력 본사 부지 입찰에서 삼성과 현대차가 맞붙었던 전적도 2차 땅 전쟁을 예고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 원에 낙찰 받은 바 있다. 115층층짜리 통합사옥과 자동차테마파크를 건설해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로 조성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는 입찰이 시작되기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서울의료원 부지 인수주체로 나선다는 후문도 나온다.

반면 삼성은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 상태다.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를 놓고 현대차와 경쟁을 벌일 때에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후폭풍 우려도 커

일각에서는 삼성과 현대차가 무리한 입찰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으로서는 한국전력 부지가 현대차 소유가 된 만큼 서울의료원 부지만으로는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한국전력 부지 입찰가로 후폭풍을 맞은 바 있어 지난해와 같은 경쟁은 벌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한국전력 부지를 낙찰 받은 뒤 입찰에 참여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8조5000억 원가량 증발한 바 있다. 주가 역시 9.17% 하락했다. 인수금액이 너무 과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다만, 서울의료원 부지 위치 특성 상 삼성과 현대차가 입찰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더 지배적인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양사의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후문도 나온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업무용 차량을 현대차 에쿠스에서 쌍용차 체어맨으로 바꾼 탓이다.

체어맨은 삼성 내에서 전무급이 타는 차로, 그 이상의 직급은 에쿠스나 수입차를 타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부회장이 차를 바꾼 것은 현대차와의 경쟁을 의식해 신경전에 돌입한 게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은 “서울의료원 부지 입찰 참여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 않다”며 “이 부회장의 차량 변경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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