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믿을만한 뉴스인가

초대형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접근 중이라는 발표가 나와 화제다. 일부에서는 엉터리 기사라는 반응이지만 또 다른 일부에서는 발표 기관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며 관심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각종 사고와 사건으로 얼룩진 2010년 말 터진 또 하나의 미스터리 세계로 들어가 본다.

논란은 러시아의 일간지 ‘프라우다’가 지난해 12월 22일 “지구외문명탐사연구소(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가 최근 3대의 거대한 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오고 있다는 발표를 했다”고 보도하면서 부터다.

이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우주선은 지름만 240km 정도로 초대형이며 나머지 두 개는 이보다 작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240km라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보다 더 된다. 이런 정도의 우주선이라면 대기권에 들어 올 경우 한반도에서는 어디서든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다.

연구소는 이 우주선들이 현재 명왕성 궤도 너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으며 곧 화성 궤도까지 다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단체는 “외계우주선들이 화성궤도에 진입하면 천체망원경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할 것이며, 현재 속도를 감안할 때 지구에는 2012년 12월께 도착한다”고 예상했다.


오로라 관찰 시스템 HAARP가 발견

SETI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존 말리 박사는 “이번 발견은 미국 알라스카에 있는 오로라 관찰시스템(HAARP)로 이뤄졌다”고 설명한 뒤 “우주에는 분명 많은 생명체와 문명이 존재하며 그들의 침입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최근 해당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얼마 전 위키리크스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UFO관련 미국의 기밀문서 내용이 이 외계우주선의 접근 사안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오래전 개봉한 영화 ‘인디펜던스데이’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보도를 그저 믿거나말거나 식 엉터리 기사라는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외계우주선이 지구를 향해 오고 있는 게 맞다면 영화 한편 찍겠네요”, “우리는 다 죽는 건가 영화 우주전쟁처럼 되는 것인가”, “외계인이 우리에게 햇볕정책을 펴야 할 듯. 우주선 타고 그렇게 빨리 올 수 있는 기술력이라면 이미 우리의 무기를 능가 했을 텐데” 등 코웃음이 섞인 다양한 반응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도 기관이나 발표 기관이 범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발표한 SETI는 지구 밖 외계의 지적생명체를 찾는 단체다. 우주론 및 생명의 진화론 등의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이 우주에 존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드레이크 방정식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러한 가능성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전자기학의 발달로 먼 우주에서 오는 작은 전파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발달함에 따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찾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미국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협회는 1980년 칼 세이건, 브루스 머레이, 루이스 프리드먼에 의해 세워졌으며 전 세계 125개국에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SETI는 칼 세이건도 참여한 외계인 탐사 프로젝트

그동안 SETI의 활동은 많은 SF 관련 문학의 소재가 되었으며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많은 SF 작품을 남긴 칼 세이건 원작의 소설 <컨택트>에도 SETI가 등장한다.

SETI 프로젝트는 처음엔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국가지원 프로젝트로 시작했으나 국가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지원이 중단돼 현재 개인 및 기업들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의회의 지원중단 결정으로 SETI는 전파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1999년 5월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시작한 SETI@Home이라는 분산 컴퓨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전세계인들이 같이 분석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난관을 극복했다. 이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개인 컴퓨터에 분석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분석할 전파 데이터를 잘게 나누어 전송받아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취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거대한 수퍼컴퓨터와 맞먹는 분석능력을 가지게 되는 방법이다.

바로 그런 SETI의 발표니 단순히 웃고 넘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가 하면 이 사실을 처음 보도한 매체가 러시아의 프라우다라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러시아어로 진리라는 뜻의 프라우다는 912년 5월 페트로그라드에서 혁명 세력의 기관지로 창간된 이래 1991년 소련이 해체될 때까지 공산당의 기관지였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에도 계속 발간되고 있는 프라우다는 현재도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대표적인 일간신문이기도 하다.


WWN은 힐러리와 우주인 관계설 등 주장

따라서 프라우다와 같은 신문이 만우절도 아닌데 거짓말 기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보도할 리가 있겠느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우주인과 관련한 이야기들은 아직까지는 단순한 SF 소설이나 영화의 범주를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SETI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흘린 이야기를 프라우다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는 얘기로 정작 SETI의 본국인 미국에서는 믿거나 말거나식 보도로 유명한 주간지 위클리 월드 뉴스(WWN)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만한 신문’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는 WWN은 실제로는 그동안 엘비스 프레슬리와 메릴린 먼로, 케네디, 히틀러 등이 생존해 있다든지 사담 후세인과 오사마 빈 라덴이 한때 연인이었었다는 기사나 힐러리 클린턴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는 외계인의 종적에 관한 기사가 실리는 등 ‘고의적인 오보’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외계인과 UFO 기사도 단골메뉴다.

WWN은 이번에 2012년 초대형 우주선 침공설을 보도하면서 유엔이 2011년 2월 이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다고 덧붙이고 있어 앞으로의 추가 보도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지영 기자] sky1377@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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