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식빵서 쥐 나왔다’ 인터넷 싸고 진실 게임

23일 한 누리꾼이 "파리바게뜨 밤식빵에 쥐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사진을 게재했다. (좌)SPC가 발표한 해명자료

지난 12월 23일 한 장의 혐오스런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문제에 사진 속에는 쥐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밤식빵이 있었다. 총 5장의 사진과 글 몇 줄이었지만 누리꾼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이 식빵이 판매된 곳이 국내 유명 제과업체인 SPC그룹 파리크라상 브랜드 파리바게뜨로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적극적으로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해당 게시글은 사건 당일 업체 측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지만 이미 ‘쥐 식빵’, ‘라따뚜이 식빵’ 등으로 패러디 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파리바게뜨의 경우 불과 2달 전 단팥빵과 슈크림빵 안에 각각 파리가 발견된 적도 있어 이번 소동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제의 소동은 지난 12월 23일 오전, 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가르마’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이 “전날 저녁 경기도 송탄의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산 밤식빵에서 쥐 한 마리가 통째로 나왔다”며 해당 사진과 글을 올린 것으로 시작됐다.

쥐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글이 올라온 것은 지난 12월 23일 새벽 2시경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즐겨 찾는 빵집에 갔더랬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밤식빵을… 이거 고발해도 되는거겠죠? 집에서 애가 빵 먹으려다가 토하고 굴러다니고… 그동안 이런 음식이 나오리라고는 생각 들지 않았으나, 위생상태를 생각하면 정말 끔찍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은 네티즌들을 격분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특히 해당 사진엔 쥐가 들어간 식빵과 함께 빵을 구매한 영수증까지 함께 있어 이에 대한 파리바게뜨의 해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파리바게뜨 측은 사실관계가 확인되기도 전에 논란이 된 게시글을 삭제케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다. 업체 측은 ‘아직 정식 접수된 클레임이 없고 사실 확인 중이다’며 논란을 잠재우는데 애썼으나 논란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파리바게뜨는 빵에서 고무장갑과 비닐, 콘돔이 발견되는 등 민원이 계속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고객과 마찰을 빚는 등 신속한 민원처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원성이 높았던 상황. 게다가 SPC그룹은 2010년 상반기 식약청에 보고된 제조단계 이물사고 307건 중 15건에 달하는 이물사고를 냈다. 샤니 13건, 파리크라상 2건으로 샤니의 경우 빵류에서 검은먼지, 실, 플라스틱 등의 이물이 보고됐고 파리크라상의 경우 블루베리치즈케이크 등에서 비닐 등의 이물이 나와 ‘이물사고 2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에 누리꾼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은폐하려 한다며 ‘아직 정신을 덜 차렸다’, ‘소비자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고 파리바게뜨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쏟고 있다.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파리바게뜨는 사건당일 오후 2시에 서울 수서동 한불제과제빵학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빵 제조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빵 제조공정상 쥐가 들어갈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관계자는 “밤식빵은 공장에서 만든 반죽을 매장에서 굽기 전에 납작하게 밀고 종업원이 이 과정을 모두 보고 있기 때문에 쥐가 통째로 혼입될 개연성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덧붙여 “글을 올린 누리꾼은 매장이나 회사에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영수증과 관련해서도 “그 같은 파리바게뜨 영수증은 손쉽게 구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을 반드시 찾아 회사의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곧이어 파리바게뜨는 경찰에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첨부된 사진의 빵이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산 게 맞는지 밝혀달라”며 수사를 의뢰했다. 수서 경찰서는 “문제의 글과 사진을 올린 누리꾼의 IP(인터넷주소)를 파악한 결과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올린 것으로 밝혀졌다”며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구입한 빵에 실제로 쥐가 들어있었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의 신원을 확인 중에 있으며 문제의 빵을 확보하는 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하는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12월 24일 ‘가르마’는 모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 서 “맹세코 자작극이 아니다”고 주장해 쥐식빵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소동으로 SPC 그룹은 물론 파리바게뜨는 일단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이물질이 발견된 시점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제과업계의 대목인 만큼 특수를 노리던 파리바게뜨로선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8년 모카빵 속에서 고무장갑 조각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식약청으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은 전력도 있어 만약 이번 소동이 진실로 밝혀질 경우 처벌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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