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전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지난 12월 24일 오전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 됐다. 이에 따라 서 전 대표의 향후 역할론과 관련 정치권이 복잡하다. 서 전 대표의 가석방으로 인해 그의 정치적 기반인 친박계로의 복귀와 미래희망연대의 한나라당 합당 여부가 주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 전 대표의 가석방 과정에 친박계 핵심과 여권 주류층에서의 암묵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서 전 대표의 가석방으로 인해 그를 비롯한 향후 친박계의 구도변화를 따라가 봤다.

법무부는 서청원 전 대표와 같은 당 김노식 전 의원, 민주당 배기선 전 의원을 지난 12월 24일 성탄절 특사로 가석방했다. 이번 성탄절 가석방 대상자는 서 전 대표를 포함해 전국 교정기관에 수감 중인 모범수형자 총 829명이다.

서 전 대표는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09년 5월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으며, 김 전 의원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1년형을 선고 받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8·15특사에서 6개월 특별감형을 받은 뒤 10월 형집행정지를 끝내고 재수감됐던 서 전 대표는 형기 70%를 넘기면서 가석방 조건을 충족시켰다.


다시 친박 세력의 중심되나

서 전 대표는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선 경선 캠프 상임고문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18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 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탈당, 친박연대를 창당해 ‘박풍(朴風)’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서 전 대표의 가석방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또 다시 친박계의 수장으로서 정치권에 복귀할 수 있느냐 여부 때문이다. 서 전 대표는 6선 의원에 한나라당 대표까지 지낸 풍부한 정치적 경륜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그의 존재감이 친박계에는 진하게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서 전 대표가 당장 친박계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 전 대표가 가석방 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여권 주류층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가의 관측이다. 이러한 관측은 박 전 대표의 측근들과 여권 주류층의 ‘딜’에 서 전 대표가 ‘정치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 전 대표가) 아직은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면서 “내가 알기로는 이번 특사로 가석방 될 수 있었던 것은 친박계 핵심과 여권 핵심이 ‘사면되면 정치에 빨리 복귀하지 않는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2월 7일 서 전 대표가 수감된 의정부교도소를 찾아 10여 분 가량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소망교도소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직접 서 전 대표를 면회했다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는 법무부가 서 전 대표에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지 불과 열흘 전의 일이라 서 전 대표의 가석방 문제를 두고 친이-친박계 간 ‘딜’이 있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200여 명의 여야 의원들이 서명한 ‘서청원 대표 특별사면·복권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동참하는 등 평소 서 전 대표와도 각별한 사이로 통한다.


희망연대 총선 염두 “합당 불가”

서 전 대표의 가석방으로 인해 수그러들었던 미래희망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합당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 전 대표의 입당 여부는 소속 의원들의 거취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만큼 희망연대 내부에서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희망연대는 또 한나라당이 안상수 대표의 보온병 실언과 자연산 망언, 예산안 날치기 통과 등으로 조롱거리가 되는 등 연달은 실책을 범하면서 차기 총선을 염두, 합당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 역시 합당을 꺼리기는 마찬가지다. 당 지도부가 서 전 대표를 비롯해 희망연대와의 거취문제를 따져야 하는 복잡한 상황과 맞물려 희망연대의 14억 원 체납 사실 등이 걸림돌로 작용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전문기관 대표는 “가뜩이나 연평도 같은 안보위기도 있는데 요즘 한나라당 분위기가 굉장히 안 좋아 당분간 합당은 안 할 것으로 본다”면서 “안상수 대표가 보온병 발언에 이어 자연산 발언까지 함으로써 신년부터 코너에 몰렸는데 식물 대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취임 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이런 분위기에서 합당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해외 출국설까지 제기 됐던 서 전 대표는 가석방 이후 당분간 서울 상도동 자택과 형집행정지 기간 지낸 바 있는 경기도 퇴촌을 오가며 지병 치료에 전념한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서청원 역할론에 대한 친박측 반응은?

서청원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한 친박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 전 대표는 지난 12월 24일 가석방 됐지만 사면복권이 된 것은 아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최근 한국형 복지를 강조하며 본격적 대권행보를 보이는 상황에 구시대 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서 전 대표를 끌어 안는다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공정사회가 강조되는 요즘 서 전 대표와의 ‘교감’은 자신의 정치 이미지에 흠집만 낼 뿐이라는 계산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거리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안상수 대표의 실언을 비롯해 예산안 강행처리로 인해 한나라당 호감도가 최근 급 하락 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도부가 ‘전과자’인 서 전 대표를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 국정기조인 ‘공정사회’이미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도 정치활동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는데 섣불리 정계에 복귀할 수 있겠냐”면서 “예전만큼 친박계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