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부부는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함께 사랑하고 서로를 배려해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또한 결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이상적인 모습을 생각하며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런 환상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심할 경우에는 겉으로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뿐, 완전히 각방을 쓰면서 더 이상 육체관계를 갖지 않는 경우에까지 이르고 있다. 하지만 성인의 욕망은 어쩔 수 없는 법. 결국 서로 각자가 불륜을 하는 비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이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문제, 회사문제, 그리고 각자의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또 문제는 없는 것일까? 그들의 속내를 직접 들어봤다.


각방 생활 2년 차인 회사원 김모씨는 이제 각방이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다시 방을 합치는 것은 정말로 싫다고 말한다. 그간 결혼 생활을 통해 잃어버린 자유를 그나마 조그만 방에서 얻고 있는데, 다시 구속되는 삶이 싫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제는 더 이상 한 침대에서 누군가와 잠이 드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이제 그의 몸까지 ‘자유’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저도 처음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부부란 게 원래 함께 성생활을 즐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각방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서로 잦은 다툼과 폭력이 발생하고 이제는 완전히 정이 떨어진 상태이다. 물론 아내도 저에게 마찬가지일 것이고, 또한 아내도 이제는 각방의 자유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자녀들이 결혼하고 독립할 때까지는 이렇게 살다가 나중에 이혼을 하던가, 별거를 하려고 한다.”

물론 김씨 역시 성적인 욕망이 있지만 아직은 불륜까지는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하는 입장이다. 아직 자녀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서 욕망을 해결하는 것은 주로 성매매 업소들을 이용한다. 이것 역시 죄책감이 들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최소한 지속적인 연인관계를 맺고 그것으로 자신의 미래의 발목을 잡는 일만큼은 하기 싫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단 부부가 한 집에 있기는 있으니까 자녀들은 안정을 찾고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나중에는 부모의 ‘비밀’을 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성장기에서만큼은 아픔을 갖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방을 쓰는 부부들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녀들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고 각방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부부가 모두 맞벌이를 하고 있을 때에는 회사 생활 때문에라도 이혼보다는 각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이혼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게되면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최소한 직장을 위한 편한 생활을 위해서라도 일단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커리어 우먼이 최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단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여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한번 이혼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어지게 된다. 무시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 상사들에게도 삐딱하나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은근히 이혼녀라는 이름으로 성적인 접근도 해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혼녀도 성적 욕망이 있으니 자신과 함께 부담없이 즐기자는 이야기다. 여하튼 나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인 이유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이 아니었으면 벌써 이혼을 했어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각방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부부가 서로 각자의 애인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미래까지 생각하는 진지한 관계일 수도 있고, 그저 단순한 ‘엔조이’의 관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자신의 성적인 욕망을 해결한다는데 있다. 직장인 조모씨는 자신보다 7살 정도 어린 여성을 애인으로 만나고 있다. 그의 나이가 30대 중반이니 애인은 20대 후반인 셈이다. 그는 이러한 생활에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일상적인 불안감 생기는 경우도

“아무래도 젊은 여자 친구를 만나다보니 다시 젊음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그래도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자 나이 30대 후반하고는 또 다른 차원이다. 그나마 아직은 세상에 대한 낭만과 아름다움을 믿고 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가 서로가 어느 정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그간 결혼 생활로 인해 겪었던 스트레스와 억압을 이제는 어느 정도 떨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다소 편안해졌다고나 할까. 이혼을 하게 되면 그녀와 결혼까지 생각 중에 있다.”

그러나 남자들만 이렇게 ‘딴 주머니’를 차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도 자신의 애인을 가지면서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경제적인 약한 여성의 경우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남자를 원하게 된다. 각방을 쓴지 4년이 넘는다는 이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자는 아무리 늙어도 여자다. 지금 내 나이가 40대 초반인데, 아직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라고 본다. 지금부터 남자도 없이 그냥 홀로 외롭게 쓸쓸히 산다는 것은 내 인생을 너무 슬프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비록 남들은 불륜이라고 부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인생을 즐기려고 한다. 주말이면 애인과 같이 놀러도 가고 애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같이 즐긴다. 현재의 남편과 그것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남자하고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지금의 애인하고도 나중에 헤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내 남은 인생의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각방을 쓰거나 혹은 별도의 애인을 인정해주는 관계에서 정신적이나 심리적인 문제는 없을까? 아무리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를 ‘닭처럼’ 바라보는 일에는 뭔가 문제가 있을 듯 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균열과 생활의 불안심리에 대해서 말한다. 누구나가 결혼을 꿈꾸는 시기에는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러한 원초적인 마음이 이뤄지지 않고 거기다가 이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생활이 이어진다는 것은 지속적인 불안과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신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 따라서 정 결혼 생활이 힘들 경우라면 차라리 이혼을 하고 자녀들이 있다면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말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차라리 그것이 진정한 새 출발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좋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아무리 알고 있어도 현실에서 실천이 되지 않는 경우는 흔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각방과 서로간의 불륜이 편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정신건강’을 생각하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관계들이 향후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사귀는 애인이 또 다른 욕심을 품거나 더 이상 기존의 관계를 정리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불륜 관계가 또 있다는 것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화산을 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하루 빨리 보다 정상적인 대책을 찾는 것이 지혜로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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