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부터 대통령까지 관심…문제의 본질은 ‘욕심’

지난 8일 서울 롯데마트 영등포점에서 외식산업협회 종사자들이 마트치킨판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의 먹거리 사업 진출이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과 이마트의 ‘이마트 피자’가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들 두 상품은 생계형 영세상인 죽이기라는 비난 여론과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위한 것이라는 호의적인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외부 반응을 저울질하던 두 상품 중 먼저 백기를 든 것은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 매서운 여론의 질타에 정치권의 비판까지 쏟아지자 판매를 개시한지 일주일 만에 철수했다. ‘이마트 피자’의 대항마로 호기롭게 나섰지만 7일 천하로 그친 셈이다. 반면 ‘이마트 피자’는 중소 피자가게의 상권을 빼앗았다는 비난에도 불구, 아직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 국정 최대 화두는 ‘상생’과 ‘공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에 중소기업과 함께 공존하는 ‘상생경영’을 주문했다. 하지만 적어도 대형마트에서는 ‘상생’은 통하지 않는 가치처럼 보인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 영세 상권 침투를 시작으로 서민들이 창업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소자본 먹거리 창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이념으로 하냐” 비난 목소리에 맞대응

시작은 이마트였다. 중소 피자가게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이마트 피자 판매를 중단하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소비를 이념으로 하냐”며 대응했다.

영세상인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대기업의 시장윤리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오히려 면박을 준 셈이다. 정 부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서민들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피자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한번 먹어보고 말해 달라”며 “요즘 마트에 가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등 안 파는 게 없다. 근데 특히 피자가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코스트코 피자를 벤치마킹해 지름 44.5cm에 가격 1만1500원의 이마트 피자를 출시했다. 참고로 코스트코는 지름 44cm의 피자를 1만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코스트코 피자에 비해 이마트 피자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훨씬 더 크다. 유료회원제로 운영되는데다 전국에 불과 7개 매장을 갖고 있는 코스트코에 비하면 이마트는 비회원제에다 총 129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피자는 많은 이마트 점포와 높은 접근성, 낮은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피자시장을 장악해나갔다. 판매율도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며 이마트 대박상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동네피자집 매출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인근에 위치한 중소 피자가게들이 폐업위기에 처했다는 뉴스도 연일 들리고 있다.

이마트 피자의 문제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세계 이마트에 피자를 독점공급하고 내부입점해서 빵을 판매하는 업체가 조선호텔베이커리이다. 이 회사는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씨가 45%의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다. 원래 베이커리 산업은 조선호텔 매출의 40% 가까이 차지했었다. 하지만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지분 45%를 사들여 2대 주주가 됐고 오빠인 정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이마트에 피자를 팔게 됐다. 한마디로 독과점을 통해 오빠와 동생이 이득을 취하는 구조인 셈이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는 "조선호텔이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사업을 사주가족에게 분할해 준 사적이익편취의 사례다"고 지적하며 "공정위가 이 부분에 대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큰 치킨 철회 불구, 롯데 웃었다

이마트 피자가 연일 높은 호응 속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자 롯데마트도 이에 질수 없다는 듯 지난 9일 야심차게 ‘통큰 치킨’을 시장에 내놓았다. 호응여론도 비난여론도 뜨거웠다. 긴 줄을 서고 몇 시간을 기다려가면서까지 ‘통큰 치킨’을 사 가는가 하면, ‘대기업의 횡포’라는 날 세운 비판을 하기도 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들은 즉각 거센 반발을 했다. “전국 4만5000여 치킨·오리 관련 생계형 소상공인을 죽이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롯데마트는 이윤 창출의 목적보다는 이를 미끼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차이즈협회는 ‘통큰 치킨’ 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잇따라 열며 투쟁 각오를 밝힌 것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정치권에서조차 롯데마트를 비판했다.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생닭 한 마리당 납품 가격이 4200원이고 튀김용 기름과 밀가루 값을 감안하면 한 마리당 원가는 6200원으로 결국 닭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이라며 “혹시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은 구매자를 마트로 끌어들여 다른 물품을 사게 하려는 ‘통 큰 전략’ 아닐까”라고 반문하며 롯데마트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마디로 통큰 치킨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던 것이다.

이 한마디의 후폭풍은 거셌다. 롯데마트가 전격적으로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는 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트위터 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마디로 롯데마트 경영진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다는 평이다. 청와대에 입김으로 판매 일주일 만에 전격 철회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판매 중단 결정 방침에 따라 롯데마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지 않겠다고 밝혀 사태는 일단락됐다.

‘통큰 치킨’이 일주일 만에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마트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 ‘통큰 치킨’의 논란으로 롯데마트는 단시간에 자사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많이 알리게 됐다. 그것도 저렴한 비용으로. 포털 사이트 인기검색 순위 상위권에 랭크됐고 지난 14일에는 영국의 유력 일간지인 더 타임스에도 관련 기사가 실렸다. 때문에 사회적 반발을 감수한 공격적 마케팅 일환이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더구나 전격 철회를 결정한 이후 오히려 아고라 등에서 ‘통큰 치킨 판매중단 철회’ 서명운동이 진행되는 등 통큰 치킨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지난 16일 내놓은 ‘저가 넷북’이 일명 ‘통큰 넷북’으로 불리며 하루 만에 매진되는 등 대박을 터뜨리는 재미도 맛봤다.

프랜차이즈 협회가 통큰 치킨에는 즉각적인 반발에 나선 반면, 이마트 피자에는 적극적인 반대 공세를 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 치킨은 염가판매, 이마트 피자는 아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부회장은 이에 대해 “통큰 치킨은 염가 판매였지만 이마트 피자는 염가판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피자의 경우 밀가루를 주재료로 그 위에 치즈 등을 비롯한 각종 토핑이 올려 지는데 토핑의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치킨은 생닭이 원재료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나 롯데마트나 가격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며 “피자는 대부분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쪽인 반면, 치킨은 상대적으로 소상공인이 많고 영세하다. 통큰 치킨은 미끼용 저가판매로 소상공인들을 위기로 내몰아 사회적 정의를 져버린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마트가 통큰 치킨을 철회한 것은 무척 반긴다. 하지만 통큰 치킨 논란으로 국민들이 치킨 가격인식에 혼돈이 왔다. 소비자들이 치킨 가격 인식을 5000원으로 인식하게 돼서 소비가 엄청나게 줄 것으로 예상돼 피해 여파가 상당할 것 같다. 앞으로 치킨 원가 관련 부분도 신중히 논의해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며 “영세 상인들이 3000~4000만 원 투자해서 새벽 2시까지 일해 월 200~300만 원을 버는 것인데 이를 폭리를 취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프랜차이즈 협회에 가입된 치킨 가맹점은 40군데고 피자 가맹점 수는 총 5군데다.

조 부회장은 비공식적으로 치킨 원가를 밝혔다. 닭고기 한마리 4000원, 식용유 350~400원, 파우더 250원, 무 300원, 소스 300원, 콜라 450~500원, 쿠폰 600원, 박스 300원, 임대료 1100원을 비롯, 카드수수료를 매출의 3%로 감안하고 기타 비용 및 배달비 인건비 등을 포함하면 실제 치킨 판매가격은 1만2000원 꼴이라고 말했다.

한국가금산업발접협의회와 영세치킨사업자들도 지난 16일 신문 등에 광고를 내 치킨 한 마리에 투입되는 비용이 총 1만2940원이라고 밝혔다. 광고에서 밝힌 서울 은평 응암동의 한 치킨집 실제 원가를 보면 닭고기 한 마리(1kg) 4300원, 튀김가루 970원, 닭 튀기는 비용 1000원, 포장용상자와 무, 음료가 1180원이다. 임차료와 수도광열비, 감가상각비를 합쳐 3268원이고, 배달비와 인건비가 2222원으로 총 1만2940원이라 밝혔다.

치킨 원가 논란으로 궁지에 몰리자 한국프랜차이즈 협회는 지난 17일 “협회는 치킨 한 마리당 800원 정도, 가맹점은 4000원 정도의 마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choies@dailypot.co.kr


#통큰치킨 후폭풍,
프랜차이즈 업계로 불똥 튀어

‘통큰 치킨’으로 치킨 원가 논쟁은 프랜차이즈업체들에게로 불똥이 튀었다. 롯데 마트를 맹비난했던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통큰 치킨 판매 철회 이후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치킨 가격 논란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공정거래위원해 새해 업무보고에서 “나도 2주에 한 번 정도 치킨을 먹는데 비싸긴 하더라”고 언급한데 이어 “영세상인들의 권리도 중요하나 치킨을 싸게 먹을 수 있는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가격 담합에 대한 조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도 가격불만을 제기하며 ‘통큰 치킨’ 판매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싸고 맛있어서 좋은데 철회해서 아쉽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반응과 함께 좋은 상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을 배척당했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프랜차이즈업체들의 독과점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상위 5개 업체가 60%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는데다 가격도 1만5000~1만8000원 선으로 가격도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도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격 거품을 빼야한다”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과도한 마진을 남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측은 “이번 통큰 치킨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5000원이 적정 가격으로 인식하게 됐는데 치킨 가격이 내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 왜곡된 정보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폭리를 취한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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