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성폭행 살인부터 연평도 포격까지 365일

금년에는 유독 대형 스포츠 행사가 많이 있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남아공월드컵’, ‘U-20 여자 월드컵’등을 통해 국민들은 하나가 되었다. 반면 안타까운 소식도 많이 있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이나 시내버스 폭발사고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인물들도 생겨났다. KBS 예능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통해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박칼린과 드라마 ‘동이’에서 단역으로 출연해 미친 존재감으로 등장했던 티벳궁녀가 있었다. 반면 순간의 실수로 인해 재개하지 못할 거 같은 연예인도 생겼다. 술에 취해 룸살롱 업주를 폭행한 이혁재나, 해외원정도박으로 구설수에 오른 신정환, 마약 혐의를 시인한 김성민 등은 그들을 믿었던 팬들이 있었기에 더 씁쓸한 사건이었다. 많은 사건·사고 들 중에서 올 한해 인터넷 검색 순위 상위를 차지한 것들을 모아 정리해 보았다.

2010년 새해가 밝아오며 가장 먼저 우리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을 둘러싼 잇단 부정 사건이었다. 국가 신뢰도에 관한 문제로 번졌던 이 사건은 연초부터 인터넷 검색 상위를 차지하며, 수능 중심의 우리나라 교육의 한계를 보여주는 기회가 됐다.


온 국민 분노 성폭행 살인 사건

지난 1월 18일과 23일 연속 SAT 문제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태국에서 치러진 SAT 시험지를 빼내 미국 유학중인 고교생에게 e메일로 전송한 사건에 이어 아예 경기 가평의 고사장에서 SAT 문제가 유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부정행위의 장본인은 서울 소재 모학원 스타강사 손모(38)씨로 시험지를 빼돌린 게 지난해 10월과 11월, 12월에 이어 4번째로 알려졌다. 손씨는 시차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질렀으며 지난 9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안좋은 소식은 계속 이어졌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범인 김길태는 지난 2월 24일 부산광역시 사상구 덕포동에서 집안에 있던 예비 중학생을 납치·성폭행·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자백했다.

인터넷을 통해 온 국민이 분노를 터뜨린 이 사건은 결국 범인 김길태가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고 잊혀지는 듯 했으나 최근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며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 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건 이후 피의자인 김길태를 옹호하는 ‘사랑해요 김길태’ 까페가 생기고 부산에서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건으로도 기억되고 있다.


천안함 원인 놓고 네티즌 양분 논란

지난 3월 26일에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격침되어 침몰됐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해군 병사 40명이 사망했으며 6명이 실종되었다.

당초 정부의 발표대로 이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이 나는 듯 했으나 정부가 제시한 증거에 반발하는 일부 전문가들이 나타나면서 네티즌들의 여론이 분열됐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었던 이 사고에 대한 논쟁도 아직 진행 중이다.

천안함 사건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지난 4월 20일 MBC PD 수첩은 ‘스폰서 검사’를 방영했다.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제보자가 스스로 ‘57명의 전현직 검사에 지속적인 금전·향응·성상납 등의 스폰서 행위를 해왔다’고 밝힌 문서가 취재의 단초가 됐다.

PD수첩의 보도는 큰 파장과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5000여건의 격려 글이 쏟아졌으며 언론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도 검찰의 비리문제와, 기소독점주의와 같은 부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으며 6월 16일 여야는 검사들의 향응접대나, 금품수수에 대한 수사를 할 특별검사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복잡하고 씁쓸한 사건을 뒤로 한 채 잠시 온 국민의 마음을 설레게 한 사건도 있었다.

한국여성등반인 오은선(44·여)씨가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것이다. 하지만 오씨의 칸첸중가 등정이 실패라는 대한산악연맹의 발표가 나오고, 오씨가 찍은 사진이 정상의 모습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온라인은 한동안 이를 둘러싼 논란으로 가득했다.


산악인 오은선씨 안나푸르나 정복 구설수

지난 4월 27일, 오씨는 히말라야 8000m급 10위 고봉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 성공하면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여성 산악인이 됐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세계 최초를 주장하는 여성 산악인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세계적인 산악 전문 인터넷 잡지 익스플로러스웹(엑스웹)이 특집 기획물을 통해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정할 수 없다. 여성 최초의 14좌 완등 기록은 에두르네 파사반(스페인)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논란에 네티즌들도 양분된 의견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오은선의 잘못이다. 그렇게 힘들게 올랐다면 한 치의 의문도 없도록 했어야 했다”, “등정했다는 증거보다 그렇지 않다는 증거가 몇 배는 더 많아 보인다”며 오씨의 등반여부를 의심했다.


나로호 폭발 과학계 한숨

우리나라 최초의 우수발사체인 나로호의 폭발은 우리 과학계의 큰 참사였다.

지난 6월 10일 오후 5시 1분에 나로호의 2차 발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륙 137.19초, 고도 70km 지점에서 페어링 분리가 확인이 안 되었고 통신두절 되었다. 정부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나로호 1단이 연소되는 구간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개발한 나로호 1단이 연소되는 과정에서 폭발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3차 발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러나 한국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발사 연기를 규정한 '발사계획서'를 무시하고 발사 작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발사 책임을 두고 논란이 시작됐다. 발사문제에 대한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나로호 폭발에 이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버스가 폭발해 온 국민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폭발한 가스통 바로 윗 좌석에 앉아 이효정(28·여)씨의 두 발목이 버스 파편에 80% 가까이 잘린 소식이 전해지면서 버스 안전점검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계기가 됐다.

지난 8월 9일 운전기사 송모(53)씨가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운행 중이던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의 연료 용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과 행인 등 2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관계 부처와 서울시는 부랴부랴 CNG 버스 연료용기에 대한 실태 조사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서울시가 7263대의 CNG 시내버스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12.9%인 940대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최근 국정 감사에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폭발을 CCTV 화면으로 지켜본 시민이나, 사고를 접했던 사람들 가슴엔 버스에 대한 공포심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버스에 대한 공포심만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대한 공포도 생겨났다. 아마 다음 사건이 올해 주부들의 마음을 가장 쓰리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김장이 아닌 금장’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일명 배추 파동이다.


‘배추 파동’ 돈 없어서 김장도 못해

지난 9월 말 배추 상품 1포기 값이 1만5000원까지 치솟는 등 전국적으로 사상 최악의 배추 값 파동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 9월 27일 농수산물유통공사 분석자료를 보면, 배추 상품 1포기 값이 서울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1만5000원까지 거래되는 등 전국 평균 소매값이 1만1678원까지 폭등했다. 이보다 앞선 9월 24일엔 영등포 재래시장에서 7500원, 전국 평균 가격은 7629원이었다. 불과 사흘 사이에 50%에서 많게는 갑절까지 치솟았다.

9월 하순이 되면서 배추값은 하향 안정화되고 시장의 동요도 잦아들었지만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4대강 공사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낙후된 농산물 수급 및 유통구조와 이를 방치해온 정부의 무신경이 이상기후를 계기로 파동을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원인 규명은 제대로 했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는 연예인 사건도 있었다.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의혹과 의심으로 가수 타블로(이선웅)가 대인기피증을 겪은 사건. 바로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사건이다.


끊임없는 의심이 멀쩡한 타블로 잡아

‘못 믿는게 아니라 안 믿는 것’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이 사건은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와 ‘상식이 진리인 세상’(상진세)라는 인터넷 까페가 연예인 타블로에 대한 학력을 위조라 주장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타진요’ 카페 회원은 타블롤의 국적 및 학력논란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청해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대가 수사를 맡아 진행해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타블로는 지난 10월 1일 MBC 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 가다> 제작진이 타블로와 함께 모교 스탠퍼드 대학교를 방문, 졸업 증명서를 인쇄하는 과정 등을 통해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에 다녔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타블로의 결백이 드러났다.

이 의혹의 끝은 상진세가 지난 10월 21일 정오께 자진 폐지에 앞서 카페폐쇄 공고 및 공식 사과문을 카페 화면에 게재하고 타진요 운영자가 검찰에 수배되면서 마무리됐다.

한해에 안타까운 사건들도 뒤로한 채 지난달 30일 연평도 포격은 전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해병대 자원 입대자 수가 크게 증가하는 등 온 국민의 안보 의식을 일깨운 이 포격 사건은 남북 관계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일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웃지 못할 행동이 온라인을 달궜다.


안상수, 보온병 들고 폭탄이라 코미디

지난달 30일 YTN은 돌발영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안 대표가 지난달 24일 연평도를 방문해 불에 그슬린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네티즌이 만든 안상수 패러디 시리즈가 봇물처럼 쏟아졌고, 이 같은 안 대표의 패러디 내용은 해외 언론에도 보도됐다.

한 네티즌은 김춘수의 시로 잘 알려진 ‘꽃’을 ‘포탄’이라는 제목의 시로 패러디했다. 시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보온병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포탄이 되었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포탄이 되고 싶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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