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 주얼리호 납치 선원을 구출한 해군의 '아덴만 여명작전'은 치밀한 사전 준비와 대원들의 빈틈없는 작전수행이 만들어낸 쾌거였다. 해군은 작전 당시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공개했다.

23일 해군본부에 따르면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쥬얼리호는 현지시간으로 20일 새벽 3시30분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 가라카드를 향해 8노트로 남하 중이었다.

그 시각 삼호쥬얼리호로부터 2.7마일(1.8㎞) 떨어진 지점에서 기동 중인 청해부대 최영함은 우리 선박과 선원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새벽 4시43분(이하 현지시각). 청해부대장 조영주 대령은 부산에 위치한 해군작전사령부에 '청해부대 전투배치 완료'를 보고했다.

◇20일 새벽 4시58분 '아덴만 여명작전' 개시

4시58분 파고 1m, 시정 7마일, 풍향·풍속은 남동풍 7노트. 청해부대에 탑재된 고속단정이 캄캄한 밤 바다에 내려졌다. '아덴만 여명작전'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작전 수행 전부터 삼호 주얼리호 상공에서 해적의 동태를 살피던 미 해군 P-3C 해상초계기에서 5시12분 연락이 왔다. 좌현 선미에 3명, 선교에 4명, 중갑판에 4명의 해적이 식별됐다는 내용이었다.

5시17분 해적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최영함이 오른쪽으로 함수를 돌렸다. 우현에 있던 1·3번 고속단정이 하선했다. 최영함이 다시 함수를 왼쪽으로 돌리자 좌현 2번 고속단정이 내려졌다. 드디어 고속단정 3척이 모두 강하했다.

고속단정들은 최영함 좌현 함미 45m로 이동했고 해적들은 최영함에 가려진 고속단정을 볼 수 없었다.

5시23분 K-6 기관총으로 무장한 링스헬기가 최영함에서 이륙했다. 저격수는 고속단정에 탄 공격팀이 삼호쥬얼리호에 오르기 전 외부로 나온 해적들을 저격하고 엄호사격 하기로 치밀하게 계획됐다.

6분 뒤 최영함은 VHF 상선검색망(CH-16번)으로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삼호주얼리호 선원 여러분, 잠시후 우리 해군이 여러분의 구조를 위해 공격할 것입니다. 가능한 한 안전구역으로 대피하고, 외부로 나오지 마십시오"라고 경고방송을 내보냈다. 경고방송은 두 차례 흘러나왔다. 경고방송은 한국어로 했다. 해적들이 알아들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경고방송이 끝나자 링스헬기는 삼호쥬얼리호로 신속하게 접근했다. 먼저 삼호주얼리호의 레이더와 통신안테나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이어 갑판과 선교를 조준해 위협사격을 가했고, 최영함도 상선 좌현 1.8㎞까지 접근해 링스와 함께 위협사격을 가했다. 선교에 있던 해적 한 명이 쓰러졌다.

링스와 최영함에 있던 저격수들이 선교를 향해 저격총과 K-2 소총, K-6 기관총으로 사격하는 동안 고속단정에 있던 UDT/SEAL 특수전 공격팀이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돌진했다.

◇UDT/SEAL 작전팀 삼호쥬얼리호 승선

동쪽하늘이 어슴프레 밝아오기 시작하는 6시9분. 15명으로 이루어진 2개 공격팀 중 2번팀이 먼저 삼호쥬얼리호 선미 갑판에 올랐다.

제일 위험한 임무였다. 숨어있던 적이 공격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6시15분 공격팀 2개조 15명 모두가 6분만에 성공적으로 삼호쥬얼리호의 갑판에 안착했다.

가장 위험한 순간인 만큼 공격팀 뿐만 아니라 최영함에 있던 청해부대원,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진해 특수전여단, 그리고 포항의 6항공전단까지 지켜보던 모든 장병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공격팀 방탄헬멧에 달린 영상카메라(카이샷)가 모든 상황을 본국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드디어 외부 갑판에서 선교가 있는 구조물(데크 하우스)로 진입을 시작했다. 배의 좁은 계단을 오르며 선교를 장악해나가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해적 1명을 사살했다.

6시27분 공격팀이 선교로 진입, 6시 30분, 선교를 완전히 장악했다.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이 선교 우현쪽에서 무릎과 복부 등에 총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출혈과 함께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으나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특수전요원팀은 즉시 총상부위의 출혈을 멈추기 위해 구급붕대를 감아 지혈했다.

환자 보고를 받은 청해부대는 100마일 떨어져 있던 미 해군 구축함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선교수색을 마친 공격팀은 2개조로 나눠 1팀은 데크 하우스의 격실을, 다른 1팀은 기관실을 수색했다. 6시32분 격실 수색 중 총격전이 벌어져 해적 4명이 쓰러졌다. 3분 뒤엔 선장실 주변에 있던 해적두목을 사살했다.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여명시간인 6시45분 공격팀은 선교에서 선원 13명을 구조했다. 이 중에 한국인 선원은 5명이었다.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현재 선박은 대한민국 해군이 장악했습니다. 안심하시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청해부대의 강인하고 늠름한 모습을 본 선원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공격팀은 부상당한 석 선장을 먼저 청해부대로 이송하겠다고 보고했다. 남은 해적들이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수색과 환자이송을 동시에 할 수 없었다. 1개팀은 경계와 함께 지금까지 구조된 선원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1개팀은 석 선장을 이송했다.

최영함에 도착한 석 선장은 사관실에 만들어 놓은 임시수술대에 위에 올려졌다. 청해부대 군의관들이 환자의 옷을 벗기고 출혈을 막고, 수액을 꽂는 등 모든 응급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7시57분 다시 인질 수색 및 해적소탕 작전을 전개했고, 최영함에서 장거리 음향송신장치(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통해 해적투항 경고문이 방송됐다.

해적 2명이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투항했고, 5명의 선원들이 선상으로 나왔다. 한국인 선원은 3명을 구출, 한국인 선원 8명이 모두 구출됐다. 날이 훤히 밝은 8시16분 한국인 선원 8명 전원을 포함 18명의 모든 선원을 구조했다.

◇인질 전원 구조…청해부대장 작전완료 보고

이제 남은 것은 숨어있는 해적 5명과 미얀마 선원 3명.

"코리가 드헤그, 에스디힙. 에스타그 하디칼레 완코 투칸(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청해부대는 미리 녹음된 소말리아어로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삼호주얼리호 내부의 UDT/SEAL 특전대원들은 수색을 마친 격실마다 붉은 색 페인트로 표시하며 신속하게 이동했다. 삼호주얼리호 객실은 모두 57개.

8시25분 환자 이송을 위한 미 해군의 SH-60헬기가 도착했다. 바레인에 있는 한국해군 연락장교는 인근국가 오만에 연락, 환자를 치료할 병원과 협조를 완료했다. 선장은 우리 해군 군의관과 함께 미군 헬기로 이송됐다.

그 시각 삼호쥬얼리호에 있던 UDT/SEAL 작전팀은 아직 구조하지 못한 미얀마 선원 3명을 추가로 구조하기 위해 비상타기실을 향해 이동했다.

9시2분 격실에 숨어있던 해적들이 총격을 가해 우리 특전팀과 교전이 벌어졌다. 9시32분 교전 중 해적 1명을 생포했다. 9시54분 나머지 해적을 추가로 생포했다.

9시56분 청해부대장 조영주 대령은 부산에 있는 해군작전사령관에게 '아덴만 여명작전을 완료했다'고 보고했다.

인질 21명 전원 구조, 해적 8명 사살 5명 생포, 아군 피해 전혀 없음.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그 순간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지휘통제실에서는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15일 삼호쥬얼리호 피랍이후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치밀하게 수립한 작전계획과 수차례의 모의연습이 드디어 결실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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