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1억3천만 원 펑펑 여직원과 스캔들도

진흥원 A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A씨는 편의점에서 작은 물건을 구입할 때조차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또 내역서에 따르면 A씨는 주유소 상품권 구입으로만 20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의 고위인사가 횡령 등 각종 비리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조사까지 받은 끝에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A씨는 법인카드 등을 통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공금을 물 쓰듯 펑펑 쓰고 다녔을 뿐 아니라 내부 여직원들과의 부적절한 행각이 직원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A씨가 사용한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2억70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닥치는 대로 결제해 한 달에 1억3000여만 원을 사용했다. A씨는 그동안 진흥회 내에서도 전횡이 심각해 직원들의 반감이 적지 않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 2009년 A씨 등이 진흥원 공금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진흥원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경찰은 여직원들과의 스캔들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 보고 A씨와 가까운 진흥원 여직원의 통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A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조사한 끝에 100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진흥회 측은 이 사실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 심지어 A씨는 지금도 진흥회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고위직에 머물고 있다. 진흥회 내부인사들은 A씨의 이같은 행각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고 있다.

A씨의 행각은 그의 최측근이 작성한 폭로문건을 통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김모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진흥원은 A씨가 주무르는 하나의 작은 공화국에 다름 아니다. 문건의 서두에는 “참회와 속죄하는 마음으로 망가진 직원들의 마음과 조폭집단 같은 회사 분위기 쇄신에 목숨 걸고 앞장서 주길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잘못된 점을 깊이 반성하여 혁신하고 특히 인사쇄신에 심각히 고민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적고 있다.

김씨는 문건을 통해 “A씨의 패밀리들만 존재하는 조직, 조폭보다 더한 조직, 원칙과 상싱이 통하지 않는 오직 줄만이 존재하는 조직으로 변했다”며 “규정상 인사위원회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A씨가 부임한 뒤로 인사위원해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무능력할 뿐만 아니라 모 인사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자리를 유지하며, 해외 출장·전산실 유지보수 및 장비구입 증액 횡령(증거확실) 관련자인데도 골프와 술 능력이 좋다는 이유로 업무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인재관인인가”라고 김씨는 성토했다.

김씨가 전하는 진흥원 내부 문제는 줄줄이 이어진다.


직원들 간 스캔들 심각

김씨에 따르면 수년 전 남녀 내부 직원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외부로부터 논란이 자리를 떠난 본부장도 있었고, 이후 또 다른 본부장과 팀장, 그리고 팀원의 부적절한 관계가 다시 불거졌다. 취미생활이나 업무를 핑계로 국내외출장을 떠나 외유를 즐기는 직원들이 적지 않아 이를 보다 못한 주무부처 공무원들까지 진흥원에 혀를 차는 지경이라고 한다.

김씨는 A씨의 염문설에 대해서도 폭로했다. 그는 “어느 날 정식직원으로 발령을 낸 모 여직원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며 ▲사직인 감정과 음흉스러운 눈짓으로 특정 여직원을 가까이 해 남들을 아주 불편하게 만든 짓거리를 아는가 ▲A씨가 만들어 놓은 전시 출판 여행 및 업무 관련 협력업체로부터 돌려받은 비자금이 얼마나 많기에 관리하는 전담 여직원이 있어야 했나, 통장과 도장을 따로 분리한 이유를 밝혀라 ▲직원들은 A씨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여직원 눈치를 본다는 것 등을 열거했다.


기막힌 법인카드 내역

경찰이 조사한 A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매달 진흥회의 공금 1억 원 이상을 펑펑 사용했다. 상세내역을 살펴보면 골프장, 음식점 사용, 의류 구입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용도가 대부분이다.

A씨는 법인카드를 속칭 ‘우려먹기’식으로 철저하게 남용했다. 같은 날 같은 식당에서 두 번 연달아 결제하는가 하면 편의점에서 개인물품 구입하는 것조차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면세점 물품구입도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모텔 호텔 등 숙박업소를 이용한 내역도 있다.

A씨의 전횡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씨는 지난 2008년 중국 출장 시 출장기간 내내 골프만 치다 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일정표에 유흥업소 출입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계획서는 경찰조사자료 중 일부다.

이런 출장계획서가 실제로 진흥회 내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결제됐는지 진흥회에 확인한 결과 진흥회 관계자는 “계획서 맨 처음 장은 우리(진흥회)쪽에서 만든 것이 맞지만 일정표가 나와 있는 뒷장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다”라며 “중국출장 중 무슨 업무를 수행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인들에게 “젊은 여직원들과 함께 차에 태워준 게 한 번 두 번이 아니다”, “여직원 말 한마디에 진흥원 인사이동이 이뤄졌다”고 폭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김씨는 문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상태다. 김씨는 처음 본지 취재에 대해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했으나 수일 뒤에는 돌연 “그런 문건 작성한 적 없다”며 말을 바꿨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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